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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에 스며들다 - 이이남 미디어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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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01-09 11:11 조회13,7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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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에 스며들다 _ 이이남 개인전


    디지털 영상기기를 이용한 명화의 재해석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이남의 초대전이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연말인 12월 29일부터 오는 1월 11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이에 스며들다’라는 이 전시는 서울 학고재갤러리 초대전에 이은 광주전인 셈인데, 서울전시 작품 중 일부와 신작 몇 점을 합하여 15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에 맞춰 제작한 <인왕제색도-연하장>는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온 누리에 건강과 다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디지털 연화(年畵)이다. 겸재 정선의 걸작 중 하나인 <인왕제색도>를 본래의 수묵산수에 어둠이 깃들고 산자락 아래 불빛들이 켜지면서 여러 모습의 호랑이들이 화면 아래에서 위로 줄지어 떠오르고, 산 너머 새해 일출과 함께 호랑이 형상이 승천하듯 점차 사라진다. 또한, <신-박연폭포>는 역시 겸재의 원작을 차용한 것으로, 서울 전시에서는 LED모니터 6대가 수직으로 이어져 현장원음으로 녹취한 폭포수 소리와 함께 장대함을 느끼게 했었는데, 전시공간의 한계로 3대 높이로 축소되긴 했지만,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영상폭포를 감상하며 현대판 ‘관폭도(觀瀑圖)’의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다.


    아울러 <비만 모나리자>는 점차 살이 불어 오르고 빠지는 모나리자를 보면서 신비의 미소가 갖는 마력이 전체적인 체형이나 얼굴모습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비만’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된 현대판 모나리자를 바라보는 듯하다. <신- 금강전도>는 겸재준에 의해 수직으로 빼곡이 들어선 금강산 만물상 수묵화에 현대판 도시풍경의 휘황한 불빛들과 함께 빌딩들이 들어서고, 끊임없이 타워크레인이 움직이며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수많은 헬기들과 거대한 폭격기가 날아들고 사라지는 화면들을 보여주는데, 민족의 명산이라 일컫는 평화로운 산수자연에 문명과 전쟁의 그림자들이 범벅되고 있는 현시대를 풍자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겸재정선과 세잔느>는 구도가 비슷한 겸재의 수묵산수도와 세잔느의 ‘생빅트와르산’을 중첩시켜가며 그윽한 정취의 수묵화 위로 마치 물감방울들이 떨어지듯 거친 붓 터치와 원색들이 입혀지면서 화면이 전이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인데, 자연풍경 소재를 다루는 동서 회화의 차이와 그 통합을 한 화면에서 보여주기도 한다.


    그 밖에도 파이프 담배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마릴린 먼로 등 유명 여배우들의 흑백사진들이 회상처럼 연기 속에 떠오르다 사라지는 <신 제임스 딘-02>, 팝아트 리히텐슈타인의 만화확대 작품을 차용하여 얼굴의 붉은 망점들이 하나들 모여 얼굴을 채우고 다시 빠져나가는 <행복한 눈물>, 청명한 하늘아래 파도가 밀려들고 물새가 노니는 창 밖 바다풍경을 내다보듯 살짝 열린 두 짝의 창문형태 모니터 영상작품 등도 동ㆍ서, 근ㆍ현대를 오가며 미술사의 명화들을 지금의 문화코드로 다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루브르박물관의 고전적 조각상들과 함께 김일성 동상이 서있거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생생한 원색들이 입혀진 C-Print 방식의 작품들도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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