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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하고 견고한 회화적 함축미 - 배동신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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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11-03 19:15 조회9,1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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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하고 견고한 회화적 함축미 - 배동신 회고전 


    호남 현대화단에서 독창적 회화세계를 뚜렷이 세웠던 거목 가운데 한분이자 ‘상큼 은근’한 수채화로 평생을 일관한 고 배동신 화백의 수채화를 고루 음미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끝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5일까지 금남로2가 뒷길에 있는 갤러리 ZOO에서 궁동거리예술제 행사 중에 ‘헌화가-궁동제너레이션’의 하나로 마련된 배동신 회고전인데, 194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작품 5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크게 보면 배화백의 대표작으로 많이 소개되었던 ‘무등산’ ‘늙은 여인의 누드’ ‘항구풍경’ ‘과일’ 뿐만이 아니라 평소 보기 어려운 추상작품과 거의 추상에 가깝게 처리한 풍경 등 이번 회고전 성격의 전시를 위해 모아진 작품들의 폭이 꽤 넓다. 취하는 소재가 과일이거나, 항구의 배이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몸이거나, 풍경이거나 회화의 요체만을 간결하게 집약시켜내면서 넓고 엷은 수채색들의 붓질들로 견고한 필획들을 엮어 투명한 물성의 깊이와 덩어리를 해체한 형체의 구조를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는 시대문화의 흐름을 수용하듯 1960년에 그린 비정형추상(Informal) <추상> 2점에서도 구체적 형상은 없으되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는 것은 엷은 수채화의 물맛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차라리 면에 가까우리만큼 넓은 선들의 무수한 교차들뿐이다. 이 같은 성향은 1968년과 ’70년, ’71년에 그린 <보리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빠른 수평의 붓놀림으로 화면 위를 치닫는 누런 필선과 몇 가닥의 초록 선들만이 가득 채워져 있어 명제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정말 형상을 털어버린 비정형 추상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물상의 본체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회화적 구축의 의지 때문에도 무등산이든, 마치 산야와도 같은 살집 넉넉한 늙은 여인의 몸이든 같은 소재를 되풀이하여 다루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 필선들은 단지 가볍고 넓게 스쳐 바르는 붓의 움직임만이 아닌 낱낱의 필선들을 사이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엮어주는 가늘고 힘 있는 선들이 수없이 긁고 그어지며 더해져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무수한 선들의 화면 가득한 축적 속에서도 투명함과 견고함을 잃지 않고 번잡스러운 기교나 억지 무게를 털어버린 초탈함이 배동신 수채화의 백미라 여겨진다.               

          

    이번 궁동거리예술제 기획을 총괄한 박성현(아트로드2010 예술감독, 미술평론)씨는 전시카달로그에서 “무등산과 여인의 나체, 항구의 제한적 소재 속에서 줄곧 치달아 고민했던 예술에 대한 고집스러움은 형식보다는 사물의 본질에 근접하고자 하는 집념을 엿볼 수 있으며, 시대적 조류와 유행을 멀리하고 수채화가 가지고 있는 물성 속에서 우리의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고집스럽게 몰입했다는 것, 불안한 시대적 삶을 가슴 깊이 껴안고 수탁하여 온전한 작가정신을 구현하였다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작가적 태도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또한 이 전시를 기획한 작가 정위상무씨는 카달로그에서 “자신의 말처럼 ‘상큼함과 은근함’을 전달하기 위해 수채화라는 표현기법을 통해서 무등산, 항구, 접시에 담긴 사과들, 유난히 큰 가슴의 여인에 평생을 탐닉했다. 그는 회화의 특정한 표현기법과 소재로서의 대상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였고, 대상의 내용보다 대상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형식과 조형성을 중시하였다. 즉, 대상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원형적 형식미에 대한 존경과 교육에 의한 끊임없는 조형미의 탐구자”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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