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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으로 쓴 영암견유기'(見遊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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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6-06-10 14:28 조회9,3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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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 구림마을에 자리한 도기문화센터에서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기획『풍경으로 쓴 영암견유기(靈巖見遊記)』특별전이 지난 4월 7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의 비경을 끼고 선사유적과 초기 시유도기, 백제시대 이래 고려와 조선시대의 해상교역활동과 불교 유교문화, 현대의 수많은 영암출신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문화전통과 맥을 이어오고 있는 영암의 뿌리와 특성을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전시이다.

    김보민, 김승영, 히로노이 무라이, 김태준, 김태헌, 임택, 이강원, 정정주, 허광일 등 9명의 작품들은 주로 월출산과 도갑사, 왕인박사 유적지, 구림도기 가마터, 구림마을 등 영암 역사의 흔적, 영암의 현재 삶의 풍경들을 작가 개개인의 답사와 조사, 작가적 발상과 영감으로 비춰낸 작품들이다.

    마치 옛 문인과 서화가들의 명산대찰 유람을 연상시키는 ‘견유기’ 전시는 그만큼 전통과 현대, 옛 문화적 뿌리와 현재의 모습들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특징은 김보민의 <월출>에서 한 예가 되는데, 옛 산수화를 재현한 듯한 두루마리식의 화폭과 필묵법으로 수묵담채산수화 형식의 월출산을 원경에 두고 근경에 굵은 마스킹테이프 선들로 자동차길과 옛 선비의 낚시 같은 어긋난 시간대가 공존하는 영암의 현재 풍광 또는 구림마을 모습을 결합시켜내고 있다.

    월출산을 테마로 한 작품 중 임택의 경우는 전시실 중앙부에 설치한 <옮겨진 산수 유람기-영암>에서 종이와 우드락을 이용해 장중한 월출산의 덩어리감과 군데군데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을 입체 설치물로 재현하고 전시실 벽에 그 사진을 함께 전시하여 재현 또는 가상과 현실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강원은 전시실 한쪽 벽을 가로지르는 긴 선반 위에 크레파스를 녹여 만든 붉은 캐스팅작업의 월출산 바위들의 이미지를 늘어놓았다.

    한편으로 김태준은 영암의 도자역사 전통과 도기문화센터의 공간특성을 소화시킨 <엄마의 향기>에서 옛 토기부터 도기와 자기를 거쳐 현대의 유리그릇까지 박물관 쇼케이스에 전시하면서 그것들을 때렸을 때의 소리들을 일정간격으로 들려주는 시각과 청각을 통한 역사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있고, 정정주는 도예가 허광일이 빚은 구림마을의 회사정(會社亭) 미니어춰에 움직이는 작은 카메라들을 설치하여 정자를 조망하는 관자의 시선과 정자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변풍경을 벽면에 투사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승영은 <바다위의 소풍>이라는 작품에서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두개의 섬과 그 사이에 히로노리 무라이의 벼루 배를 배치하거나, 앞 뜰에 두 나룻배를 옮겨다 놓고 그 사이에 징검다리 식의 둥근 수면을 만들어 영암과 일본 사이의 문화교역 길과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김태헌은 영암의 이곳저곳 삶의 흔적과 풍물, 자연풍광, 역사유적들을 작은 캔버스들에 가볍게 스케치를 하듯 담아 벽면 가득 벌여놓았다. 아울러 통로 벽면에는 최규서 이경석의 [서호십경(西湖十景)]과 [회사정운(會社亭韻)] 등 영암 풍경을 주제로 한 옛 시(詩)들을 발췌하여 함께 소개함으로써 역시 시공간을 뛰어넘는 문화적 교감의 공간을 꾸며놓고 있다.

    이번 ‘풍경으로 쓴 영암견유기’ 전시는 비록 전시공간은 군단위 시골마을의 작은 폐교공간이지만 그 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면면히 흐르는 역사 속 현대의 한 지점에서 둘러본 영암의 이미지를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여러 미술 형식으로 펼쳐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소성과 문화적 배경을 충실히 아우르고 있다고 본다. 본래 2006년도 왕인문화축제 개막에 맞춰 기획된 전시이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문화공간의 역할과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라 하겠다.
    [200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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