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물로 그린 농가풍정 - 박문종 개인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11-27 15:19 조회9,25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흙물로 그린 농가풍정 - 박문종 개인전 투박한 필치와 먹물, 자유분방하게 해석해내는 인물형상과 풍경들로 독특한 회화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박문종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자 10년만의 발표전이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상추는 어떻게 심어요’라는 생뚱맞은 전시명으로 11월 22일부터 29일까지 펼쳐지고 있는 이 전시는 무엇보다 한지에 흙물들을 적극 물들이고 칠하면서 그려낸 그림들이라 더 박문종다운 그림멋을 풍긴다. 그가 2001년부터 3년간 매년 봄 각별한 재미를 붙여 도회지 사람들을 불러모아 벌였던 모내기 놀이 때 “화실의 묵은 종이를 꺼내다가 논둑 붙이기를 했더니 모내기 끝에 저절로 그림이 완성”되어 “진탕질 끝에 얻어진 결과치고는 썩 괜찮은” 효과를 발견한 것이 흙물그림의 계기라면 계기다. 그림 속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야말로 네발짐승 모습 그대로 들판에 엎디어있는 모습들이다. 무논에 모를 심고, 밭갈이를 하고 씨를 뿌리고, 들길을 걸어가는 모습들이 모두 제대로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밥상처럼 네모진 몸체에 상다리처럼 팔다리와 동그란 머리를 선으로 그려넣거나, 풍상에 깎이고 털려나간 옛 돌조각 같은 투박한 몸체에 큼직한 밀짚모자 형체를 머리라고 알아보면 그뿐 영낙없이 들짐승처럼 네발을 땅에 대고 엎디어 농사일을 하는 모습들이 원시미술이나 아동화 같은 천진스럽고 파격적인 모습들이면서 딱히 사람과 가축을 구별할만한 구체성들도 없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구겨진 한지에 듬성듬성 말라붙은 흙탕물이 엷은 먹물들과 함께 발라져 있고, 시골 서낭의 무신도 같은 눈 네 개짜리 얼굴과 글씨와 아주 적게 베풀어진 채색들이 들일의 체취를 담고 있다. “개울가에 하찮은 풀들도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저리도 잘하는데, 씨를 뿌리고도 수확을 하지 못하는 허망함을 말해 무엇할까. ‘그림농사’랍시고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버팅기는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을까. 아까 그 흙탕물처럼 종이에 튀어 박히듯 살다보면 저절로 몸에 배는 일도 있나보다. 흙이 그림농사의 절반을 책임졌으니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도 논을 화실로 들이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 흙밭에서 부대끼고 자라나고 들판을 채우는 초목 과수들의 삶이 그 속에 묻혀 사는 작가에게도 천성처럼 몸에 배었나 보다. 이번 전시된 작품들은 <서마지기 논배미가> 등 모내기 연작, <수북문답도>, <상추는 어떻게 심어요>, <평전>, <드로잉> 연작들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