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관한 우리시대 이야기, '밥-오늘'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10-11 16:45 조회9,23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밥에 관한 우리시대 이야기, 밥-오늘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누런 들녘을 스쳐 지나는 도회지 사람들의 목가적 전원풍경에 대한 낭만도 돋우면서 자연에 대한 감사와 노동의 결실과 수확의 기쁨, 보람들이 넉넉하게 넘실대는데, 꼬부랑 노인네들조차도 별로 보이지 않는 들판에서는 앞뒤로 장비를 붙인 기계들만이 드문드문 전답을 지워가고, 한쪽에서는 태풍이 남기고 간 잎마름병 때문에 쭉정이만 남은 벼를 갈아엎고 태우며 형식적 보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연례행사처럼 부대껴야 할 추곡수매가 걱정에, 남아도는 쌀을 어찌 해야 할지, 황량한 들판을 뒤지다 굵어 죽는 사람들이 공중파로 전해지고.. 가을의 풍경은 꼭 넉넉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제와 오늘, 내일의 밥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오늘, 내일 먹어야 할 밥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앞에 마주하는 밥은 어떻게 생산되어야 하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그 밥에서 어떠한 삶을 꾸려야 하는가 밥은 우주 자연의 존엄 속에 저항과 모심의 밥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하루에 삼 세 번씩이나!” 밥! 밥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청 주최로 9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북구 삼각동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밥-오늘’ 전시회다. ’80년대 격변기에 민중민족미술로 선전미술 현장활동을 펼쳤던 청년작가들을 중심으로 12명의 작가들이 밥에 대한 시대적 단상을 담아 각자 회화, 설치, 사진 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작가 권산은 볍씨 파종부터 푸른 물결의 논, 가을수확과 추곡수매 등 계절 따라 일 년 농사의 중대사들을 몇 컷의 사진으로 엮고 마지막에 등 굽은 시골노인의 뒷모습을 막사발에 담아 <쌀과 살>이라 이름 하였고, 같은 사진작업인 김보수의 <밥-꽃이 피다>는 반쪽짜리 밥그릇에 고슬고슬한 쌀밥이 고봉으로 담겼지만 녹슨 철조망으로 단절된 밥알에 붉은 선혈들을 반점처럼 섬찟하게 찍어 놓았다, 박태규는 들짐승 산짐승 물고기 꽃들이 고미술의 문양처럼 선묘로 어우러진 자주색 바탕에 화면가득 큰 밥그릇을 채우면서 십장생도처럼 첩첩이 무등산과 지리산 등 짙푸른 한반도의 산맥들과 그 사이사이로 학과 거북과 물고기와 도룡용, 사슴, 곰과 함께 노닐고 있는 산야에 굴삭기들이 올라서서 작업 중인 <우리가 밥이다>를 출품하였다. 또한 홍성민은 족자형 화면을 삼단으로 나누어 하단에는 생쥐가 드나드는 빈 무쇠솥에 대나무허수아비들을 세우고 중단부분에는 굽이도는 물줄기와 병풍 같은 산맥들이 품어 안듯 둘러선 가운데 싱싱한 잉어와 죽순을, 상단에는 씨알 굵게 잘 여문 벼와 토끼가 방아찟는 둥근 보름달, 홍매와 까치 등을 그려 넣은 <밥字>를, 전정호는 벌겋게 파헤쳐진 바짝 마른 황토 흙빛 밥그릇에 금새라도 스며들어 사라질 것 같은 한줄기 잿빛 물이 고이고 그 물에 입 맞추듯 엎드려 물을 마시는 깡마른 노인과 소를 그려 넣은 <생명, 밥>을, 김희련은 검은 앞치마에 손뜸 바느질과 그림을 섞어 오월묘지 길가의 만장과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 꽃을 한 그릇 가득 담아낸 <밥 짓기-오월, 망월동>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역사와 삶을 따라 물줄기를 이루며 굽이도는 푸른 강에 흰 밥그릇과 항아리들을 놓아 설치한 양강수의 <강>, 쪽배와도 같은 붉은 천위에 은빛 검정 토종개 무리들을 줄지어 놓은 천현노의 설치작품, 핏줄이 튀어나온 농부의 손과 양복 손, 푸른 모와 굴삭기가 작업 중인 잿빛 강을 대비시켜 놓은 김화순의 <생명-삽>, ‘우리네 밥그릇엔 포크레인 삽날로 퍼올린 욕망만이 가득하고’ 생물도감에는 죽은 미꾸라지, 어름치, 두루미, 도요새 등등만이 가득한 김병하의 <사람들아! 우리도 이 땅에서 함께 살게 해주오>, FTA 책자와 겹겹으로 쌓은 햄버거를 높이 치켜들고 유혹하는 군복 입은 자유의 여신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박광수의 <우린 당신들의 푸들이 아닙니다>, 먹거리와 환경 생태와 관련한 목포여고 학생들의 그림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밥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면서도 그 생존은 각자의 처한 상황이나 생물학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현실과 입장에 따라 천만가지 이야기로 펼쳐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처럼의 현실주의 참여미술 전시회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