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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하 유작전-상록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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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02-21 17:20 조회9,4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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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도의 토착정서와 역사와 삶의 체취들이 짙게 배인 서사적 리얼리티 회화세계로 독자적인 화업을 닦아가던 중 불현듯 찾아든 병마와의 긴 투병 끝에 짧은 생을 마감했던 화가 이강하씨의 1주기를 맞아 유작전이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중견작가 초대전으로 [이강하 “열정의 삶과 투혼의 예술”]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2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농성동 상록전시관에서 마련되어졌다.


    그의 작업은 일반적 현장감흥 위주 지역양식에서 벗어나 남도민의 토속적 삶과 전통 민속문화, 이 땅의 역사와 기원 등을 소재 삼은 치밀한 사실묘사 작업들과 함께 그런 현실소재에 상상력을 곁들인 초현실적 회화세계들로 특징지어 진다. 가령, 80년대 중반까지의 가느다란 대발 사이로 은근히 드러나는 불상이나 사천왕상, 금강역사 같은 불교적 소재나 단청과 전통 목조건축 구조물들을 장인과도 같은 우직스런 끈기로 치밀하게 묘사해낸다거나, 영산강, 무등산, 월출산을 배경으로 화려한 무늬의 비단길을 내고 거기에 흙냄새 뻘냄새 진하게 찌든 남도의 어머니들을 주인공으로 올리거나 대조적으로 신비감이 감도는 젊은 여인의 누드를 배치하여 장중한 역사화와도 같은 풍경을 연출해낸 작업들을 볼 수 있다.


    그의 회화는 마치 거칠고 단단한 돌을 쪼아 형상을 이루어가듯, 아니면 한올 한올 정교하게 실을 엮어 천을 짜내듯 육신의 수고로움이 지독하게 배어든 장인 같은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거기에 자유로운 감흥이나 감성보다는 치열한 주제의식에 몰입된 상태의 화면을 대하는 진지함과 경외감이 화면 공간연출이나 소재구성이 돋보인다. 그가 나고 자란 남도의 질박한 땅과 유구한 역사와도 같은 강줄기, 무지렁이 삶의 깊은 주름과 고랑들에 대한 경건함이 짙게 묻어난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많은 작품들에서 들길, 산길, 물길들을 오방색 화려한 무늬의 비단으로 깔거나 그 정점에 무등산이나 월출산을 배치함으로써 질곡의 역사를 헤쳐 온 이 땅과 그에 파묻혀 살아온 사람들에게 극락천도와도 같은 극적 열락의 세계로 인도하고픈 간절한 희구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상록전시관 1, 2층의 크고 작은 전시실들에 맞게 대형 캔버스설치와 대작들, 드로잉과 소묘, 해외기행 소품작업들, 지구촌 이 곳 저 곳의 풍물들까지 여러 소장자들의 작품 등 90여점이 고루 모아져 있어 그가 집념으로 천착했던 작업들을 폭넓게 만날 수 있다. 전시기간 중에는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3월 13일과 27일 오후 3시에 큐레이터와의 대화 시간도 예정되어 있다.


    이강하는 1953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미술교육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0년 5ㆍ18광주민중항쟁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른 이후에도 수배를 피해 다녀야 했고, 1980년 동료 및 후배들과 남맥회(南脈會)를 창립하여 98년까지 남도회화의 새로운 맥을 틔우고자 노력하였으며, 여덟 번의 개인전과 [오늘의 지역작가전](89, 금호미술관), [비무장지대작업전](94, 예술의 전당), [한중교류전](2005, 광저우미술관) 등의 국내외 많은 전시회에 참여하였다. 5년여의 암투병 끝에 2008년 3월, 56세로 타계하였다.  



    상록전시관 :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 311-1 (농성지하철역 인근)

                        062-369-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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