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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매화 만개하니... 한가로운 풍경 - 박구환 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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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7-08 08:38 조회9,0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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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매화 만개하니...한가로운 풍경 - 박구환 판화전


     

    매향(梅香)


    박구환

    홍매화 꽃잎 띄워 차 한잔 마주하니

    내 육신 깊은 골짜기에

    붉은 꽃이 피어나 향기로 태어나네.


    온 몸, 열꽃으로 붉어질 쯤

    별들과 길동무해 찾아온 달빛 벗되네.

    하염없는 봄밤 속삭임으로...


    달꽃, 별꽃이 금빛 꽃가루를 한 줌 뿌려

    홍매화 향 하늘에 올리니

    하늘 아래 모든 세상 어찌 취하지 않을까? 



    지난 20여 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목판화 작업에 쏟아 온 박구환의 스물여덟 번째 개인전이 7월 3일부터 10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꽃과 그림자는 한 몸이다’라는 전시명처럼 만발한 홍매를 비롯하여 남도의 평온하고 따사로운 자연풍광을 담은 근작 30여점들이 소개되고 있다.


    특유의 ‘소멸기법’으로 목판화의 이미지를 단계마다 일부씩 소거하고 색을 달리해 몇 겹이고 중첩시켜 찍어낸 노작들이다. 이번 전시의 특징으로 2009년 이후 제작한 ‘홍매’ 소재의 <만개하여> 연작이 많은데, 대부분 넓은 화면 배경을 비워 단순생략한 채 만개한 매화가지 뒤로 무채색 톤의 꽃그늘을 드리우는 구성들이다. 번잡한 색채는 피하면서 주제와 부제 간의 비중이나 화면에서 나뭇가지의 굵기나 꺾임의 변화들로 운율감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겹쳐 찍어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두터운 색층의 맛은 미세한 결들을 가진 베니어합판의 거친 질감과 파스텔조의 부드러운 색감들과 어울려 회화적 효과를 높여준다. 화병을 소재로 한 <향기> 연작도 주로 소품이긴 하지만 같은 꽃 시리즈들이다.


    홍매들과 함께 전시된 바닷가 풍경 위주의 <한가로운 마을>은 이전의 ‘소리의 바다’ 연작과 같은 연장선에 있으면서 너른 바다를 낀 섬마을 같은, 열린 자연 속에서 남도자연의 밝은 햇살과 서정을 담아내고 있다. 제목에서처럼 훨씬 여유와 평온이 두드러지는데, 바다와 해안가 구릉, 하늘공간에 비해 가옥이나 인물들을 나주 작게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넓은 자연의 탁 트인 조망이 우선되면서 평온감을 더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와 함께 20여년 판화작업을 중간 정리하는 작품집 [생명의 긍정과 환희의 풍경]을 대동문화재단과 인성고 동문들의 도움으로 펴냈다. 175쪽 분량의 이 판화집에는 1995년부터 최근까지 160여점의 작품들을 선별하여 수록하고, 철학박사이기도 한 이성희 시인의 서문을 비롯, 그동안 받았던 전시평문이나 미술지에 게재된 글 가운데 요지들을 골라 함께 싣고 있다.

     

    이 판화집에서 작가는 본인의 판화작업에 대해 “예술은 미학적인 접근, 예술학적인 시각에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고, 카오스에 빠져 길을 잃을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행의 길이요 또 고행의 길 속에서 참 진리와 삶의 가치를 얻고자, 나는 초심으로 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나의 감정과 세안으로 바라본 모습을 노래한다... 나는 고통을 느끼며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즐긴다고나 할까. 단순하게 그리는 것 자체로는 도무지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파고, 긋고, 쪼개고, 붙이며, 찍어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또 다시 새김질하며 나의 언어를 전달하고자 할 때 그 작업의 의미를 만끽한다”고 작가노트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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