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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묵사실과 채색 조형미의 결합 - 허임석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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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4-29 19:19 조회8,6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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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묵사실과 채색추상 사이


    남리 허임석이 채색을 적극적으로 올린 최근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바람이 이니’라는 이름으로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남리 특유의 정갈하고 섬세한 수묵 모필의 맛이나 실경 또는 생활소재, 은근한 재치와 해학이 함께 하는 화면 속 이야기의 설정은 여전하다. 하지만 눈에 띠게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화면전체를 가득 채운 밝은 채색과 작은 소재들을 반복적으로 배열하면서 바탕무늬 효과를 내거나 아예 추상적인 기하학 패턴을 화면의 일부 구성요소로 도입하고 있는 점들이다. 물론 전체에 채색이 올려졌다하더라도 진채로 덮어 칠하는 방식보다는 엷은 채색을 반복하여 먹과 담채에 가까운 채색을 함께 우려내는 정도이다.     


    그동안 남도의 남종 문인화 화맥을 근간으로 독자적 세계를 탐닉해 오던 수묵사실화들에서 크게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는 시도들을 내보인 셈이다. 전통 남화를 바탕으로 체득해 온 수묵모필 사실회화가 갖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던 일을 계기로 대폭적인 변화를 작심한 듯하다.


    특히 <소녀의 환상> <접시꽃>처럼 감미로운 풍경 속에서 트럼펫이나 섹소폰을 연주하는 누드소녀의 환상적인 모습은 이전 회화와는 전혀 다른 비현실과 몽환의 세계를 보여주며, 자연소재를 간략화 시키거나 반복하여 추상적 패턴으로 섞어 놓은 <수(壽)> <가족> <백호>도 분위기가 새롭다. 또 어떤 경우는 종이를 구긴 상태로 황토채색을 먹여 바탕의 시각적 변화를 마련하고 그 위에 다른 부가적 소재 없이 거친 운필의 묵매나 채색국화를 올리기도 하고, 2차원 평면감과 장식성이 더해진 밝은 채색바탕에 앵무새나 참새 같은 새들을 소재로 화사한 화면을 단순 처리하는 방식도 새로운 시도의 예들이다. 그러나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편안한 구성과 묘법으로 묘사하면서 절제된 필선의 강약과 농담의 조절, 인물 자세나 신체 부분부분의 정확한 묘사력이 돋보이는 <꽃파는 여인들> <사랑> <가족> <장독> 등은 역시 허임석 회화의 정겨우면서 실재감을 느끼게 하는 사실미를 여실히 보여준다.


    허임석이 지천명에 새롭게 자기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 일련의 작업들은 전통화맥과 현대감각, 사실성과 조형미, 수묵과 채색 사이에서 방향을 가늠하고 있는 탐구의 과정들인데, 아무쪼록 그간 다져온 바탕들을 토대로 만족할만한 성과들을 이루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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