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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휩쓸림 그리고 사라짐- 신창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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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8-01-28 18:20 조회9,7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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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내 땅에서’ 연작을 계속하고 있는 신창운의 개인전이 1월 23일부터 31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세상의 욕망과 권력과 무분별한 혼성문화에 대한 비판과 풍자, 주체문화의 회생을 일관된 테마로 삼고 있는 작가의 2005년 이후 최근작들인데, 일부는 다른 전시를 통해 발표된 작품도 섞여 있다.

    주로 한국 고유의 단청과 불화형식, 민속문화로 생활 속 깊이 뿌리내려 온 부적 등을 ‘내 땅’의 주인 된 것들로 소재삼아 다루면서 서구문화의 잠식과 국내외 정치 경제상황과 직결되는 시사적 메시지들을 진한채색의 전통 회화형식을 차용하여 풍자적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부적이나 민화, 불화의 형식과 색채, 묘사법 등의 차용은 최근 작업에 대한 작가의 주제의식과 회화세계를 뚜렷하게 드러내주는 단초들인데, 미의 가치개념이나 조형형식에서 민족문화 본래의 주체성 또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강한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가느다란 선묘와 진한 채색, 중심 소재 이외의 단순 배경처리, 인화문처럼 반복 배열하는 도상화된 꽃무늬 등의 화면처리와 함께 주제 면에서도 미국문화의 잠식에 대한 비판과 의식의 환기가 두드러진다. 특히 그에게 부적은 우리 문화를 지탱해 온 공동체 또는 개인의 은밀하면서도 영험스러운 내적 지킴이이자 축원이고 소망이면서 정신문화의 뿌리이고, 꽃은 사람사이 관계와 배려, 떠나보냄과 새 인연 맞이, 그리고 동시에 내 땅에 피어난, 또는 현재 피고 있는 문화적 표상들이기도 하다. 이 땅 질곡의 역사와 희노애락으로 점철된 현실의 삶, 근원적 생명의 원기를 잃어가는 내 땅 본토박이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위기의식, 세상 공허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 같은 짙은 풍자로 이루어져 있다.     

    가령, ‘내 땅에서’ 연작 중 백화점 쇼 윈도우처럼 설치된 갤러리 외부 벽면의 같은 크기 정방형 세 작품은 화면 전체에 반복 단청문양을 깔고 그 하나하나마다 각각 독수리, 달러, 군용기를 배치하여 미국 패권문화의 잠식을 되비치고 있는 예나, 다른 편 벽면의 단청문양 배경에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을 배치한 <내 땅에서-S>, 서부 총잡이의 뒷모습, 장미꽃 가득한 화면에 휘날리는 성조기를 배경삼은 한미 <FㆍTㆍA>, 핵폭발 버섯구름 위에 신장상의 모습을 하고 선 부시대통령 <나를 믿으라! 그리하면…> 등 많은 작품들이 그런 예들이다.

    이와 함께 대형 화면에 부적을 바탕에 깔고 그 위 광배처럼 꽃무늬를 배경으로 가늘고 섬세한 백묘 필선으로 묘사한 <증장천왕 增長天王>과 <지국천왕 持國天王>은 사찰의 대문을 지키는 수호신장 처럼 이렇듯 위태로운 세상의 지킴이로 그려내었고, 그밖에도 <사바세계> <충격과 공포> 메리 크리스마스> <계부 契符> 등 대부분의 출품작들이 모두 시사성 강한 풍자화들이면서 민족 주체문화의 존립과 복원에 대한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이번 전시 카달로그에 실린 작가의 글에서 신창운은 ‘문화의 속성상 일반성을 유지하면서 독자성을 갖기란 힘들다. 더구나 보편성이라는 잣대가 서구가 내려준 기준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서구를 의식해 강박증적으로 보편성과 객관성을 추구한다면 이는 자칫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외부의 조건에 맞춰버림으로써 아예 자기정체성의 뿌리를 제거해 버리는 것과 같다. 보편성과 객관성은 자신의 감성과 느낌에 충실할 때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연스럽게 획득되어지는 것이다.

    문화는 다양성에 그 기본 속성을 주고 있고 그 시대 사회성원들의 삶이 반영되어 있으며, 동시대의 정서가 묻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는 우선 그 사회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당사자들에 의해 존중받고 평가되어져야 한다. 요컨대, 삶속에서 태동된 문화나 예술적 형식은 그 삶의 바탕위에서 이해되어질 때 참다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작품 속에서 정신적 공허에 대한 충만, 삶에 대한 성찰, 자아의 재발견, 그리고 휴머니즘적 가치의 회복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 왔고,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동양적 세계관과 색채, 조형형식을 탐구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나는 서구의 조형형식이 아닌 동양의 미학이 중심이 되는 예술형식으로 작품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조형형식 안에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작고 소중한 문화들이 의미 없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사유와 자본의 논리로 재단되거나 평가되는 우리시대의 왜곡된 가치평가의 잣대에 대한 의문이다‘라고 본인의 작품세계를 말하고 있다.


    신창운은 1969년 장성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이어 현재 박사과정 중에 있다. 1997년 첫 개인전 이후 이번에 여덟 번째의 개인전이며, 최근 [청풍명월](06,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투영](06, 국립대만현대미술관), [중흥동프로젝트](06, 광주 북구 중흥3동), [노동미술굿](06, 인천문화회관), [한국평면회화의 단면](07, 전북예술회관), [오월의 발견](07, 5ㆍ18기념재단), [광주미술현장](07, 광주시립미술관), [중국송장문화예술축제 Art-Linking](07, 중국 북경),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작가전](08,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2007년도 광주미술상을 수상했고,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주관하는 브레인코리아21 글로벌 인턴쉽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연락처  artshincw@hanmail.net    010-9338-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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