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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만나는 광주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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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10-01 15:14 조회9,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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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 예술을 만나다

    - 디자인비엔날레에서 만나는 광주 작가들 


    지난 9월 18일 문을 연 제3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독특한 기획과 색다른 연출로 국내외 전문가 및 언론매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들을 받으며 2주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세계 디자인의 새로운 실마리를 한국의 문화원형으로부터 제시하면서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또 다른 발상과 모티브 개발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디자인 전시행사와 차별성을 부여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본래 디자이너가 아닌 예술창작활동을 해 온 작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많은데, 광주권 작가 가운데도 마문호ㆍ황지우ㆍ오이량ㆍ이이남ㆍ송현숙ㆍ고근호ㆍ최은태ㆍ이매리 등 여러 명이 각각의 작품특성을 살려 전시의 깊이와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먼저, 1전시실의 [프로젝트전_살림] 전시에는 삶의 체취와 시대문화의 흔적들이 그대로 배어있는 국내외 생활디자인 소품과 제품들이 넓은 전시장 바닥이나 벽에 무리를 지어 펼쳐져 있다. 이 ‘살림’전의 잡다하고 알록달록한 난전 같은 전시물들을 지나다보면 마문호의 독자적 연작 작품들인 비닐이나 천막천에 바느질되거나 짜깁기된 평면작품들, 헌 자개장롱 문짝쪼가리들을 엮어 만든 널찍한 평상, 롱다리로 키를 훌쩍 키운 유모차 등의 시골스런 오브제작품들이 함께 엮어져 있다.


    2전시실로 올라가면 [주제전_집(住)]의 소쇄원을 모티브로 국내외 시인ㆍ영화감독ㆍ건축가ㆍ방송인ㆍ종교인 등의 대부분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48명의 활동가들이 2×2×2m와 50×50×50cm 제한된 크기 안에 현대인의 휴식의 정원이라는 개념의 상자모양 작품들을 출품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인이자 미술전시회를 갖기도 했던 황지우는 사각형태의 거친 화강암을 쪼아 여성의 음부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물을 살짝 부어 두었다. <자연은 시선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시선이다>라는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자연 또는 소쇄원에서 느끼는 모성과 생명성, 은밀함, 깊고 그윽함 등을 그렇게 표현해 낸 것이다. 또, 주로 판화작업을 계속 해 온 오이량은 파트너와 함께 투명 판재들을 제한된 크기의 상자모양으로 켜켜이 쌓고 빛이 투과하여 픽셀처럼 반짝이는 투명한 명상의 공간을 만들고 <소쇄원은 흩날리는 그늘이다>라고 이름 붙였다.


    2전시실 한쪽에 [모자이크전]이 공간을 나누어 쓰고 있는데, 이탈리아 프리울리모자이크학교와 광주비엔날레가 제휴하여 한국 사찰의 꽃살문양이나 전통 조각보 무늬를 서양의 모자이크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이 서양 전통 모자이크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들 모자이크 작품과 영상자료들과 함께 전통회화를 현대적 영상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재해석해내고 있는 이이남의 작은 LCD작품들이 격자형 한지 창문모양의 패널에 설치되어 있다.


    3전시실의 [주제전_글(學)]에 이 지역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한글초대전’의 다양한 글씨체와 응용된 이미지들, [주제전_소리(樂)]에서 영암출신 가야금 산조의 명인 김창조ㆍ김죽파를 재조명하는 코너를 지나 4전시실에 내려오면 [주제전_옷(衣)]이 이어진다. 여기에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의상디자인의 새로운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코너에 송현숙의 청자빛 바탕색의 캔버스에 넓은 붓질을 스치듯 그어 천 까실까실 모시배의 느낌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획> 연작 3점 전시되어 있는데, 이 송현숙의 회화세계를 모티브로 한 의상디자이너의 작품들이 한 짝을 이루고 있다.


    주 전시장인 비엔날레관에서 양림동으로 옮겨가면 이장우가옥과 수피아홀 등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전_어울림’이 펼쳐지고 있다. 광주광역시민속자료 1호이기도 한 이장우가옥에서는 진행형의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안채며 사랑채 등 거의 모든 공간에 이 고즈넉한 한옥과 결을 맞춘 다양한 생활디자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고근호는 필수적으로 갖춰놓아야 할 소화기에 그 특유의 재치 넘치는 철제조각품을 결합시켜 행사 소품으로 끌어들여 놓았고, 최은태는 역시 판금방식으로 두들겨 만든 장고와 부엉이, 펌프손잡이 등의 금속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선정한 ‘맛집 멋집’을 찾거나 ‘양림동근대문화골목탐방’을 돌아다니다 마주칠 수 있는 것이 광주천변의 배너들이다. 이 ‘배너전’은 이매리가 프로그래머로 작가들뿐 아니라 시민ㆍ학생들까지 공모 형태로 문을 열어 다양한 작품들을 배너에 그리도록 하여 가로등에 설치한 것이다. 학강교부터 광주공원 앞 광주교까지 천변 양쪽으로 설치된 배너들은 축제행사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 주고 있다.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완성된 결과물로서 디자인 위주보다는 새로운 실마리를 탐구하고 모색하는 과정으로서 전시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문화원형과 예술창작 쪽에서 그런 실마리가 될 만한 모티브들을 찾고, 공공영역과 총체적 삶 속에서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까지 재설정되기를 희망하는 구성이라 디자인과 미술, 문화, 대사회적 관계와 영역을 넘나들며 문화공유의 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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