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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흥을 담은 색조와 필치 - 임직순 추모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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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6-02 20:51 조회9,1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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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흥을 담은 색조와 운필 - 임직순 추모유작전



    문득 흘러간 날의 향수가 동하는 전시장 풍경이다. 1세대인 오지호 화백을 이어 광주 서양화단에서 이른 바 남도화풍을 형성하는 데 실질적으로 터를 다져주었던 임직순 화백의 추모전이 열리고 있는 조선대학교 미술관에서다.


    사실 요즘 들어 개성 강한 젊은 세대들의 독자적 조형세계들이 활발하게 펼쳐지다보니 그동안 너무 정형화된 지역양식이라 비판받기도 하던 선배세대들의 화풍이 어느 때 부턴가 슬며시 주전 자리를 내놓은 듯한 분위기다. 더구나, 임직순 화백 같은 주관적 현장 감흥과 회화적 몰입보다는 매체와 메시지와 표현형식에서 자기세계를 찾고 소통관계를 만들려는 작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문득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전시장 분위기와 작품들에서 언뜻 옛 향수마저 느끼게 된 것 같다.


    충청도 괴산 출생인데다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 지역화단에서는 외지인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임직순 화백은 태평양전쟁기인 1943년에 일본미술학교 유화과를 졸업하였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귀국하여 인천여고와 서울여상고, 숙명여고를 거쳐 수도여자사범대학 교단에 서면서 개인전 등 작품활동을 펼쳐 1956년과 57년에는 당시 작가들의 입신등용문이라 할 [국전]에서 문공부장관상과 대통령상을 연속으로 수상하며 한국 구상화단에 기대주로 떠올랐었다. 일약 성장의 대로에 들어선 1961년 조선대학교 미술학과로 내려오면서 이 지역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1974년 서울로 활동 거점을 옮긴 이후로도 1985년까지 대학 교육과 개인전과 공모전 심사위원 등을 통해 광주지역 서양화단 형성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는 1996년에 심장병으로 타계한 그런 임 화백을 추모하는 특별전인데, 전시회 이름도 ‘꿈길에서 만난 꽃과 여인’이다.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유화와 드로잉들로 고루 엮어 진 작품들은 시대마다 색조와 필획에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풍경의 일부나 주변 분위기 속에 묻힌 인물을 화면 구도 속에 안치시키면서 형태를 명료하게 드러내기보다는 화흥에 취하듯 대상의 요체만을 우려내어 굵고 활달한 필치와 원색 또는 적갈색조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특히 ‘색채화가’라 칭하듯이 대상의 형태보다는 주관화시켜 녹여낸 색조들이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내고, 대담하게 비벼 훑거나 뭉개어 화폭에 녹여낸 몽롱한 채색들 위에 거칠고 힘 있는 필선들로 윤곽을 암시하는 정도의 몽롱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지호 화백과 마찬가지로 일본식 인상주의라 할 외광파 보다는 야수파 성향에 가까운 주관화된 화면들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경우는 화면을 아예 넓게 같은 색면으로 단순화시키고 거기에 호남화단의 ‘작대기 산수’ 같은 소나무 한 쌍이나 허공을 맴도는 구름덩이들을 올려놓기도 한다.


    이런 임화백의 회화세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김인환 교수는 ‘구상적인 색면회화’라 칭하면서 “묘사적이라기보다는 표현적인 감각으로 대상을 처리하며 형상을 단순화시키고 다색성을 가미한다. 인상파의 색채혁명 이후 변화된 형태의 본질과 색채의 생명률이 작품의 외피를 싸고 돈다”며 “기쁜 함성을 지르는 듯한 색채의 울림의 세계, 차가운 느낌보다는 따스하고 감미로운 온기가 느껴지는 선율의 아름다움은 풍부한 창의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한다.


    이 같은 특징은 연필 드로잉에서도 나타는데, 캔버스 유화의 필법과 마찬가지로 풍경이나 인물의 분위기를 흑백으로 잡아내듯 굵고 짙게 연필칠을 하거나 구불거리는 선들을 무수히 중첩시키면서 대상의 형상을 견고하게 구축해내고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ㆍ광주의 갤러리들을 비롯, 개인소장품까지 모아낸 유화 70여점과 드로잉 80여점으로 임직순 화백의 회화세계를 폭넓게 살펴 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9일부터 6월 1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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