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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문화현장에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넘기 - 2010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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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10-05 16:44 조회10,9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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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문화현장에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넘기 - 2010광주비엔날레

    제8회 광주비엔날레(만인보, 2010.9.3~11.7)가 오늘로서 개막 33일째로 66일 행사기간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프레오픈 때부터 구겐하임미술관, 뉴뮤지엄 이사진들과 베니스ㆍ리용비엔날레 총감독 등 미술계 거물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뉴욕현대미술관(MoMA) 관장 일행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등 20여만 명의 관람객 중에는 역대 어느 행사보다 국외의 미술관련 전문가나 현장활동가들이 많이 섞여 있고, 전문가나 언론매체, 일반관객들의 다양한 반응과 평가 속에 대체로 호평들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행사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우아하다’ ‘무겁다’ ‘사진이 많아서인지 평면적이다’ 등등 저마다의 감상평들과 함께 각자의 문화에 대한 시각과 이해에 따라 다양한 평가들을 내리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나 눈여겨 볼 대목들도 그만큼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 전시는 예술창작과 대중문화 또는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고 나누어지고 변형, 집착, 재생되기도 하는 ‘시각이미지를 키워드로 삼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사진이미지가 두드러지게 많고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는 거장부터 신예까지의 회화, 영상, 설치, 대중매체들이 특별한 분류 없이 하나의 전시로 엮어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독 사회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이미지나 작품들이 많다. 아무래도 올해 행사가 광주비엔날레 창설배경과 직결되어 있는 5ㆍ18광주민중항쟁 30주년인 해에 열리고, 그에 따라 재단 측에서 당초 큰 방향으로 설정했던 ‘광주정신’의 재해석과 확장이라는 기획의도가 상당부분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1전시실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산야 이베코비치(슬로베니아)의 <바리게이트>는 편안하게 영면에 들기를 기원하며 눈을 감긴 모습으로 바꾼 5ㆍ18 사망자들의 영정사진들이 붙어 있는 방안에 검은 조복을 입은 10여명의 퍼포머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콧노래로 합창하며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또 올해 ‘광주비엔날레 눈예술상’을 수상한 구스타프 메츠거(독일)의 <역사적사건-바르샤바 게토의 폐쇄,1943년4월19일~28일>(1995,2009)는 한 무더기 무너진 벽돌더미 뒤로 게토로부터 양손을 올린 채 쫒겨나고 있는 유태인 어린아이와 여인들의 사진을 배치한 작품이고, 또한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치하에서 희생된 수용소 죄수들의 기록사진으로서 <뚜얼 슬렝 수용소 초상사진>(1975~79), 중국 문예혁명 초기에 사회주의 계급투쟁 선전미술의 모범으로 제시되고 순회전시를 한 바 있는 스촨미술학교의 사실주의 조각상들 <렌트콜렉션 코트야드>(1965, 재제작 1974~78), 폭격ㆍ폭력ㆍ자살폭탄 등으로 처참하게 짖이겨지고 훼손된 두상 사진들을 같은 연장선에서 마네킹에 못과 나사ㆍ볼트 등을 빼곡히 채워놓은 토마스 히르슈호른(스위스)의 <박혀진 페티쉬>(2006),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사후 30여년이 지난 뒤 그의 죽음과 관련하여 당시 그의 주검을 확인하고 촬영했던 사진기자와 인터뷰 형식으로 진실과 의문을 제시하는 영상작품 <당신이 날 사랑한 날>(1997), ’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의 사건에 대한 기록으로서 최병수의 <찢겨진 이한열 영정초상화>(1987) 등이 그 예이다.

    또 하나, 두드러진 특징으로 현대미술의 실험적 형식이나 예술창작의 범주를 넘어 대중문화 또는 일상의 흔적들이 함께 섞이어 연출된 전시구성 방식이다. 가령, 이번 전시기획에서 까다로운 임대절차와 공간조건들 때문에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지만 인형이라는 친숙한 생할소품이면서 특정시기의 관련 이미지들만을 집중적으로 모아 그 자체로 이미 특별한 시대문화를 들여다보는 문화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데사 헨델레스의 수집품 <테디베어 프로젝트>(1900~1940),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우원광(중국)이 시골마을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나누어주고 비전문인인 그들의 시각과 감성으로 자신들의 마을을 촬영하게 해서 만든 <나의 마을>(2006), 카피가 제거된 상태로 연작과도 같은 이미지로 전시되고 있는 김한용의 대중문화로서 광고사진 모음 <무제>,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의 한 예이면서 망자를 위한 안내ㆍ수호ㆍ보호ㆍ위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소박하고 정감 있는 형상과 색채의 목제인형들인 <꼭두 콜렉션>(19세기 초반~20세기 중반), 대중문화의 상징이기도 한 영화배우나 영화의 주요 장면을 극장간판으로 그려낸 박태규의 <메모리>(2002),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얼굴을 즉석에서 그려주는 20대 신예작가 4인의 초상화 그려주기 <잉여인간프로젝트>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특성과 함께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현대미술의 주요한 장들을 열어왔던 거장이나 유명작가,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인 예술작업들을 함께 만나는 매력 또한 특별한 것이다. 가령, 미국 대공황시절을 전후하여 농촌 소작농들의 삶의 단편들을 무표정한 건물들로 표현해낸 워커 에번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대까지 유럽 비정형추상(Informal) 형식의 인질연작을 통해 전쟁의 처절함을 고발한 쟝 포트리에, 60년을 전후로 한 팝아트의 상징이 된 앤디 워홀, 영상ㆍ조각ㆍ설치 등 다양한 매체들로 평범한 소재들을 이용한 실험적 이미지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는 브루스 나우먼, 60~70년대 극사실적 조각상들로 현대 도시인들을 형상화시켜낸 듀안 한슨이나 존 드 안드레아, 그녀 자신이 마치 배우가 된 듯 갖가지 메이크업과 의상으로 분장 치장하며 다양한 인물상들을 사진작업으로 펼쳐온 신디 셔먼, 일상의 산물이나 통속적 대중문화 또는 대량소비사회의 상업적 키치 오브제들로 가치의 문제를 뒤흔드는 제프 쿤스, 자연조건이나 특정 공간ㆍ오브제들을 이용해 장대하고 강렬한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 온 한국 실험적 전위예술의 이승택, 최근 국제미술무대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양혜규 등등의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현장을 그대로 한 자리에서 접하는 기회와 함께 이미지의 바다이자 시각문화 현장으로서 넓게 펼쳐진 이번 비엔날레 전시에서 특별하게 골라먹는 재미를 선사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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