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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그리고 내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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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5-25 20:34 조회8,4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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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그리고 아내..


     

    가족,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는 달이다. 자기 예술세계 밖으로 몸을 돌리면 곧바로 현실이고 그 속에서는 좀처럼 당당하기 어려운 게 예술가들이다. 세상 사람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기반이 굳건하지 못한 작가들에게 이 명제는 늘 아프고 미안하고 감사할 것들뿐일 수도 있다.


    롯데갤러리가 기획한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기도 ’엄마’](2011. 5. 7-22)는 청년, 중견작가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엄마의 기억과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엄마들을 되돌아보는 전시였다. 고향과 엄마에 대한 향수의 상징일까. 아랫목 두툼한 이불 속에 묻어 둔 밥그릇이 식구를 기다리고 있다. 김순희는 청자밥그릇 한 벌을 색동이불에 묻어 <코끼리 밥통>이라 이름하고, 사기밥그릇 두 쌍은 각기 도자이불 속에 묻어 웅크린 초상들 아래 설치하여 <기도>라 하였다. 구들장 황토방 아랫목 뜨뜻한 솜이불의 온기가 그리움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박수만은 늘 짬 없이 고단했을 엄마의 삶을 꽃무늬 쌩쌩한 몸빼바지로 감싸고 고목처럼 창백하게 마른 얼굴만 내민 채 살림살이 푼돈 수입원이었을 납작감들을 둘러놓았다.


    “어머니는 노동과 그리움이었다”는 천현노는 세상을 비추는 스테인레스 금속판에 허리 구부려 밭갈고 모종하고 김매고 식구들 기다리는 엄마의 희미한 그림자를 실루엣으로 새겨놓았다. ‘사모곡’ 연작을 계속해온 류현자는 즐겨 다루는 버선들을 형태와 유약색을 중첩시키거나 변화를 주면서 작은 도자편들로 구워 벽면가득 붙여두었다. 평생 가족을 위한 헌신과 인내 끝에 망부석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린 엄마의 모습에서 자식 향한 기원과 희망의 송이 굵은 붉은 꽃들이 피어나게 묘사한 임남진은 <돌에 핀 꽃> 두 점으로 마음을 담아내었다. 그런가하면 안희정의 <나들이>는 자식들의 마음에 편안함과 따스함을 채워주고 그 일생의 헌신 끝 빈자리만 남은 엄마들의 흔적을 광목천에 사진인화와 바느질로 수놓았다. 엄마를 향한 마음은 기도 그 자체일 것이다.


    엄마의 정을 메워주는 건 내 여자일 것이다. 4월 29일부터 6월 23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내 여자>는 작가들의 예술인생에 이러저런 모습으로 동반자이거나 뒷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아내에 대한 테마들이 대부분이다. 엄마의 일생이 그렇듯 현실을 강단 있게 버텨내는 예술가의 아내들 역시 대부분 희생과 배려, 내조의 삶일 것이다. 권승찬은 이제 갓 새내기지만 그런 아내에게 수도 없이 감사, 또 감사의 메시지를 6개 화판에 화면가득 채워낸 <Thanks>를 내놓았다.


    뜨겁고 터져버리는 사랑보다는 바람보다 작지만 결코 마르지 않는 녹색사랑을 아내 앞에 무릎 꿇어 하트를 그려 전하는 목조로 <사랑해요>라고 깎아 마주 세웠다. 생업을 맡아 억척스럽게 생활을 일궈나가는 아내 이전에 여성인 아내에게 윤남웅은 얼굴만큼이나 큼직한 꽃을 꺾어 <너에게 꽃을 주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늦장가를 든 조광석은 매일 것 없이 살던 날들과 달리 문득 옆사람이 되어 소소한 것들을 챙기는 아내의 존재를 생각하며 통나무에 바가지를 깎아 아내의 의자를 만들었다. 아내를 ‘쏘울메이트’라 이름하는 강운은 삶을 공유하고 인정해주는 아내를 운명처럼 시작도 끝도 없는 인연의 끈 줄로 붉은 바탕에 올려 <물위를 긋다> 연작으로 보여준다. 병고 끝에 떠난 아내의 부재가 사무친 전범수는 <아름다운 당신은 어디에> <꿈속에서 다시 만날까> 부질없는 그리움을 담아내었다. 아내를 생각하면 모두가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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