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현대미술 30년의 ‘두 번째 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05-03 10:37 조회2,285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광주시립미술관 30주년전 '두 번째 봄'에서 '역동과 실험' 섹션 일부 광주 현대미술 30년의 ‘두 번째 봄’ 2022.04.26-07.10 / 광주시립미술관 20세기 광주 현대미술에서 1940년대와 60년대 이후 세 번째 변곡점인 1990년대는 뜨거운 격변의 시기이자 대전환기였다. 80년대의 시대사적 충격과 상처를 딛고 공동체 힘의 결집을 통한 사회변혁을 주도했거나 학습기에 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세대들, 거기에 뒤늦게 불어 닥친 포스트모더니즘의 자극이 더해지면서 일탈과 변화욕구가 폭발적으로 표출된 시기였다. 90년대 초부터 급속하게 진행된 신진·청년세대들의 동시다발적인 단체결성과 파격적 조형실험, 잇따른 해외유학과 귀국, 80년대와는 또 다른 어법의 민중미술 현장활동, 청년세대 의기투합으로 펼쳐낸 두 번의 광주미술제 개최, 광주비엔날레 창설과 그 자극에 대한 갈등과 수용, 일상 속에 미술의 접목과 확장 등이 이어지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미술판도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런 바탕 위에서 들뜬 기대감의 뉴밀레니엄프로젝트들과 함께 새천년이 시작되었다. 이때는 사실 90년대 전반만큼의 폭발적 에너지는 아니었지만, 시대사의 분기점에서 또 한 번의 재도약을 꿈꾸며 이후 점차 개별성과 독자성을 중시하는 다원주의가 확산되었다. 그런 광주미술 30년의 숨 가쁜 전개를 되비춰 보는 전시회가 4월 26일부터 진행 중이다. 격변의 소용돌이가 한창 일어나던 1992년에 지역 공립미술관으로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광주시립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여러 기획전의 하나로 ‘두 번째 봄’을 기획한 것이다. 전시명 ‘두 번째 봄’은 미술관의 역사이기도 한 광주미술 30년을 되짚어 본다는 의미이면서, 열정 가득했던 90년대 초와 같은 광주미술의 새봄을 새롭게 맞이한다는 의지가 함께 담겨져 있다. 따라서 전시는 지난 30여년의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광주미술의 중요한 분기점과 그것이 미친 영향들을 이 시기 주역들이었던 33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조명하고 있다. ‘역동과 실험’ ‘빛의 도시 광주-뉴미디어어아트’ ‘연대와 확장’ 등 3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그 어느 때보다 왕성했던 90년대 광주미술의 창작열기로부터 현재까지를 당시 작품과 그들의 이후 혹은 요즘의 작품들로 연결 지어 살피고 있다. 먼저 ‘역동과 실험’에서는 전통화법과 80년대 민중미술로부터 점차 독자적인 파필 일탈의 먹과 흙그림을 그려온 박문종, 시대와 역사를 담은 민족적 회화형식을 탐구해 온 송필용, 천지간의 조화에서 찾은 순수자연의 웅혼한 우주 기운을 사유의 화면으로 담아내는 강운, 직시의 세필 수묵사실주의에서 점차 묵직한 수묵의 울림으로 뒤틀린 시대현실을 풍자해 온 허달용, 전통 회화요소를 재해석한 사실주의 채색화로 시대를 반추해 온 임남진작품 등은 광주 사실주의 미술의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또한 90년대 초 한창이던 해체추상으로부터 점차 간결 함축 화면으로 이행한 조근호, 수묵 대신 거친 채색과 전지부적, 목각꼭두, 짚풀허수아비 등 민속문화에 뿌리를 둔 윤남웅,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키네틱아트 공간설치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던 손봉채, 농경시대 신화적 가축들과 인간관계처럼 이질적 갈등관계들의 해소를 독특한 조형어법으로 풀어내는 김상연, 먹의 함축성을 사유의 화두로 삼아 파격적 시도를 거듭해 온 정광희, 자연과 인간의 사회적 생태환경 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조형설치로 담아내는 박정용, 90년대 초부터 시작해 지금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광주 행위예술 역사를 일궈 온 김광철등의 활동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뉴미디어아트’는 신매체 탐구의 대표적인 분야이면서 광주시가 주력하고 있는 시각예술과 도시문화산업의 정책이 연계되어 있기도 하다. 빛의 반사효과 설치작업과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부터 명화의 재구성을 거쳐 요즘 DNA코드연결 미디어영상 작업까지 광주 미디어아트 대표주자인 이이남, 회화에 기반한 미디어아트의 시청각적 효과를 장소와 무대를 넓혀가며 투사 접목해 온 진시영, 영상구성과 더불어 미디어화면만이 아닌 공간에서의 투사방식과 화면효과를 꾸준히 탐구해온 박상화등은 선도 주자들에 해당한다. 더불어 설치와 영상을 결합하여 DMZ의 원초적 평화를 전하는 정기현, 입체조형에 빛의 효과와 영상을 접목시키는 정운학, 비정형회화를 미디어아트로 재창출해내는 신도원, 존재와 정신의 뿌리를 찾아 다층적 영상으로 마음의 시를 배달하는 이매리, 영상구성 효과와 투사소재를 계속해서 실험 확장시켜가는 임용현, 카메라로 비춰지는 공간 안팎의 관계뿐 아니라 빛과 색채의 기하학적 구성미를 탐구하는 정정주등의 작품들로 다양하다. 여기에 더하여 사진의 현장기록성과 카메라 옵스큐라 촬영을 병행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온 조현택, 독자적으로 개발한 특수 촬영기법과 신화적 환상세계 연출로 그만의 사진세계를 펼쳐온 이정록, 행위예술이 주된 활동이지만 신도원과의 협업영상으로 미디어아트 파트에 작품이 걸린 펑크파마(임순종)등도 이 섹션의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세 번째 섹션 ‘연대와 확장’은 비교적 최근의 작업들이면서 미술의 사회적 연대와 독자적 창작세계로 시각예술을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들이다. 시대사적 상처와 그늘을 찾아 게릴라퍼포먼스와 집단 미술행동으로 세상과 시대현실에 예술을 접속시키는 주홍의 활동흔적들, 시대사와 세상사의 편린들을 빼곡이 채운 사진 컷들로 펼쳐놓은 최요안, 공간의 안팎과 이질적인 관계 또는 시공간의 이면을 연결 지어 시각과 의식의 확장을 꾀하는 권승찬은 연대 작업의 좋은 예들일 것이다. 아울러 내면의 상처와 그리움을 짙푸른 세필 가시들의 중층적 묘사로 사유세계를 풀어내는 윤세영, 기억의 트라우마에서 발견해낸 이면세계 존재들과의 공생관계를 기묘한 상상과 정교한 세필묘사로 드러내는 김설아, 염색 한지의 부드러운 촉각적 효과를 마음의 창과 같은 패널에 바람의 결로 펼쳐놓은 표인부, 절묘한 종이커팅의 2차원 평면들이 집합된 3차원적 허와 실의 형상을 꾸며놓은 신호윤, 섬세한 묘법의 회화와 풍경사진을 결합시켜 실재인 듯한 환상경을 연출해내는 박인선, 번잡한 삶이지만 내면의 고요한 침잠으로 비움의 휴식으로 이끄는 김자이등은 시각매체와 표현형식, 인식과 사유의 확장을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참여작가는 33명으로 간추려졌지만 지난 30년 동안의 다양한 작업들을 한정된 공간에 집약하다보니 전시장은 팽팽한 긴장과 다양한 개성들로 거의 빈틈이 없다. 그만큼 백가쟁명 속에서 볼거리도, 기억해낼 거리도, 생각거리도 많은 전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로 소환되지 못한 기억해야 할 작품이나 활동들도 헤아릴 수 없을 테고, 이는 아카이브 자료영상으로 대체하고 있다. 광주미술문화연구소가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30여년 광주미술에서 의미 있는 활동들을 6개 키워드로 엮어 사진기록 영상으로 엮어놓은 것이다. ‘시대와 함께’ ‘일탈과 파격’ ‘일상 속 미술’ ‘행위의 언어’ ‘비엔날레와 함께’ ‘뉴미디어아트’ 등인데, 전시를 보충하기 위해 제작된 자료인 만큼 함께 들여다보면 광주미술 30년을 훨씬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 조인호(광주미술문화연구소) '역동과 실험' 섹션에서 조근호 <도시의 밤>(2003, 2001) '역동과 실험' 섹션의 손봉채 작품 <보이지 않는 구역>(1997)과 <꽃들의 전쟁>(2022) 일부 '역동과 실험' 섹션의 박문종 <흙장난>(1997)과 허달용 <담양에서-장마II>(2017) '뉴미디어아트' 섹션 일부 '뉴미디어아트' 섹션 일부 '뉴미디어아트' 섹션의 이매리 <Poetry Delivery>(2015) '뉴미디어아트'에서 이이남의 <기운생동>(2022) '연대와 확장' 섹션 일부(표인부, 신호윤, 윤세영 작품) '연대와 확장' 섹션에서 주홍의 <생명평화연대> 활동 아카이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