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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 있는 일상 문화공간- '목포 오거리 다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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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6-07 18:25 조회14,7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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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적인 삶의 거리에서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지향하면서, 현재의 닫힌 형태의 예술행위 또는 동시대 예술에 대한 반성과 보다 적극적인 예술가들의 의지로 삶의 현장에 접근하려는 현장미술이 진행되고 있다. [목포 오거리 다방전]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5월 24일부터 6월 8일까지 목포역 옆 오거리 일대의 다방과 식당들을 징검다리처럼 연결하여 목포와 광주는 물론 서울 대구 대전 전주 군산 등 타 지역의 작가까지 8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개항 100년을 넘어선 항구도시 목포가 갖는 호남 근대화과정의 역사적 의미와, 우리 삶의 급속한 서구화과정을 상징하는 커피와 다방문화를 현장미술 전시 형태로 펼쳐내고 있다. 그래서 장소도 목포의 중심 상권으로 번성했다가 최근 왁자한 ‘젊음의 거리’ 같은 신문화에 밀려 쇠락해 가고 있는 다방들이 전시장소로 선택되었다. 이를테면 이들 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현재성에 집중하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 개입하여 예술행위가 일상의 평범함과 어우러지는 일종의 문화축제 한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커피와 다방’으로 상징화한 이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는 전시 소개자료에 실린 추진배경과 프로젝트 컨셉에 잘 나타나 있다.

    “커피는 한국인에게 곧 ‘인스턴트’, 초고속 압축성장의 상징이자 흔적이며, 늘 근대화 서구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커피가 ‘국민 음료화’가 된 배경에는 70%가 넘는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도와 관련되고, 한국인은 늘 서양과 소통하고 싶어했고, 그런 열망은 유별난 커피사랑으로 이어졌다… 다방은 동시대의 문화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인간에 대한 관심 혹은 간섭 등 이야기를 통해 해소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가는 공간인 그 ‘다방’을 프로젝트의 색깔을 보여줄 장소로 상정하였다.

    공론장으로서 다방은 한국의 독특한 이중적인 문화를 웅변한다. 그건 공(公)만이 공(公 )이 아니라 사(私)가 더 공(公)일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공적 논의는 의례적인 것이고 실질적인 결정은 사적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방문화다.”


    적어도 광주만 해도 이미 뒷골목이나 보이지 않는 커피 제조창 정도로 사라져 버린 다방이 유독 목포의 오거리에서는 줄지어 밀집해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한 곳은 여섯 집이다. 이들 다방들은 어디서나 그렇겠지만 각각의 독특한 색깔을 지니면서 또한 다방문화라 할 만한 공통되는 분위기들을 보여준다. 낡은 셔터들마저도 내려진 작은 점포들의 거리에 꽤 많이 끼워 앉은 다방들은 그러나 마담은 커녕 레지 한명 보이지 않고 다방엔 파리만 날리고 있거나 두어 명의 노인들만이 멀거니 시간을 죽이고 앉아있고, 그나마 산뜻하게 실내를 단장한 다방에도 노인들만이 낡은 사진조각들처럼 흩어져 앉아있다. 젊음이 넘실대는 커피전문점이나 테이크 아웃점에서 짙게 배어나는 커피향 대신 괜그런 엽차잔들만 비워져 있다.


    그런 다방들의 크고 작은 벽면 틈바구니 사이사이에 참여작가들의 그림 또는 사진, 오브제, 설치 작품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서 있다. 어떤 작품들은 현장 분위기에 딱 들어맞게 배치되어 연분홍 립스틱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거나, 멀거니 앉아있을 단골 자리지킴이들의 눈요기꺼리라도 됨직 하게 한 몫들을 잘 해내고 있지만, 그저 멋없이 덩그러니 붙어 있거나, 전시를 기웃거리는 이방인처럼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참 어색하기만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 그건 신식 서양문화가 들어오던 시절의 다방전시 분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 떨어진 다방공간에 한줄기 시원한 바깥바람 같이 활력을 불어넣어주지도 못하는 처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래 역할이 그렇게 주어진 전시공간이나, 꽤나 사람들이 많이 꼬여드는 공공장소도 아닌, 역사의 뒤 그늘과 현재 삶의 주소가 묘하게 겹쳐있는 간판들만이 번잡한 낡은 거리의 다방들에서 그런 현장 그대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별난 기회들을 유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목포 오거리 일대의 묵다방, 오거리네 식당, 형다방, 샘다방, 빵빵다방, 로얄다방, 갤러리카페 행복한 시간, 초원다방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진행 조병연 011-9615-3233 / 박일정 010-6622-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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