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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을 꿈꾸는 여자...전현숙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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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7-16 20:27 조회9,4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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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사소함과 내밀한 감정, 소망 등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들을 독특한 화면 구성으로 표현해 오고 있는 전현숙의 네번째 개인전이 7월 8일부터 15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렸다. 자신의 일기 또는 거울과도 같은 이번 발표작들에 대해 광주시립미술관의 한창윤 학예사가 전시서문을 붙였던 글을 여기 소개한다.  

     

    행복을 꿈꾸는 여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을 꿈꾼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의 가장 큰 화두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남녀상열지사인 사랑일 것이다.


    “얼음 위에 댓잎 자리 만들어서

    님과 내가 얼어 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잎 자리 만들어서

    님과 내가 얼어 죽을망정.

    정 나눈 오늘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뒤척뒤척 외로운 침상에서

    어찌 잠이 오리오.”


    고려가요인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의 서두부분이다. 전현숙의 그림에는 이런 애틋한 사랑의 감성이 잘 드러난다. 최근 그녀의 그림은 색채나 화면구성에 두드러진 변화가 보인다. 한결 편안하고 밝아졌다. 공간 배치도 여유로움에 활력소가 느껴진다. 장미 빛 인생을 노래한 에디뜨 삐아프의 달콤한 음률이 물 흐르듯 느껴진다. 어둡고 음습했던 색채와 거칠었던 선은 환상적인 파스텔조의 색채와 간결하고 유려한 선으로 변했다. 이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지나온 작가의 이제 막 꽃피는 일생이 다가선다. 곳곳에서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장면이 등장하지만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다. 그것은 위트와 유머가 그림 곳곳에서 숨어 반짝이기 때문이다.


    세차례의 개인전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의 심성과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은 이미 그녀만의 딱  부러진 이미지로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어있다. 그녀의 그림은 한편의 소설을 읽거나 연극을 보는 느낌이다. 그것은 유치원 아이조차 키득거리며 좋아하는 순진무구한 동화이다. 등장한 인물이나 사물들은 적절한 역할이 있고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드러낸다. 발끝이나 손끝을 유심히 살펴보자, 농염하지 않은 우리의 춘화 같은 은은한 사랑 향기가 배어나온다. 그것들은 때론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그림 속 조그만 손거울이나 안경에도 숨어 있는 이야기들...세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풍류와 이상이다. 가족 같은 애완견인 7살짜리 퍼그 세풍은 감초같이 중요한 시점에 등장한다. 의인화된 세풍은 항상 경직될 수도 있는 “그 여자와 그 남자” 두 사람의 관계에 윤활유 같은 존재이다. 세풍은 주인의 사랑을 질투도 하고 견제도 한다. 그의 장난스러운 모양새와 시선은 그녀의 숨겨진 마음인 셈이다. 작가에 의하면 “세풍은 등짐 같은 존재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이 꼭 해야 할 일들...책임져야 할 일상의 약속들 같은 존재”라고 한다.


    불안한 듯 느껴지는 가느다란 은색 외줄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생은 외줄타기라고 하지 않는가...돌이킬 수도 없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진행형이다. 그 외줄에 몸을 맡긴 작가의 인물들은 불안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피할 수 없는 세상의 많은 일들과의 운명적 만남을 생각게 한다. 그녀의 조형적 이미지로 차용되어진 은줄은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며 헤쳐 나가야 할 무거운 삶의 여정인 셈이다.


    그림 속 그녀의 인물들은 항상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감상자는 이내 소의 왕방울 같은 눈동자와 피할 수 없는 눈인사를 하고 그 흡인력에 빠져 잠시 허둥거린다. 작가는 그렇듯 감상자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현재의 우리를 보게 한다. 즉 화면의 인물은 자신의 모습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40대 중년여성의 단면인 셈이다. 배는 쳐져 불룩 나오고 얼굴에는 주름이 생겨나기 시작해 보톡스를 맞고서라도 젊어지고 싶고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심정들이 나타난다. 그것들에는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한 중년여성의 고민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적절한 변신을 통해 감상자에게 대리만족이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녀는 보통 에스키트를 하지 않고 바로 그린다. 오랫동안 천착된 그녀만의 솔직한 일상사는 굳이 밑그림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더욱 진실하다. 40대부터 작가는 모란꽃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란은 어렵게 생을 살아온 그녀가 꿈꾸는 삶인 셈으로 부귀와 행복을 상징하는 작가의 마음인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는 민화 속에서 나타나는 물상들이 종종 보인다. 배에 가득 실어진 물건들...그것은 그녀가 소유하고픈 자신만의 방이다. “즐거운 여정”이라고 느껴지는 조각배에는 한 멋진 신사가 타고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악기나 카세트가 있다. 커피, 양은냄비, 우산, 붓 등 작가가 꼭 필요한 것들이 빠지지 않고 실려 있다. 족히 몇 년을 유람해도 싫을 것 같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오랜 여행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려지고 있다. 우리는 그녀의 그림 속에서 금방이라도 먼 길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예고하는 작품 한점이 있다. 피노키오의 등장이다. 피노키오가 누구인가? 사람이 되고픈 인형이다. 그녀는 아들에게 젖을 먹여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제 중년의 고개에 들어선 작가의 자식에 대한 소중한 사랑이 이 그림에 배여 있다. 아들은 항상 철부지 소년으로 보인다고 한다. 인간이 되고픈 피노키오를 지켜보는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그녀도 아들을 걱정한다. 앞으로 작가는 피노키오와의 사랑을 화면에 키워갈 계획이라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소중한 사랑이 그녀의 고백으로 이제 우리에게 다가설 것 같다. 꽃을 든 남자, 주사위를 든 남자, 그 여자... 행복한 여자에 이어 또 다시 시작될 피노키오와의 끈끈한 사랑이 기다려진다. 일상 속에서 흔히 망각하고 쉽게 잊고 지나가는 가족의 정이 기대된다. 전현숙의 한층 성숙된 세상에 대한 응시가 우리의 삶에도 활짝 핀 모란꽃으로 피어나길 바래본다.


    한 창 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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