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분청의 맥 - ‘긴 호흡이 만든 시간 사이로 걷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현화 작성일22-04-15 13:05 조회2,53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지역 도자전통의 맥과 현재 활동을 조명하는 무안분청 전시 무안분청의 맥 - ‘긴 호흡이 만든 시간 사이로 걷기’ 2022.02.19-04.24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이전 생략) 2022년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의 첫 전시로 개최되는 ‘긴 호흡이 만든 시간 사이로 걷기’는 무안, 더 넓게는 호남 지역 도자예술의 역사를 조망해 보는 전시이다. 무안 지역은 분청사기의 본거지로서 도자공예의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많은 도예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지역 도예가들의 작품들 살펴보는 일은 시각문화로서 지역문화나 역사, 지리적 환경 등 정체성과 관련된 맥락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고려 말 청자가 쇠퇴하고 조선시대 백자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 사이인 대략 15세기 무렵 민요를 중심으로 서남해안지방에서 전성기를 이루었던 것으로 알려진 ‘무안분청’의 기법은 매우 다양했다. 무안의 해제면이나 혹은 석진면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도요지의 파편을 보면, 반덤벙기법 외에도 조화문, 인화문, 귀얄문, 철화문 등 여러 문양이 나타난다. (중략) 이번 전시에는 무안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작가들이 초대되었다. 분청사기의 복원과 전승을 꿈꾸는 정인수 명장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고 있는 젊은 작가인 임영주, 박미경, 윤귀연이 참여한다. 정인수는 한국 도자기 취재를 위해 들어온 일본 기자단의 통역을 맡아 분청사기 가마터를 답사하다가 몽탄 몽강리의 옹기 굽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그는 모든 걸 팽개치고 1975년 무렵 이곳에 옛 가마를 복원시키고 직접 도자기를 구우며 도예가로 정착하였다. 몽강리에 머문 지 50년이 훌쩍 지난 그는 그동안 전통 도예가들을 초청하여 분청사기의 상감, 박지, 인화, 조화, 철화기법 등 전통을 복원함으로써 분청사기의 맥을 이어 온 명장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람가는 대로 그려진 솟대 그림이 있는 귀얄기법의 항아리와 거친 흙을 다루는 손맛이 느껴지는 인화문 단지를 보여준다. 임영주는 장작 가마 번조와 무유소성의 전통을 고집함으로써 자연적 미감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항아리와 사발을 전시실 바닥에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사이를 산책하도록 하였다. 작가의 오랜 시간이 빚어 낸 수많은 그릇들은 무리를 지어 각기의 형태와 색을 지우고 담담한 추상화처럼 그 자리에 그냥 ‘있다存在’. 그의 그릇들은 ‘자연스러움’과 ‘무위’라는 무안자기의 전통을 흙과 불과 인간이 더 없는 조화를 이루며 바람처럼 속삭이는 대화로 들려준다. 흙과 불과 물의 근원으로 생성된 인간은 아마도 자연을 닮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 넉넉한 그릇의 속삭임을 ‘치유’의 소리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윤귀연은 분청기법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보여준다. 의상학을 전공한 그녀는 흙을 얇게 펴서 부드러운 마티에르를 형성한 뒤에 마치 옷감처럼 다룬다. 그녀는 이 옷감과 같은 흙판을 알맞은 크기로 재단하여 자르고 붙이고 세워서 공간을 형성하고 균형을 이루어 몸체를 구성해낸다. 흙에 두텁게 바른 분청은 잔물결 같은 마티에르를 나타내기 위해 긁어내고 잘라진 단면들을 시킴하는 타렴 행위는 자연의 속성인 여성성의 측면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박미경은 진달래, 개나리, 연꽃, 모란 등의 꽃을 모티브로 한 문양을 접시에 그려내어 일상으로부터 얻는 기쁨과 환희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굵고 자유로운 선과 다채로운 색을 지닌 꽃잎의 형상으로 계절의 바뀜에 따라 순환하는 자연의 흐름과 원시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는 그녀의 접시는 자유롭고 분방한 선으로 조각된 조화문 분청사기 전통을 현대적 공예 디자인으로 변용시키고 있다. 공예의 세계는 이미 기록되어진 사건들과 역사라기보다는 그것을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가 건넜던 그리고선 곧 잊어버렸던 다리,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지역의 박물관 소장품 하나가 특정 시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정치・사회의 흐름이 만들어낸 대중들의 풍습과 일상이 실제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다가오도록 만드는 하나의 시각문화로서의 단서 혹은 증거로서 역할을 했던 것을 상기해보자. 그러므로 어떤 시대에 생산된 공예품을 살펴보는 일은 역사적・지리적 환경과 인문학의 내용을 담는 형식으로서 그리고 생산과 노동력의 가치에 대한 물질적 증거로서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적 풍습과 문화의 단면을 읽어보는 일이 될 것이다. 무안 도자기의 역사가 품고 있는 지층에는 지역 문화의 전통을 지속시켜 온 미적 상상력과 힘이 존재한다. 또한 ‘타자의 쓰임’으로부터 아름다움과 가치를 추구하는 공예가 주체는 자기 자신의 메시지나 인간중심의 역사보다는 자연과 생명을 중시하고 이를 지속시키고자하는 생태주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도자기의 역사는 우리에게 자연으로부터 ‘치유의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이하 생략) - 박현화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관장) 윤귀연 <型>, 2022, 혼합토, 화장토, 1230도 환원소성 윤귀연 <PropI 1-5>, 2022, 혼합토, 화장토, 1230도 환원소성 박미경 <花器-꽃길을 걷다>, 2022, 분청토에 분장, 음각, 시너유, 1250도 산화소성, 지름45xm 24점 박미경 <여인의 향기>, 2021, 물레성형 정인수, 인화, 귀얄분청 항아리 모음 정인수 <귀얄문 항아리>, 1987, 황토혼합토 정인수 <인화분청 항아리>, 황토혼합토 임영주. 장작가마 무유소성 단지, 접시 무안분청전 전시 전경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