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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병리적 정신세계- 김진화 '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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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12-24 18:23 조회10,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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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도 신세계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김진화의 ‘자기만의 방’ 초대전이 12월 19일부터 29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최근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현대인의 병리적 정신세계를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들로 공간을 구성하면서 그 이미지를 따라 오려진 여러 겹의 평면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겹치면서 입체적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 <켄타우루스들의 전쟁>, <과대망상>, <가면 속의 여인>, <거울의 방> 등 4점의 대형 작품은 모두 올해 제작된 작품들이고, 구상과정에서 습작형태로 작업했던 각각의 평면작품들과 작품설명, 이번 주제전과 연관된 최근의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이 가운데 <켄타우루스들의 전쟁>은 아치형의 신전 입구가 무대배경처럼 틀을 잡고, 펼쳐진 우산과 달리는 말 위에서 뒤를 돌아 활을 당기는 켄타우로스의 도상이 반복되면서 흑백의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현대인의 편집증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인간 상호간에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며... 인간 사이의 신뢰보다는 돈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삭막함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편집장애의 본질적인 양상은 근거 없는 의심이므로 현대사회는 편집장애를 키우기에는 아주 비옥한 토양일 것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곡선을 이루는 우산의 형태들과 누군가를 향해 활을 당기는 켄사우루스의 역동적인 선묘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무채색의 칼라와 규칙 바른 선들과 함께 생명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과대망상>은 격자무늬 배경의 사각의 방이 여러 겹으로 엇갈리며 깊이 함몰되는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 화병과 유리컵과 촛대와 골동품과 새와 꽃들이 공중을 부유하듯 떠다니고 있다. 현대인의 과대망상증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어떠한 상황이나 현상을 현실의 진실보다 과대평가하거나 확대해석하여 본인 중심의 사고로 대응(하는 경험들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물이 놓이는 위치를 변화시켜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성향들을 전달하고 있다’. 전체구조로 본다면 밝은 원색을 띠는 가장 뒷 배경의 액자 속 그림의 소재들이 제작기 이탈하여 점차 무채색으로 빛바래가면서 앞쪽으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가면 속의 여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의 내면에 크고 작은 상처로 자리하고 있는 콤플렉스를 가진 다중인격을 표현’하고 있는데, 4겹의 각 장들에서 여인들은 각기 다른 의상과 가면을 착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맨 앞장은 우리 내면에 벽처럼 쌓아져 있는 콤플렉스의 모순을 벽돌벽으로 표현하면서 잔디를 부착하여 계속해서 자라나는 콤플렉스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두 번째 장은 벽돌로 표현된 의상과 가면으로 타인과의 벽과 다중인격 성향을 보여주며, 세 번째 장은 허영심을 상징하는 카시오페아 별자리 이미지의 의상과 꽃무늬로 치장된 가면을 쓴 여인을, 가장 깊은 네 번째 장은 기도문이 쓰인 날개달린 의상과 가면으로 공중을 날고 있는 여인을 통해 사라졌다 나타나곤 하는 콤플렉스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거울의 방>은 자기도취증을 다루고 있다. 꽃의 수술을 강조하여 남성 성기모양을 상징하거나, 자연적 인간본성으로서 자기애를 나타내는 꽃과 수풀들, 그런 겹겹의 층들을 지나 문득 관객이 자기모습을 비춰보게 한 거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네 쌍의 설치작품 중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장식적인 장치 속에 비친 자기모습을 들여다보며 머리나 옷매무새를 만지고 자세를 바꿔보는 관객들을 보게 된다. 

    이와 함께 이번 주제전과 관련된 소품들인 <One Day...>, <Day Dream>, <데자부>, <불면증>, <별을 모으는 여인> 등 문학적 서술성, 연극적 무대배경, 상징적 초현실주의 등이 결합된 소품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이전에 작은 상자형태로 시도했던 몇 겹의 중첩되는 입체그림이나, 전시공간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여 각각의 소재들의 위치를 무대장치처럼 몇 겹으로 세워 입체적인 공간을 꾸미기도 했던 이전 발표작의 연장선이면서 또 다른 시도를 보여준다. 특히, 초현실주의적인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입체적인 공간구성으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열어 보이는 김진화의 이번 전시는 온갖 일상의 현상들에 휘둘리느라 잊고 있던 내안의 나와 동시대 삶의 표정들을 반추해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광주 신세계갤러리 062-360-1630

    김진화 010-5557-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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