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의 ‘존재와 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명지 작성일23-10-01 12:06 조회1,98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한희원 <상처받은 별을 향해 걷다>, 2023, 캔버스에 유채, 194x259cm 한희원의 ‘존재와 시간’ 2023.09.07-12.17 / 광주시립미술관 “삶과 죽음이 교차하거나 공존하게 되면서 한희원의 그림에 나타난 공간성과 시간성도 이전의 세계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강과 하늘의 경계가 흐려지고, 빛과 어둠은 서로 충돌하거나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 형상들이 희미해지거나 뭉개진 자리에는 다양한 색채가 별빛처럼 흩뿌려져 있다. 이 모호하고 다층적인 공간을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희원이 그려내는 공간과 시간은 단순히 낭만주의자가 꿈꾸는 ‘유토피아(Utopia)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굳이 그 공간에 이름을 부여하자면, 미셸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에 가깝다.” - [한희원의 존재와 시간] 도록(2023) 나희덕 평문 중 발췌 광주를 기반으로 창작활동 중인 중진화가 한희원의 초대전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대학 시절과 화단에 등단하는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45년여 간의 회화세계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다. 그의 작품에 깔려 있는 사회현실과 예술의 관계, 문학적 시심과 회화적 표현의 관계, 화폭의 촉각적 마티에르나 색채와 시지각적 감동의 울림 등에 관한 탐구와 몰입의 축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광주시립미술관 김명지 학예연구사가 몇 가지 묶음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한 글 일부를 아래에 옮겨 본다. - 편집자 주 민중의 아리랑한희원은 대학졸업 후 1981년부터 1991년까지 순천상업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미술작품활동을 이어간다. 당시 그는 예술에 소외된 농촌생활을 체감하고 민중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이 시기에 아리랑을 소재로 목판화와 회화작품을 제작한다. (중략) ‘아리랑 시리즈’는 1980년대 중반에 제작된 작품으로 섬진강에서 만난 사람들을 모델로 제작된 민중미술 작품으로 누런 포장지나 장판지에 색연필이나 연필, 콘테의 밑그림에 수채물감이나 과슈를 엷게 승화시켜 구현하고자 한다. 그는 “과거로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굴곡진 역사의 현장에 몰입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이 화가의 책임이라면 그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며 민족의 한과 정서를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였다.(중략) 바람의 풍경한희원은 1990년부터 내면적 서정을 시각적 조형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시도의 작품을 한다. 이번 섹션에서는 광주로 이주한 이후 제작한 작품이 전시된다. 한희원의 풍경화는 사실적이고 서정적인 풍경화와 자연의 심상을 바람과 안개를 이용해 몽환적으로 그린 추상적인 풍경화로 나눠 선보인다.(중략) 한희원은 보이지 않는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사실적인 것을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은 형태적인 것보다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이 된다. 외부의 대상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자신의 마음 속에 일으킨 반응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의 눈은 분명 바깥을 향해 있으면서도 정작 그가 보고 있는 곳은 제 마음속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 생의 노래세 번째 섹션인 ‘생의 노래’에서는 나무와 꽃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의 삶과 생에 대한 갈망, 그리고 희망을 전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한희원은 오랫동안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하였으며 이러한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우연이든지 아니면 필연이든지 간에 나는 나무의 존재에 깊이 빠져들었고 그냥 식물로서의 존재가 아닌 영혼을 지닌 존재로 맞아들이게 되었다. 숲속에 무리지어 있는 나무보다 언덕 위나 강변, 그리고 길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에 더 마음이 갔다. 그것이 험한 세상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홀로 세찬 바람을 견디어야 하는 인간들의 숙명적인 모습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를 좋아하고 그렸다.”라고 하였다. (중략) 한희원은 2000년대 이후부터 꽃을 중심으로 한 정물화 작업을 한다. 그가 그린 꽃 정물화는 기존의 꽃 정물화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그는 형태를 그리고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여 형태가 겹치고 일그러진 모습을 강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작품 속 꽃은 물감이 흘러내리고 겹쳐져 형태가 물질화된 꽃으로 변화되어 딱딱하게 박제된 꽃처럼 보인다.(중략) 피안의 시간존재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초기부터 지끔까지 그의 작업을 관통하고 있는 큰 주제이다. 한희원은 가시적인 존재와 비가시적인 존재에 대해 침잠하고 그 생성, 그리고 시간이라는 과정과 흔적을 탐색하고 있다. 1997년 섬진강 여행, 2010년대 중반 히말라야, 인도 북부 라다크(Ladakh) 오지 여행, 그리고 2019년 1년 동안의 조지아(Georgia) 여행을 통해 그는 자연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영적인 기운과 본질, 더 나아가 자연과 우주의 내면적 본질에 대해 심도 있는 사유를 하게 된다.(중략)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본질을 미학적으로 탐색하고 고형언어로 표현한 ‘생 시리즈’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된다. ‘생 시리즈’는 인간, 자연, 우주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제기되고 존재의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감정인 탄생, 죽음, 사랑, 기억, 안식, 상처를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2020년대 한의원의 근작에서는 거친 터치와 강한 마티에르 표현을 통한 두꺼운 질감의 표현이 강조된다. 이러한 방법적인 변화와 더불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색과 서사에 대한 침잠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희원의 초기 민중미술 작품부터 최근 신작 ‘생 시리즈’까지 아우르는 전시로 한희원의 작업세계 전반을 조명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 김명지(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한희원 <가난한 사람들>, 1978, 캔버스에 유채, 180x360cm 한희원 <보성강에서>, 1985, 목판화, 39x97cm, 전남대박물관 소장 한희원 <섬진강 이별노래>, 1988, 종이에 수채, 색연필, 84x116cm, 광주시립미술관 사진자료 한희원 <깊은 상처와 나무>, 2001, 캔버스에 유채, 먹, 흑연가루, 246x132cm / <장승처럼 서 본다>, 1987, 종이에 수채, 색연필, 80x44cm, 전남대박물관 소장 한희원 <세기적 풍경>, 2016, 캔버스에 유채>, 146x260cm 한희원 <생의 꽃>, 2016, 캔버스에 유채, 65.2x53cm 한희원 <이방인의 소묘>, 2023, 종이에 목탄, 아크릴릭, 145x227.5cm, 광주시립미술관 사진자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