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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梅香, 휘파람새 날아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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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03-12 20:05 조회9,0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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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촉한 봄비 속에 매화향기 그윽한 전시가 열렸었다.


    광주 롯데갤러리가 신춘기획으로 준비한 ‘梅香, 휘파람새 날아들다’ 전시로, 오견규 박태후 이정래 황순칠 한희원 서병옥 채종기 김순희 조수진 등 한국화, 서양화, 금속공예, 칠기공예 분야에서 활동하는 중견작가 9인의 매화 소재 작품들로 꾸며졌다.

    전시에 앞서 가진 일본 후쿠오카현 태재부시의 수령이 1000여년 된 6천여 그루 고목매화들로 유명한 천만궁(스기와라 미치자네 사당)을 답사하였고, 각자의 작품성향과 매체에 따라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고영재 큐레이터는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워내는 매화처럼, 이를 미적 심상으로 가다듬는 행위는 혹독한 현실 안에서 희망을 찾는 행위와 유사할 것이다. 사의적ㆍ관념적 대상으로서의 매화가 아닌 지금의 현실을 반추할 수 있는 매화향기 가득한 작품들을 기대하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대부분 배경이나 부수적인 소재들을 생략하거나 최소화시키고 주로 매화꽃에 비중을 두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시적 정취 가득한 수묵담채화를 주로 선보이는 오견규는 거칠고 강직한 늙은 매화 몸체에서 새롭게 돋아난 여린 가지들과 홍매송이들을 흐드러지게 펼쳐낸 백양사의 <고불매>를 비롯, <달과 매화> <흐드러지다>를 선보이고, 문인화가 박태후는 넓은 화폭의 <자연 속으로>에서 속도감 있는 빠른 묵필의 나뭇가지들과 지천 가득 홍조가 번져 오르듯 만발한 홍매,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는 병아리떼를 묘사하였다.


    서양화지만 역시 옛 묵매도를 연상케 하는 황순칠의 <매화> 두 점은 거칠고 굵은 붓질을 순발력 있게 움직여 나뭇가지들을 묘사하고 그 위에 눈꽃송이처럼 무리지어 피어난 백매 송이들을, 한희원은 푸른 달빛 아래 눈송이가 날리듯 흰 매화들을 별무리처럼 채워낸 <마음속의 눈물-매화>와, 삭풍에 얼어붙은 듯 피골이 앙상한 고목가지에 매화꽃을 대신하듯 흰 눈이 희끗희끗 내려앉은 <거친 나무-늙은 매화>를, 서병옥은 토속적인 화강석 질감으로 돌담장 바탕을 일구면서 그 위에 묵매 가지와 홍매를 섬세하게 묘사한 <꽃담과 홍매화>를, 채종기는 먼지처럼 잘게 분쇄된 지폐가루들로 벽면에 도톰하게 매화 송이들을 만들고 바닥에도 뿌려놓은 <매화에 대한 재해석>을 보여주었다.


    금속공예를 하는 조수진은 닳은 됫박 두 개를 포개고 그 안에 철사를 엮어 매화나무와 황소를, 그 위에 철사로 윤곽만 잡은 집 안에 붉은 매화송이를 올려 <홍매화 피는 마을>을, 원래 도예를 전공한 김순희는 청자도자기 판에 칠을 올리고 섬세한 나전을 오려붙여 버드나무처럼 늘어진 매화가지와 백매, 물 위를 유영하는 오리 한쌍 등을 표현한 <연못에 봄물 들다>를 출품하였다.


    광주 롯데갤러리와 동아시아도자교류협회가 공동주최한 이 전시는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광주은행 본점 1층 롯데갤러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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