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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로 응집시켜낸 이재칠의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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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4-02 18:07 조회8,1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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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로 응집시켜낸 이재칠의 드로잉



    광주 롯데갤러리가 올해 첫 창작지원전으로 마련한 이재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4월 1일부터 18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말린 북어를 소재로 삶 속에서 묻어나는 절절하고도 진한 시어 같은 메시지들을 크레파스 드로잉 그림들로 읽어보는 작품들이다.

    첫 발표전 이후 10년 넘은 기간 동안 시골생활 현실 삶에 몸을 묻고 묵언정진하며 화업의 진정성을 다져오다 문득 그 동안 모아진 시작 같은 회화적 언어들을 일부 내보이게 된 것이다. 물론 그림의 주된 맥락은 10여 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인간 삶의 진정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경외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새벽 인력시장이나 공사장 인부들, 도시 뒷골목 걸인, 농촌현실, 실향 등등 일상 속에서 스치고 부딪혔던 고단한 인물들의 삶과 그런 현실의 그늘들이 그대로 묻어나는 소품들을 등장시켜 인간적 연민과 동병상린,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회화적 작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40여점의 드로잉 작업들은 대부분 인물대신 형해만이 앙상한 말린 북어를 의인화시켜 등장시키면서 지금의 세상사와 현실들을 풍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화면구성 또한 북어 이외 군더더기일 수 있는 설명적 요소나 치장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흔하디흔한 크레파스로 거칠고 강렬한 터치들을 순발력 있게 운용해내거나 덧쌓고 문질러 살집들을 붙여주는 정도들이다. 거기에 화룡점정처럼 동백이나 진달래, 향불 같은 아주 작은 부분에만 절제된 색채를 가미하여 흑백 속에서 붉은 점으로 극적 효과를 더 높이고 있다. 또한 그런 흑백 톤의 묵직한 회화적 발언들은 그림 속에 곁들여진 짧은 시어들로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침묵이 길을 열 수 있을까. 칼의 노래는 끝나고… 끝내 실명하였다’ ‘거시 같은 봄이 살점을 꿴다’ ‘머리든 꼬리든 저 혼자면 반쪽’ ‘달을 버리고 눈을 뽑다’ ‘방학 휴일은 무조건 굶는다. 그날은 운동장 수도꼭지도 쉰다. 나는 잔다’ ‘얼고녹고 얼고녹고 겨울 삶’ ‘그 부릅뜬 눈으로 논밭 갈던 그 손으로 모진 세월을 토막쳐 온 세월에서 더 보탤 것 없는 생선장수 이젠 칼을 놓으셔요…언손을 녹여요 큰 숨을 쉬어요’ ‘피 한 방울 남김없이 하늘로 밀어올려 그대에게 전하노니’ ‘걸음걸음 눈물자욱 지울 수 없거든 그림 그리지 말어라. 그 그림처럼 살 수 없거든 차마 그 짓만은 말어라’… 모두가 그림과 더불어 화제를 겸하면서 섬뜩하고도 뭉클하거나 격한 감정을 억누른 내밀한 발언들이다. 

    일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그림 바깥의 현실 삶과, 그 사이사이 잠시잠깐씩 스치는 화업에 대한 목마름, 인간과 세상사를 향한 실존적 성찰과 집약된 조형언어의 탐구, 절제 속의 정진 등등이 화가이자 생활인으로서 이재칠의 오늘의 모습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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