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들에게 비친 세상의 삶과 풍경 - 2011아트프로세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7-09 14:04 조회9,76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신예들에게 비친 세상의 삶과 풍경 무등현대미술관이 올해 두 번째로 마련한 [아트프로세스 ARTPROCESS] 전시회가 7월 8일 시작되었다. 광주지역 5개 대학으로부터 시각문화예술 현장에 갓 등단한 신진작가 가운데 싹수있는 신예들을 추천받아 기획한 전시로, 각기 다양한 시각언어로 풀어낸 그들의 생각과 감각과 조형세계들을 한데모아 선보이는 매개의 장이다. 전시를 준비한 미술관 측은 “실험정신과 잠재력이 돋보이는 차세대 신진작가를 발굴ㆍ육성하고, 또한 그들의 신선한 감각을 드러내어 향후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고 말한다. 아직 세상의 시각과 잣대에 익숙치 않은 새내기 작가들에게 외부세계로 나아가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그들 동세대끼리 서로를 비추어보면서 바탕을 다져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함이다. 동세대 작가 사이 의식의 반추와 공유를 위한 ‘참깨토론’ 전시 개관에 앞서 동세대 참여작가들끼리 최근 변화하는 문화환경, 특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나 광주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과 행사들로 지역 사회문화는 물론 작가로서 활동여건이 달라져 가는 상황 속에서 자신과 작가현실, 미래 꿈들을 함께 얘기해 보는 ‘참깨토론’이 4시부터 2시간여 열렸다. 박성은 학예연구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 토론내용 중 일부를 간추려 보면 ■ 최근 지역 틀을 벗어나 국제화 세계화되어가는 추세에서 젊은 작가들에게 편견 없이 활동의 기회가 많아진 게 고무적이면서 반면에 더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대인시장 프로젝트 등 새로운 노력과 변화 움직임에 비해 대학은 오히려 정체되어 있는 느낌인데, 전공간의 교류와 소통이 부족한 것도 한 예이다. 그러나 오픈된 마인드로 성장하는 작가들이 많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등에 따른 혜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진행된다 해도 피부로 와 닿지 않으니 방관자 입장이게 되는데, 쿤스트할레 등 많은 비용에 비해 홍보가 부족하여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 문화교류와 소통이 잘 안 되는 도시가 광주다. 타 광역시보다 작품거래도 저조하다. 소통채널을 많이 만들어 시민들과 문화적인 교류를 넓히는 기회를 늘려야만 진정한 문화중심도시가 될 것이다. ■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부정적 시각들도 있지만 작가들 스스로 관심을 많이 가져야 가져갈 것도 많아질 것이다. ■ 보여주기 위한 표피적인 쇼와 같은 소모적인 것에 매달리기보다 작가 스스로 보여줄 만한 것을 항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생각을 하며 오랜 시간 축적해가고 자기고민과 반추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 자기 몫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 전에 작가로서 스스로 적극적으로 덤비는 용기가 필요하다. ■ 지금 광주는 문화적인 과도기라 할 수 있고, 수많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살아남는 작가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 작가이기 이전에 생활고가 문제다. ■ 소비자 입장에서는 작품가격대가 중요하다. 작가들 스스로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 현실이 어려울수록 움츠러들기보다 더 대담하게 젊은 작가로서 힘을 발휘해 현실을 이겨내려 노력한다. ■ 현실이 어렵다고 작업공간이나 작품크기를 자꾸 줄이기보다 투자라 여기고 큰 화면에서 끙끙대며 고민하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서 자기 성장기반을 다지는 게 필요하다. 이어 6시부터 진행된 전시개관식에서는 간략하게나마 자기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각기 독특하게 시도하는 작업방식들을 토대로 설정하고 있는 주제의식이나 발언의 요지들에서 몇 가지로 묶어볼 수 있다. 사회적 관계와 세태에 대한 풍자 김선명은 요즘 두드러진 사회현상인 글로벌시대의 문화혼합주의에 대하여 비너스상과 소총을 한지로 떠내 원색안료들을 흘려 내린 <Mixrism Venus>로 비판적 시각을 담았고, 김혁은 <시작은 같은 지구인>이라는 제목으로 조커와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유명 캐릭터들을 이용해 영웅의식과 개인주의 현대사회 이면을 풍자하는 팝아트 회화를 보여준다. 윤준영은 먹과 콘테를 이용해 관념과 가식과 욕망으로 집적된 허망한 섬 <Laputa>를 통해 개별존재들이 엮이어 도시와 사회를 이루고 있는 현대인의 위태로운 현존상황에 관한 성찰과 풍자를 담아내었으며, 김영일은 <Forgetting - City Life>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인간 존엄보다 특정 문화산물들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세태를 화려한 쇼윈도로 풍자하면서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추적하고 있다. 박성배는 인간이 거스른 생태계의 진화와 변종, 돌연변이의 현상들을 <Heart Flower>로 표현하면서 생물변종과 생태의 재배열 같은 인간 욕망의 산물들을 정교한 묘사와 뜻밖의 조합들로 실체화시켜내었다. 현실이자 이미지로서 세상 풍경 박성완의 <공사장>은 옛 전남도청 공사현장을 휀스 창을 통해 들여다 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장 풍경인데, 생채기처럼 내비치는 5ㆍ18 현장과 광대하고 깊은 구덩이 상태에서 형체를 이루어가는 건축모습을 거칠고 두터운 필촉들로 모호하게 비춰내었다. 박설은 한지에 먹을 먹이고 찢어 붙여 구성한 독특한 방식의 <어떤 풍경>인데, 낯익은 듯 하면서도 생경한 수묵풍경으로 그의 마음속에서 재구성해내는 웅대한 심상풍경이라 할 수 있다. 사진작업을 하는 김사라는 박제부스처럼 증식해가는 요즘의 커피전문점과 다른 소소하고 따뜻한 공기를 지닌 지난 시절의 다방풍경 <커피하우스>를 실사로 담아냈고, 같은 사진작가인 인춘교는 육신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세상으로부터 격리 유폐된 섬에서 스스로 생활터전을 일구어 온 한센병 환자들의 아픈 삶의 실체를 <섬> 연작으로 세상에 드러내었다. 내면의 성찰을 담은 심리적 자화상 성혜림은 귀엽고 천진스러운 아이의 모습이지만 보이지 않는 관념적 사고에 의해 구속되고 억압받고 있는 현대인의 정신세계를 심리적 자화상이라 할 <생각하는 아이>로 세밀하게 묘사해냈고, 안희주는 금발머리 바비인형을 군상처럼 배열한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바깥세상과는 동떨어진 개별존재의 여린 이미지에서 점차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외화시켜 가는 미묘한 심적 상태를 표현하였다. 조성훈은 예술가의 특성과 닮았다고 여기는 고양이의 자유로움과 의외성, 유연함, 도도함을 화면 가득 채워 세밀한 필치로 <고양이>의 초상을 그려내었다. 그런가 하면 김윤정은 인간 생로병사를 네 가지 색채의 신비롭고 은밀한 숲속 계곡풍경으로 연출한 <인생사>와 항구도시의 역사와 애환을 담은 <목포의 눈물>을 거친 회화작업 바탕에 본인의 실연 이미지를 결합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섬유예술로 꾸며내는 또 다른 세상 섬유공예 나인승은 네모진 액자 속에 짜투리 천이나 꽃무늬 등을 오려붙이고 바느질해서 작은 성냥갑이나 지우개 같은 모양들로 칸을 맞추듯 조합하여 어릴 적 추억을 담은 <Secret>을 출품하였고, 심로사는 푸른 청춘의 꿈과 하늘 이미지를 청바지 조각천들로 오려붙이고, 한복천의 고운 색감과 무늬들을 곁들여 넣어 언덕배기 마을풍경으로 구성한 섬유꼴라쥬 <Blue-2011>을 보여준다. 이번 아트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열다섯 작가들은 신예들이긴 하지만 특정 유형이나 정형을 답습하기보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심지를 분명하게 돋우고, 필요한 소재와 형식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모색하는 신진세대의 의지가 뚜렷하다. 동세대 간에도 유사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이 같은 개별성은 최근 광주미술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는 이미 여러 차례 전시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시도와 특성들을 알려온 경우와 함께 상대적으로 아직 발표 기회가 적었던 작가들도 있다. 세상과 시각문화 현장에 새로 터를 일구는 새내기의 입장에서 현실적 토대를 갖추기 이전의 불안정한 상황이긴 하지만, 오히려 세상에 길들여지거나 얽매이지 않은 신예의 풋풋함과 용기가 담겨있기도 하다. 이 전시는 8월 10일까지 계속되며, 문의는 062-223-6677로 하면 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