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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로 본 세상-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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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6-10-01 19:05 조회10,0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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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남로에 위치한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이 '종이로 본 세상- Paper Propose'전시를 열고 있다. 9월 22일 시작되어 10월 29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평소 종이를 매체로 다루어왔거나 전시개념과 연결될만한 작가들을 초대하여 구성되었는데, 고근호 김일근 김진화 윤익 이형우 조은경 한선주 등 7인이 참여하였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민경 학예연구사는 '최첨단 기술로 가득한 현대미술 축제의 한마당에 전통적이며 소박한 재료인 '종이'를 이용 응용한 신선한 조형적 언어를 창조해 우리시대의 상황, 역사적 발언 등 우리사회와 가치관에 대한 명상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시작품 중 고근호의 <현대인의 초상>은 책크기만한 종이상자에 일상 속 폐품이나 자잘한 오브제들을 붙여 사람얼굴을 만든 소품 150여점을 줄지어 전시하였다. 기계부품이나 일회성 생활용품의 조각이나 부스러기같은 지극히 흔한 재료들을 재치있게 구성하여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작품들이지만 그 속에서 문명의 편의성과 물질의 풍요 속 우리시대 자화상을 읽을 수 있다. 일상현실 또는 사회 속 개별존재에 관한 접근에서는 이형우의 작업이 형식은 다르지만 비슷한 부류로 묶어볼 수 있다. 본래 수묵 점묘작업으로 평면화된 풍경을 주로 그려온 이형우는 <미필적 범죄>에서 벽면가득 흑백대조의 측면얼굴 윤곽을 그리면서 한지를 매듭처럼 묶거나 엮어 붙이고 복사한 달러화들을 흩날리 듯이 부착하였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들, 즉 자본, 전쟁 등 현실 속에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실의 사물을 종이로 재현해내면서 독특한 내적 울림을 만들어내는 김일근과 조은경은 재현이라는 형식은 같으면서도 비가시적 소리의 재현과 여성성의 드러냄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다. 누르스름하고 두툼한 탁지를 이용해 정교한 솜씨를 보여주는 김일근의 <울리다>는 아리랑의 악보를 허공에 설치식으로 펼쳐놓고 그 아래 가야금과 스피커 등을 실물과 똑같이 재현해냈다. 작품앞 나무의자에 앉아 헤드폰으로 가야금으로 연주되는 아리랑을 감상할 수 있다. 소리를 시각적 형식으로 옮겨낸 이 작품은 정서적 공감과 함께 종이를 다루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와 달리 여성의 자의식, 내면초상을 종이로 표현해 온 조은경은 <여자=집>에서 한지로 빚은 옷과 장식의 여인상을 식탁 위에 찻장 등 기물모양들과 함께 구성하면서 머리와 샹들리에를 한덩이로 표현하면서 천정까지 연결시켜 놓았다. 주부로서 가정에서의 집 그자체이기도 한 여성의 삶과 꿈꾸는 내면의 소망, 자의식들을 섬세하게 재현하고 있다.

    명상적 분위기를 공간 속에 펼쳐내는 점에서 윤익과 한선주는 서로 닮은 데가 있다. 네온피스를 이용한 'air' 설치연작을 계속하고 있는 윤익은 <무제>라는 제목으로 한지창을 연상시키는 네벽의 부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부스 아쪽에 나무가지와 푸른 네온의 'air' 글자들을 군데군데 설치해두었다. 공간의 안과밖, 내적 정신세계와 우리를 둘러싼 바깥세상을 표현해내면서 '영원불변한 물질성과 그 형태성을 포기함으로써 더욱더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의 순간적이면서도 영원히 그 모습을 변신하며 지속하는 형상적인 풍경'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그에 비하면 닥지의 섬유질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부드러운 곡선의 그릇형태들로 사유적인 공간을 구성해내는 한선주 교수는 <내가 완성되어가는 것>에서 나와 공간 사이의 '간'에 관한 조형적 표현을 펼쳐놓았다. 황토 위에 놓인 종이그릇들과 허공에 매단 저고리를 통해 여성의 일상과 비현실의 내면이 서로 스며드는 듯한 융합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김진화는 최근 일련의 발표작들을 통해 새로 선보이고 있는 중첩과 단절을 결합한 초현실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지에 따라 종이를 단계별로 오려내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매다는 방식인데, 여러 겹의 종이설치물들인 <전구를 든 여인> <잘려진 날개> <빨간 계단> 등 3점을 서로 방사선방향으로 허공에 매달이 설치하였다. 이전의 시와 문학작품의 단편들을 잘라 하공에 매달거나 나뭇가지에 붙여내면서 읽히지 않는 문학적 스토리로 또다른 상상의 통로를 만들어내던 이전 작업에서 초현실적 분절과 전치가 강해지면서도 여전히 '공간'에 관한 탐닉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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