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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의 예술전통과 현실문화와 비엔날레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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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9-23 19:11 조회11,6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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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광주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 관심과 흥미를 끌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 초대된 지역연고 작가는 허백련 박문종 마문호 황지영 신호윤 남화연 등 모두 6명이다. 이들의 작업은 주제는 물론 특정 전시구성이나 작가, 작품을 강조하기보다 전체가 고루 펼쳐지면서 관객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접근과 해석을 바라는 이번 비엔날레의 현장에서 각자의 독창적 작업과 분명한 메시지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우 : 의재 허백련
    먼저 작고작가이면서 전통 호남남화의 거장이었던 의재 허백련의 경우, 의재미술관에서 엄선한 그의 수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양 또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새롭게 다가서게 하고 있다. 외국 비평가나 언론, 관객들의 경우 의재의 산수, 화조도 등 병풍작품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미술관의 경관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외국인 관객들은 ‘전통 문인화에서 느낄 수 있는 단아함과 현대미술의 파격적인 면모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거나 ‘인본주의, 자연친화 사상 등 허백련의 작품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또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담고 있으면서 발상과 표현기법에 있어서는 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작품이 공존하고 있다’고 소감을 피력하였다.(광주일보. 2008.9.10 참조)


    자연과 인공의 불확실성 : 황지영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들을 주된 소재로 한 <미소방> 연작을 선보이고 있는 황지영은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하고, 공공장소이면서 개인적 공간들이기도 한 화장실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비유적으로 비춰 보여주고 있다. 비엔날레전시관 3전시실에 연작으로 전시되고 있는 황지영의 사진작품들에 대해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감독인 케이 소피는‘고속도로 화장실이라는 대중적이고 자연적이며, 기능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평하였다.(광주일보, 2008.9.19 참조)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스쳐지나가듯 잠시 이용한 적이 있는 휴게소 화장실이 소재가 되어 우리의 현실문화를 말하고 있는데 대해 새삼스러워한다.


    현실 넘어로 상상하기 : 남화연
    광주가 연고이긴 하지만 외국유학 이후 서울에서 이제 갓 활동을 시작한 신예작가라 지역미술계에서는 아직 낯선 남화연은 <망상해수욕장> 영상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실험적 마임이나 표현요소를 극단적으로 절제시킨 현대무용 같기도 한 3채널 영상은 망망한 푸른빛의 해수욕장으로부터 상상의 또 다른 공간으로 전이된 듯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간다. 각 화면에 한명 또는 두 셋의 남녀 무용수들이 사각면이 주어진 바닥이나 구조물처럼 서있는 평균대, 삼각입방체만이 있는 적막과 고요의 공간 속에서 각기 알 수 없는 동작을 계속하거나 다른 등장인물과 영역이라도 다투는 듯한 극히 단조로운 동작들을 계속하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폭력, 적대감, 불합리한 관계들에 대해 극도로 단순화시킨 영상언어로 풀어놓은 것이다.


    장터 풍정 속에 미술을 결합하기 : 박문종, 마문호, 신호윤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대인시장이다. 롯데화랑의 박성현 큐레이터에 의해 제안 형태로 기획된 복덕방프로젝트의 5인 작가 중에 박문종, 마문호, 신호윤 3인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박문종은 남도음식의 상징이라 할 홍어를 소재로 홍어전의 빈 가게를 빌려 설치와 영상물을 선보이고 있는데, <1코 2애 3날개 4속살>이라는 홍어의 특징적 부위들을 제목으로 연결시키고 실리콘으로 떠 각목들에 걸어 말리듯 설치하고는‘만만한 홍어 x 팝니다’라는 때국 묻은 베니어조각 간판을 슬쩍 걸어놓았다. '만만한 게 홍어 x'라는 비속어를 빗대 소외되고 홀대받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사람들에 대한 시큼한 풍자를 벌여 놓은 것이다. 마문호는 한때 대인시장의 전자직거래 사무소였던 깨끗한 공간을 빌려 시장사람들의 초상과 삶의 풍정들을 마대포대나 비닐천막 등에 바느질로 수를 놓듯 묘사해 놓았다. 거칠고 낡은 비닐포장들과 꽃무늬 화려한 이불보나 몸배바지 천들을 기워 소박하지만 나름 폼나는 <열망>의 멋진 삶들을 옹기종기 둘러앉듯 설치해 놓았다. 그 뒷방에는 시장 좌판에 벌려놓은 곡식 주머니나 차대기들처럼 줄줄이 마대포대들을 허공에 매달아 띄우고 시장사람들 모습을 바느질로 묘사하고 있다. 신호윤은 벌집처럼 비좁은 3층 가게를 빌려 작가 레지던시 공간인‘집창촌’(집단창작촌)을 만들었다. 신호윤과 협업작가들은 각 층의 공간들에 기거하면서 개막 후 닷새정도 현장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 작업실의 흔적과 결과물들을 그대로 오픈 스튜디오처럼 보여주고 있다.


    현장 프로젝트의 확장
    대인시장에서는 이들 복덕방프로젝트의 참여작가들 뿐 아니라 협업작가인 이호동, 전정호를 비롯, 노정숙 윤남웅 신양호 등의 지역작가들이 마찬가지로 빈 가게를 빌려 뻥튀기나 아트북 가게를 열고 있기도 한데 시장 풍물 속에 섞여 색다른 볼거리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복덕방 프로젝트는 언론의 문화면 뿐 아니라 사회면에서도 큼직한 기사들로 소개되고,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은 생활현장과 밀착된 프로그램이라는데 많은 점수를 주고 있기도 하다.


    이전에 수창초등학교 방음벽(1997년), 상무신도심(2000년), 남광주역 폐선부지ㆍ광주 지하철 역사 및 전동차(2002년), 5ㆍ18지유공원(2002, 2004년) 등지에서 현장 프로젝트 형태로 개최지 광주의 역사와 문화, 삶의 현장을 비엔날레와 연결시키는 작업들이 있었다. 이들 프로젝트들은 그 의미나 가치에도 불구하고 주 행사장인 중외공원 비엔날레관에 비해 관람객들이 잘 찾지 않는다거나 이 곳 저 곳 찾아다니는 동선이 불편하다는 이유들로 평가절하되어 왔었다. 그러나 개최지의 곳곳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문화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이번 복덕방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에서 맥을 잇고 있다 하겠다.


    아무튼 최근 들어 작품세계는 물론 활동방식이나 통로에서 훨씬 폭을 넓혀가고 있는 광주지역 미술계가 비엔날레에 직접 참여 뿐 아니라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기획된 여러 형태의 시내 갤러리 미술관들의 전시들을 통해 또 다른 확장을 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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