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될 빈집에서 맛보는 '그 여자의 누룽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6-10-30 15:34 조회10,88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재개발에 밀려 곧 철거될 예정인 시내 골목길의 빈집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NONAME 창립전으로 열린 최선 이진상 박인선 세 신예작가의 '그 여자의 누룽지' 전시다(2006.10.21-31). 광주시 남구 백운동15-17번지, 전시장 이름은 없다. KBC광주방송 앞에서 백운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타다 오른쪽 까치고개 동5길이라는 좁은 2차선 비탈진 길가 기와집이 전시장이다. 원래 일제말 태평양전쟁시기에 일본 川端畵學校를 유학하고 돌아와 교단에 서다 광주교육대학에서 퇴임한 서양화가 고 손동 화백이 작업하던 집이다. 그래서인지 전통 한옥과 일본식 다다미방, 비탈진 지형을 따라 부분적으로 1층과 2층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마당으로 길이 나면서 집주변이 옹색하게 좁혀진 상태이다. ‘noname’은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동문들인 세 작가가 모임의 활동성격, 표현형식 등에 특별한 범주를 정하지 않고 서로 창작활동을 북돋워가는 의지처이자 거점으로 삼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첫 창립전인 이번 ‘그 여자의 누룽지’전은 박인선의 외가이자 최근 그녀가 작업실로 써 오던 이 집을 도시개발 속에 사라지기 전에 특별한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셈이다. 창호지와 벽지를 뜯어내고, 흙벽을 전시벽면으로 이용하면서 중천장을 없애 선채로 관람하는데 따른 층고를 최대한 높이면서 크고 작은 구조 그대로 전시공간들이 되고 있다. 이진상(27)은 상체 가슴부분과 얼굴을 닥지로 떠낸 데드마스크 형식의 인물 형상들을 흙벽과 일기형식의 낙서를 배경으로 설치하거나, 아래층 골방에는 역시 닥지 덩이들과 함께 여성의 신체를 먹작업처럼 묘사한 드로잉 작업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박인선(25)은 대부분 자신의 얼굴을 소재로 한 작은 캔버스의 회화작업들을 화장실과 아래층 골방에 붙여놓거나,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눈썹이 자라고 줄어들거나 쏟아지듯 빠져 내리는 영상을 벽장에 설치한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생활속 일상적인 소품들을 비닐봉지에 넣고 네임택을 붙여 가방으로부터 벽과 천정까지 흩어 설치하거나, 마네킹에 광목의 옷을 지어 입히고 거기에 낙서형식의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최선(27)은 다다미를 걷어낸 유리창이 있는 방의 장롱 뒷면 칸칸에 웅크린 여성을 그려 넣거나, 여성 신체 일부를 채워낸 패널회화와 바퀴벌레가 곁들여진 작은 상자그림들을 보여주거나, TRAUMA VS TRAUMA 벽면에 ‘가장 아팠던 기억이나 안 좋았던 기억을 기록’하도록 낙서벽을 마련해두기도 하였다. 세 작가가 특별히 전시의 방향을 정하지는 않았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여성의 신체를 소재로 성적 자아, 정체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공통점을 볼 수 있다. 20대 수업기 또는 미술계 초년생으로서 갖는 심적 불안과 긴장, 꿈, 의지들이 복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너무 열악한 조건의 폐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재미난 발상에 비해 아직 작품에서는 또렷한 메시지와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차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들을 계속하면서 키워나가야 할 과제로 남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