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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의 생존 현실- Survival Kit, 롯데화랑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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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06-08 18:30 조회9,2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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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로 산다는 것, 생존현실

    예술 창작활동의 의미나 성과물들에 대한 미학적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사회적 삶의 조건부터가 작가로 존립하기에 무척 버거운 요즘의 현실에서 작가들의 ‘생존’을 화두로 삼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 롯데화랑이 기획한 ‘survival Kit'라는 이름의 전시로 5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고재근 박수만 박형규 안정 윤남웅 임남진 전현숙 조승기 최선 최요한 등 10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였다. 


    이번 전시를 꽤 오랜 시간동안 고민 끝에 기획했다는 고영재 큐레이터는
    “스타작가 내지는 예술의 마케팅을 부르짖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예술가들은 시대의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외부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시대를 넘어서, 말초적이고 쾌락을 지향하는 개념을 예술적인 것으로 치환하는 세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술인들은 자아성찰을 기본으로 하는 진지한 창작태도를 포기해버리기 일쑤이다. 미술의 향수계층도 작가의 창작물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인과관계를 고민하기보다는 그것의 투자가치에 더 열을 올린다. 위와 같은 특성은 문화의 경박함에서 비롯한다… 더욱이 작가들은 여전히 사회구성원 안에서 돌연변이 취급을 받는다. 작가들에게 있어 사회적 지위는 지위라고 명명하기에 매우 취약하다… 오늘날의 이러한 환경에서 창작자들의 생존전략과 성공이란 한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는 개념이다… 사상누각식의 사회구조 위에 불안하게 서있는 미술인들에게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으로 전시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전시된 작품 가운데 박수만의 <P씨와 K씨의 하루>나  <K씨의 하루>는 사각 박스나 축구경기장으로 삶의 현장을 설정하고,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물러설 곳도 없는 격투를 벌이고 있거나, 맨몸으로 올라운드 플레이를 뛰고 있는 남성들의 모습을 통해 절박한 삶의 현재들을 드러내 보여주며, 최요한은 <예술가로 산다는 것>에서 말라 시든 풀 한포기와 거울 앞의 촛불을 위아래로 두고 중간에 작가의 작업실을 미니어처로 재현한 삼분할된 검은 관을 세워 놓았다. 그런가 하면 조승기는 <무제>에서 젖은 휴지처럼 소변기에 늘어붙은 작가 본인의 몸뚱이와 고단한 삶 속에 부유하는 아내의 존재를 함께 구성하면서 정화되지 않고 반복되는 부부작가의 답답한 현실 삶을 역한 구토로 쏟아내고 있고, 임남진의 <책가도>는 민화속의 소품들과 함께 휴대폰과 이어폰, 컵라면 등을 그려 넣어 전통과 현재 사이 작가의 존재와  작품세계의 현주소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박형규는 <끝없는 여행-별> 연작에서 작은 깡통 속 전자부품들처럼 빈틈없이 들어찬 무수한 존재들의 모습을, 고재근은 담배갑들을 붙여 만든 사각패널 위로 화려한 꽃무늬들을 수놓고 허공을 자유롭게 나르는 새떼들을 벽면가득 펼쳐 <觀鳥에서 觀照를 보다>를 연출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들의 존립과 생존의 문제는 작가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삶이 서로의 인연과 상관의 고리들로 엮어지며 한 시대를 이루어가듯이, 작가 또는 그들의 작업이 자기시대 사회현실이나 문화와 서로 인자가 되기도 하고 대상이 되기도 하는 공생의 역학관계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술시장이나 현장프로젝트, 전시이벤트들이 많아지고, 시장성 있는 스타급 작가 위주로 관심들이 몰리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현실은 작가가 존재하는 상황이면서 창작활동의 언덕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주가 될 수는 없고, 그 현실여건이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도 늘 똑같지만은 않은 것이 미술사에서나 지금의 미술현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러나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분명한 작가의식과 예술관을 세우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굳건히 다져가는 일은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세상을 열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생존요건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광주 롯데화랑 / 062-22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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