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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너머를 꿈꾸는 어떤 픙경 - 박설 한국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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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5-18 19:16 조회8,5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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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너머를 꿈꾸는 어떤 풍경 - 박설 한국화전



    신예작가 박설 한국화전이 5월 4일부터 16일까지 유스퀘어 금호갤러리에서 있었다. ‘어떤 풍경’ 연작들로 구성된 이번 첫 개인전에서 박설이 그동안 탐닉해 온 먹 작업을 통한 수묵산수의 재구성 연작을 볼 수 있었다. 자유분방하게 먹색을 덧칠하며 스며들고 우려나며 번지고 흘러내린 화선지를 찢어가며 대형 화판에 첩첩으로 겹쳐가며 산수형상을 이루어 화면을 구성하는 독특한 방식의 작업들이었다. 전통적인 한국화, 호남 남화의 정형에서 벗어나고 기성 선배들의 작업과 회화세계를 달리하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자 그 욕구의 실행과정들로 보여진다. 


    “화선지를 찢어서 산세를 재구성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나 자신을 재확립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찢겨진 화선지는 나라고 할 수 있다. 갈기갈기 해체된 나를 다시 정형화시키고 안정감을 되찾는 작업이야말로 내 작품에서 내가 얻는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이다”고 말한다.    


    넓은 화면에 여백이 많고 근경부터 원경까지 농담의 차는 그 진폭이 크면서도 산의 윤곽과 능선들이 정갈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담대함과 청량감이 두드러지는데, 먹을 먹은 화선지를 찢어 붙이며 큰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방식에서 비롯된 특징일 것이다.


    화면은 대부분 수면과 맞닿은 산 아래의 수평선들과 구불거리거나 뾰족거리는 능선들이 조합되어 안정감과 역동감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이 같은 화면구성은 망망한 대해의 섬들로 보여지기로 하고, 허공에서 내려다본 듯 회오리처럼 구성된 산세들은 심산유곡의 굽이도는 계곡들처럼 보여지기도 하며 강한 울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적은 그의 작업노트를 보면 작품에 대한 고민과 탐구의 일단을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근래 시도하고 있는 ‘어떤 풍경’ 작품들은 주로, 원근법으로 전개되는 풍경이 아득한 시선을 따라 흐른다. 검은 산맥은 풍경 곳곳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하다…적막함마저 감도는 검은 풍경은 젊은 날의 암담함과 고뇌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지평선 저 끝에 담았다. 먹의 농담에 의해 형성된 여명과도 같은 빛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꿈과 청춘의 열정이자 내가 지향하는 바로 그 세계의 시작점일 것이다. 내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현실에서 시작되지만 결코 현실이 아닌 풍경을 지향한다. 검은 풍경 안에서 내가 먹과 호흡하고 그림이 호흡하듯이 현실과 호흡하고 타협할 수 있길 바란다. 그 유토피아적 세계를 갈망한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규칙적이지 않고 무자비하고 거칠게 오려진 화선지 조각조각을 차곡차곡 쌓으며 산세를 만들어 가듯, 난 얼마나 오랫동안 나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맞추려 노력했던가… 나는 그림을 그리며 상상한다. 내가 힘들 때 무거운 짐들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그곳을 상상한다…나의 심리적 풍경을 캔버스에 옮김으로써 다시 한 번 그 희열 속에서 나를 불어 넣는다”


    실제로 박설의 화면들은 남해 다도해를 아스라이 펼쳐놓은 듯 확장된 시야를 느끼게 하면서도 파도의 일렁임이나 물빛과 갯내음까지 소거해버린 적막감과 산등성이 사이사이마다 안개처럼 감싸 도는 먹빛의 농담 때문에 세속의 번뇌와 갈등이 사라진 선경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첩첩의 무거운 먹빛 산들은 온전히 털어낼 수 없는 이 생의 현재로 묵직한 바탕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근래 조형성과 채색, 매체의 개발에서 다양한 회화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젊은 화단에서 박설의 작업 또한 개성 있는 화폭을 일구어가는 시도의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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