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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선의 한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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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9-28 10:13 조회12,8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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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었지만 작가로서도 부딪치는 첫 번째 질문이다. 그리고 나를 찾는 드로잉을 무작정 시작했을 때 내 손엔 자와 연필이 들려 있었다. 반듯반듯하게 그어지는 직선의 기하학적 도형이 가슴에 설레임으로 다가왔고 100여장의 드로잉을 마치면서 단순하고,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무식한 열정 덩어리를 가진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로잉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한글의 모티브에 나를 넣기 시작하였다. 


    한글의 자모음을 자유로이 변형하여 나오는 기하학적 도형 위에 음양오행의 오방색을 넣기 시작했다. 동양철학에서 출발한 오방색은 색동저고리에서의 오방색처럼 보는 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고 작품은 한글의 자모음은 그대로 보이는 작업, 자모음을 변형하는 작업이 있으며 이것은 이름 초상화작업, 가족시리즈, 행복시리즈, 복시리즈, 서시시리즈 외 여러 가지 단어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 노영선의 작업노트 중 발췌



    한글의 자음 모음을 소재로 극히 간결하고 단순화된 기하학적 화면구성의 회화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노영선의 열 두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한글날을 앞뒤로 9월 25일부터 10월 14일까지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도서관 갤러리에서 선보여지고 있는 이 전시는 각각 넓이를 달리하는 원색의 기하학적 색면들과 함께 가늘고 굵은 직선, 한 두 개의 원들이 곁들여지면서 사선과 엇각들로 교차하거나 접점을 이루면서 질서정연한 체계 속에 화면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이번 발표작 역시 그녀의 연작 주제인 ‘2008 한글이야기’작업으로 각각 ‘믿음ㆍ소망ㆍ사랑ㆍ우정’등의 소주제로 다시 분화되는데, 한글 본래의 자음 모음 조형적 형태미를 회화적 구성으로 확대시켜 언어로서의 기호적 체계나 상징의미 이상의 비구상 회화의 주된 요소로 차용하고 있다. 작가가 작업 단상에서 밝히고 있듯이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적 뿌리를 현대적 회화미로 재해석해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인데, ‘한글이야기’ 연작은 그런 문화적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오방색과 여백의 미를 도입하고 있다. 청ㆍ홍ㆍ황ㆍ흑ㆍ백의 각 색들은 화면효과와 공간구성 의도에 따라 각각 채도나 색면의 넓이를 달리하면서 전체적 화음을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묘숙(독립큐레이터)씨는 “작가 노영선은 그녀의 사람들, 그녀가 만나고. 그녀가 사랑한 사람들의 그 모든 것들을 그들의‘이름’으로 초상화작업을 한다… 우리의 ‘한글’로 우리의 의미와 우리의 모습을 그녀의 작업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행복과 행운을 비는 마음 또한 작업 안에 담아 놓았다. 우리의 전통적인 오방색을 이용하여 작가의 뜨거운 애정과 넘치는 열정을 절제하여 차분한 색조로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숨 가쁜 우리의 숨고르기 쉼표처럼,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화면 안에 ‘여백’의 편안함과 정제된 작업으로 우리에게 숨구멍마저 두고 있다”고 평한다.


    얼핏 칸딘스키나 러시아 구성주의 계열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연상하게 하는 화면형식이지만, 단지 서구적 모더니즘으로서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연장선에서 단순 구성미를 추구한다기보다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열어나가는 모색의 과정들인 셈이다. 전시 개관식에서도 노영선의 한글추상회화 작품들을 배경으로 한 가야금 연주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다인들의 다례 접객도 전시작품들의 전체적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 주는 잘 접목된 연출이었다.      



    노영선은 남원출생으로 남원과 광주ㆍ서울을 오가며 조선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수업기를 마쳤다. 2004년부터 서울, 일산, 성남, 안산, 창원, 쮜리히, 광주 등지에서 열 두 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한글 새김전(05, 여주 목아박물관), 미술과 영혼(05, 이집트 카이로), 미술과 비평 초대전(06, 뉴욕), 타쉬켄트비엔날레 특별전(05, 07, 우즈벡), 한스타일전(07, 후쿠오카, 도쿄) 등의 여러 국내외 전시에 출품하였다. 국내외 많은 작가와 비평가, 기획자들과 함께 다종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관객이 오가는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소통을 연결시키는 매개자 역할에도 열정적으로 나서 2004년부터 광주비엔날레 현장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남원미협 서양화분과위원장, 여성위원회 남원지부장, 환경미술협회 행정이사 등을 맡고 있고, 상명대학교 교육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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