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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와 상생의 미학- 웨르너 삿세 & 빈도름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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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5-10 17:19 조회9,3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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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이면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삶을 즐기고 있는 독일출신의 두 사람이 2인전을 벌였다. ‘화(化和華畵話禍椛...)’라는 제목으로 담양 창평 시골마을 안에 있는 달뫼 미술관(관장 신경호)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는 웨르너 삿세(Werner Sasse)의 수묵화와, 빈도름(Drik Fündling)의 밀랍촛불 설치미술 작품발표전이다.


    삿세 교수는 주로 수묵을 사용하면서 약간씩의 채색을 곁들여 모필의 획 맛을 살린 간결한 구성의 추상적인 화면들이 대부분인데,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화필을 들더라도 한 획 한 획이 화선지 위에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대화에 자신이 동참하고 그 속에서 요구되는 필선과 방점과 채색들을 곁들여 가면서 조화를 이루고 그림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그에게 그림은 마음의 불안과 압력과 그리움 분노 등을 다스리는 치유행위이자 그 그림과의 대화이며, 마음을 풀어놓는 장난이라 한다. 그것은 과거 한국의 한량들이 그랬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 무위자연 속에서 필요한 것들만을 집약해내는 정신적 행위와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의 그림들은 굵고 두터우며 거친 모필의 획들이 모여지면서 마음 속 풍경을 비춰내는 작업들인데 <기다리다> <靜動> <여유> <수평과 수직> <고요함> 등과 같은 명상적 분위기나 <바위가 태어난다> <뭔가가 튀어 나온다> <구금> <분노> 등처럼 강한 필획과 진한 채색들이 많이 결합된 형식 등의 추상적 산수들이 연작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삿세 교수의 한국학 제자이기도 한 빈도림은 주로 밀랍공예를 계속해 오면서 우주와 세상의 대립, 상극, 장벽들을 부드럽게 녹여내는 촛불의 미학을 추구해 왔다. 특히 그는 분단지역 베를린 출신이어서인지 한국의 현실과 연결되는 시사적이면서 그 극복과 해소를 갈망하는 설치미술 형식들의 밀랍촛불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시멘트 블록의 붕괴된 벽에 밀랍촛불들이 켜져 있는 <벽>, 세 개의 굵은 초들이 가시 돋힌 철조망을 녹여내는 <희망>, 두 토막으로 분절된 통나무 사이의 보이지 않는 틀을 촛불로 녹여내는 <균형> 등은 시사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다. 이와 함께 <작은 불꽃> <봉앳불> <일원상> 등과 같이 자연채취 밀랍들을 이용한 설치미술 형식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는 5월 10일부터 25일까지인데, 10일 2시부터 베풀어진 개막파티에서 삿세 교수는 즉석에서 화선지에 ‘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畵而時習之...’로 바꿔 쓰는 등의 퍼포먼스에 이어 통키타 연주와 함께 ‘아침이슬’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들이 지향하는 삶과 예술에 대해 작가와의 담화의 시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삿세 교수는 5월 11일(일) 오후 3시에, 빈도림 박사는 5월 18일(일) 오후 3시에 만날 수 있다.


    달뫼미술관은 창평 외곽도로에서 창평골프 간판을 보고 마을길로 1km쯤 들어가면 전에 마을 농협창고를 개조한 건물을 찾으면 되고,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10시 30분부터 6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


    삿세 교수는 1941년 프란크프루트 출신으로 보흠대학교와 함부르크대학교 한국학과 정교수를 지냈었는데, 1960년대 후반에 전라도 개발원조 사업에 참여했었던 인연도 있고, 2007년에 전남대학교 5ㆍ18연구소 객원교수로 오게 된 것을 계기로 아예 담양 창평에 터를 잡고 살면서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의 문화인류학과 석좌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빈도림 박사는 1953년 베를린 출생으로 1974년부터 4년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에 유학했었고, 보흠대학교 동양학부에 재학하면서 삿세 교수로부터 한국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때부터 효성여자대학교 독문학과 교수와 주한 독일대사관 통역관 등으로 있으면서 한국사람이 되었으며, 2002년부터 밀랍초 공방인 빈도림꿀초를 운영해 오고 있다.  


    달뫼미술관 : 061-382-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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