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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정령들이 불밝히는 생명의 숲- 홍성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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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12-23 19:10 조회10,3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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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의 초대전으로 수묵화가 홍성민의 개인전 ‘생명의 숲’전시회가 지난 12월 19일부터 열리고 있다. 내년 2월 1일까지 해를 넘겨 계속되는 이 전시는 미술관 학예연구실에서 자료조사와 추천수렴, 2차에 걸친 심사를 거쳐 올해 두 번째로 마련된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장경화 분관장은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돋보이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적 기록과 고발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끌어안고 치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희망과 긍정의 가치를 찾아 전환시켜내려는 그의 세계관이자 조형세계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주로 2000년 이후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최근 2~3년 새 집중적으로 작업한 ‘아시아의 숲’ 연작들이 눈길을 끈다. 이전부터 계속해오던 대형 묵죽작업에서 연장된 듯 싶은데, 무수한 익명의 정령들과도 같은 굵은 필획들이 군중처럼 무리지어 화면을 채우면서 각각의 획들에는 횃불 또는 촛불과도 같은 밝은 반점들이 더해져 있어 언뜻 오월광주의 도청 앞 분수대를 둘러싼 수많은 시민들의 횃불시위 아니면 2008년을 뜨겁게 달궜던 온 국민의 촛불집회를 연상케 한다. 개별형체는 불분명하지만 거대한 힘을 만들어내는 민중 또는 시민의 결집된 힘을 이 사회를 지탱하는 생명력으로 해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밝은 점들은 때로는 어두운 화면 위를 유영하는 반딧불과도 같이 물결지어 흐르거나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우주의 별무리를 이루기도 하고, 희망의 종이배를 둘러싸고 빼곡히 채워지기도 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벽돌로 샘을 쌓고 그로부터 솟아오르듯 넓고 거친 붓질의 대나무들이 붉은 조명의 광목천에 힘차게 베풀어져 있고, 옆 전시벽면에도 그런 홍성민 식의 묵죽도들이 사선을 그으며 대형 화폭들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가 영산장 발원지 용소를 찾아 그린 수묵화와 함께 실제 용소 현장에 광목천을 두르고 촛불을 켜 제의적 의식을 행했던 사진자료를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수묵에 대한 과제와 함께 문득 대나무가

    내 가슴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대나무, 그 곧게 뻗은 저항과 유연한 탄력이 무릎 앞에 놓인

    하얀 화지의 한지 속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대나무 그림자는 인간과 신의 통로이자 매개체로 자리했다.


    나는 대나무 숲에서 떠도는 무수한 영혼들을 본다.

    대나무 숲의 하얀 그늘에서 버림받은 영혼이 숨을 쉬며 맑아지는 것을 본다.

    맑은 영혼이 스스로 자신의 업장을 씻어내며 해원을 이루는 숲,

    그 숲 속에 물이 고인다.

    그들의 보석 같은 눈물이 고여서 만든 샘이다.

    그곳에 아시아의 정신이 풀어져 있다.

    나는 그 샘에 붓을 적셔 맑은 영혼들이 숨 쉬는 하얀 그늘을 그리고 있다.

     

    (작가노트 중)

         


    홍성민은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80년대부터 주로 해방40년의 역사전, 反 고문전, 민족해방운동사전, 동학100주년기념전, DMZ민통선 미술전, 잃어버린 땅을 찾아서, 저항과 평화의 바다전 등 주로 현실주의 참여미술의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아울러 광주자유미술인회, 미술패 토말, 광주시각매체연구회, 미술운동 전국연합 등에 참여하여 활동해 왔고,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연락처 : 062-573-5753 / 010-2977-0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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