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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현실을 읽어내는 은유적 조형언어-손봉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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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04-28 18:33 조회9,7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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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현실을 비춰내는 은유적 조형언어



    끊임없이 매체와 이미지의 창의적 탐구를 계속하고 있는 작가 손봉채의 최근 작품들을 폭넓게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기획한 올해의 청년작가 초대전-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전시인데, 4월 24일 개관하여 5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출품작은 최근 손봉채 작가가 병행하여 작업하고 있는 포토페인팅 풍경 연작과 금속 키네틱아트 연작이다. 이 가운데 포토페인팅은 얼마 전까지 집중해 오던 흑백사진의 중첩대신 개인사적으로 또는 공동체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와 흔적을 지니고 있지만 일상적 풍경으로 묻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역사의 네러티브와, 국제정세 속 시사성이 강한 뉴스소재들을 패러디하거나 풍자 은유적인 방식으로 10여 겹씩 사진을 중첩시키고 거기에 회화적 여운을 곁들여 독자적 표현형식으로 드러내는 작업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 타이틀과 같은 ‘경계_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연작의 경우 한국전참전용사 조각상들과 북한핵실사단, 워싱턴 백악관과 소나무숲, 인파로 북적이는 상가거리의 전봇대와 전깃줄들, 겹겹으로 공간을 이루는 한옥, 깊숙한 깊이를 가진 성당의 미사, 허름한 골목길의 양갈래 계단 등등 시사적이거나 일상의 한 단편들을 담아낸 사진들에 채색을 입혀 홀로그램처럼 현실과는 또 다른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 인간사를 둘러싼 뭔가 어떤 스토리가 있을 듯한 삶의 공간이나 주변의 소재들이 다뤄진 이런 표현특성은 <바람의 전설>, <숲의 속삭임>, <대숲이 전하는 이야기>, <꿈이 자라는 나무> 처럼 작품제목이나 소재 자체가 훨씬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고 서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들의 경우라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말하자면 작품 앞을 스쳐 지나가는 관객들은 그 장소나 공간의 의미와 역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어른거리듯 겹쳐 비쳐지는 시각적 이미지들을 잠시 바라볼 뿐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나 전시관에서나 마주치는 장소들에 대해 보이지 않는 본질을 보지도 다가서지도 못하는 어차피 관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기계적 매커니즘과 다이내믹한 설치형식이 주가 된 키네틱 아트 작품들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들로 전환된다. 왠지 우화적인 제목과 얘기꺼리를 담은 듯한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의 경우는 바닥과 천정에 배치된 금속소재의 새들이 황망히 도망치듯 부지런히 날개짓을 하고 있는데, 부질없이 제자리에서 날개만 퍼득이고 있는 날지 못하는 새들이다. 또한, <쉼> 연작은 쉼 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금속 꽃들이다. 정밀하게 커팅 투각된 스테인레스 꽃잎들이 자연석에 한 떨기 꽂혀있거나, 대형 연꽃수반 형태로 제작되어 있고 그 수반에는 다완이 띄워져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신적 여유를 즐기는 다례나 음다의 일반적 관념을 깨고 현대인의 삶을 풍자하듯 빠른 속도로 꽃의 개화를 작동시키고 있다. 어쩌면 이들 금속성 키네틱아트의 꽃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자전거 설치작품들과 같은 의미의 연장선에서 이해해도 좋을 듯 싶다.


    그의 작품전에 서문을 쓴 이용우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업은 관객의 참여가 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지기보다는 관객의 참여적 관심을 작가가 매개체가 되어 실현시키는, 이를테면 의식의 징검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담론화 하려는 미학적 언어들이 대개 사회적이고 역사적이며, 삶의 주변부를 형성하는 크고 작은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중략)… 손봉채의 역사읽기는 때로는 도큐멘터리와 같은 느낌도 던져주지만 기법의 신선함이나 사실 외적인 요소들, 이를 테면 소리나 조명, 그림자 등의 부수적 효과들에 의하여 현실 이상의 무엇을 메시지로 던지게 된다. 나는 이러한 그의 섬세한 메타포들이 손봉채를 단순히 리얼리즘 작가로 등식화시키는 오류들을 불식시키는 풍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062-222-3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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