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블라주, 다문화 사회를 은유하는 예술적 상상력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백종옥 작성일24-10-08 10:38 조회62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박문종 <문전옥답>, 2024, 종이에 먹과 흙 몽상블라주, 다문화 사회를 은유하는 예술적 상상력 2024.09.03-12.08 / 전남도립미술관 한국 사회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처럼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동시에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전체 인구의 약 50%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 타 지역의 군소 지자체들은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학업, 결혼 등 여러 이유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로 꾸준히 이주해 오고 있다. 그들은 이미 한국 사회 구성원의 일부가 되었다. 이른바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는 말이다. 특히 전남은 다문화 가정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에 대한 인권과 타 문화에 대한 존중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한 사회의 문화는 타 문화와 교류하고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진화하기 마련이다. 끊임없는 이종 교배적 섞임 없이 문화 발전은 불가능하다. 외부의 자극과 충격이 없는 사회는 문화적으로 정체되고 보수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쇄국, 통제, 배척이 지배하는 사회가 어떤 파국을 맞이했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희망을 가지고 한반도를 떠나 세계 곳곳에 정착해 살아온 사실도 알고 있다. 이런 점들을 염두하고 ‘이주’라는 보편적인 현상과 타국, 타 지역 출신의 ‘이주민’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리 문화와 타 문화를 서로 이어주고 전파해주는 매개자이자 우리 문화를 자극하고 풍요롭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더욱 신중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보며, ‘우리’라는 개념 안에 이미 그들이 함께 녹아들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처럼 작금의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이주’ 현상과 그 중요성에 주목하여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였다. 전시 방향을 고민하면서 ‘이주’라면 흔히 연상되는 역사, 사회 문제나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을 지양하였다. 대신 이주의 개념을 육체의 공간적 이동뿐 아니라 이주민 각자에게 내재된 꿈, 무의식, 환상, 종교, 신화 등 정신세계의 이동까지 의미하는 것으로 확장해서 바라보고 그런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한국 사회는 이미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과 정신세계를 지닌 이주민들이 함께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을 <몽상블라주 夢想blage>라고 지었다. 한자어 ‘몽상(夢想)’과 입체적인 오브제 콜라주 기법을 가리키는 미술 용어인 ‘아상블라주(Assemblage)’를 조합하여 ‘몽상블라주’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몽상블라주는 ‘꿈들의 집합체’라는 의미로 ‘다양한 구성원들의 꿈이 모이고 뒤섞여 있는 사회’를 은유한다. 이 같은 주제 하에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상상력으로 몽상블라주의 풍경을 함께 펼치게 되었다. 전시는 ‘이주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해석한 3개의 키워드(모태, 변이, 혼몽)와 관련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태(母胎, matrix)는 ‘자신의 존재가 발생한 토대인 태생지’를 의미하며, 주로 태생지의 역사와 전통, 문화적 정체성과 기억 등을 다룬 작품들을 포함한다. 모태에는 김형숙, 박문종, 엘 아나추이, 윌리엄 켄트리지의 작품들이 속한다. 변이(變移, move and change)는 ‘장소를 옮겨서 변한다’는 의미로 이주를 통한 환경과 현실의 변화를 가리킨다. 변이에는 전쟁, 정치 격변, 인종 차별 같은 사회적 문제나 개인 사정 때문에 새롭고 낯선 환경으로 이주하면서 경험한 문화적 갈등, 자기 정체성 고민 등을 표현한 작품들이 포함된다. 박동화, 정영창, 투안 마미의 작품들이 이에 속한다. 혼몽(混夢, mixed dreams)은 ‘꿈들이 혼재한다’는 뜻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새로운 꿈을 꾸며 공존하는 삶을 가리킨다. 혼몽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추구하는 다채로운 꿈, 환상, 신화 등과 관련된 작품들을 아우른다. 여기에는 김기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루 양, 태미 응우옌의 작품들이 속한다. 물론 각각의 작품들이 단순히 하나의 키워드로만 해석된다고 볼 수는 없다. 몇몇 작품들은 하나의 키워드를 넘어 보다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시 공간과 작품들은 3개 키워드의 순서에 따라 분할되어 있지 않고, 서로 열린 의미체로 혼재되어 있다. 이주는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부단히 일어난 현상이다. 이주 행위는 이질적인 사회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상상력을 촉발시킨다. 물론 그 과정에는 이주민들의 다양성만큼이나 부정과 긍정, 어둠과 밝음, 절망과 희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반영하듯 <몽상블라주>의 전시 작품들도 이주와 관련된 여러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몽상블라주>는 이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은유하는 전시회이다. - 백종옥 (전시기획, 미술생태연구소장) 김형숙 <New Home>, 2018. 단채널 영상. 18분 40초 정영창 <쌀>, 2024, 쌀, 오브제, 디지털프린트 80x60cm 20점 엘 아나추이 <세개의 열쇠> 2022, <신세계 교향곡>, 2022, 알루미늄, 구리선 등 김기라 <편집증으로의 비밀정원>, 2023, LED전구, 스피커, 세라믹, 식물설치, CCTV, 등 Lu Yang <DOKU the self>, 2022, 단채널 영상, 36분 Apichatpong Weerasethakul <불꽃(아카이브)>, 2014, 단채널 영상, 6분 40초, 울산시립미술관 소장 William Kentridge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나의 것이 아니다>, 2008, 8채널 영상, 6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Tuan Mami <베트남 이주정원-미래의 씨앗 만들기>, 2024, 점토, 베트남 씨앗, 참여형 설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