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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투에 투영시킨 우리시대 풍속도 - 정희승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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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11-11 10:26 조회10,9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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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투에 투영시킨 우리시대 풍속도 - 정희승 개인전


    참여미술의 기본 바탕 위에서 끊임없이 시대와 밀착된 사실주의 회화세계를 펼쳐 온 정희승이 최근 시도한 작업의 변화들을 내보인다. 11월 12일부터 25일까지 5.18기념문화관 전시실에서 ‘도원으로 가는 길을 묻다 桃源問津’라는 이름으로  여는 네번째 개인전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전의 회화적 서정성이 짙게 뭍어나는 사실주의 회화작업들과 달리 화투의 도상들을 차용하여 주변 삶의 단편들과 시사성 있는 사회적 메시지들을 냉정하게 풍자, 묘사해내고 있다.  


    그에게 “삶이란 각자의 꿈과 이상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언제까지고 청년세대일 수만은 없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현재를 박차고 나갈 뚜렷한 길을 찾고, 자기 내부로부터 그 동력을 돋워내고 싶었던 거다. 말하자면,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작가적 태도와 의식, 회화적 표현형식 이상으로 창의적 가치를 더하고 싶은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실풍경만이 아닌, 그 속에 담긴 동시대 삶의 속내를 읽어내는 사실화법을 변함없이 취하면서 말이다.


    그런 회화적 변모의 소재로 삼은 것이 ‘화투 花鬪’다. 더없이 통속적이고 대중문화의 표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과 가치를 우리시대 문화에 대입시켜 자신만의 회화세계로 새롭게 재해석해 보고 싶었는데, 그 소재로 화투를 택한 것이다. 대중의 삶 깊숙이에 뿌리내려 오래된 민속놀이처럼 일상의 오락문화가 되어버린 화투에서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단초들을 발견해 낸 셈이다. 대부분 대중문화의 세태나 과도한 인간욕망, 현실에 드리워진 정치ㆍ경제 또는 정책의 그늘과 모순을 풍자적으로 함축시켜내는 수단이면서, 통상적인 화투도상에 일상에서 무시로 접하는 삶의 단편들을 엮어 생각꺼리가 있는 생활풍속도를 묘사해낸 것들이다. 눈에 보여지는 풍경과 그 뒤에 가려진 시대의 그림자, 누군가에게는 정반대인 현실 삶의 단편들을 역설로 풍자해내는 화법들이다. 방편으로 취한 하나하나의 도상이나 그림 자체보다는 담아내려 하는 ‘세상이야기’에 훨씬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런 주제가 있는 그림의 이야기 전개 효과를 위해 회화적 묘법의 흔적을 최대한 절제시키고 있다. 생활과 밀착되어 의미와 가치를 지녔던 민화의 쉬운 도상들과 일정한 상징체계, 이와 더불어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비판의식과 팝아트의 대중적 요소들을 기본 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번 화투 연작에서는 이미지의 도상적 함축이나 표현형식의 차분한 절제 때문에 이전 회화작품에서 보여지던 뭉클한 감동이나 짙은 서정성은 상당부분 약화되어 보인다. 물론, 여러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서정적 사실주의 유사양식에 함께 묻혀 가기보다 작가로서 독자성을 찾기 위한 탈피의 방식으로 일정부분 포기한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또한 주변의 낯익은 단일풍경들이 대부분이던 한동안의 친숙한 그림들과 달리 이미지들의 조합에 의해 연출된 화면으로 보여지면서 소재 때문에 기본적으로 확보해낼 수 있었던 친근한 현실감보다는 이미지들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 또는 생활이야기를 읽어내는데 주의를 기울여야만 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작품들이 지녀야 할 예술성과 사회성의 적절한 균형 맞추기, 아니면 그 어느 쪽으로 무게를 둬야 할지에 대한 자문자답의 과제들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가 부대끼고 있는 일련의 고민들을 드러내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잠시잠깐의 거리두기일 수도 있고, 결국은 그림이 속하게 될 화실 바깥의 세상 속에서 갈림길의 길을 묻기 위해 또 다른 만남들을 찾아 나선 것일 수도 있다. ’80년대 현실주의 참여미술의 2세대격인 그가 지금의 속앓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광주와 동시대 현실, 사회적 진실에 흔들림 없이 깊은 뿌리를 내리되, 예술세계 안에서만큼은 보다 넓은 세상까지 작가로서 존재감을 뻗어나가는 거듭나기가 되었으면 한다.

    - 조인호(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2009년 개인전 서문 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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