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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재하는 것과 이미지의 연출 - 아이콘(I-Con) 두번째 발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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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07-17 17:55 조회11,1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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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주된 매체로 실험적 시각이미지 작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젊은 창작그룹 'I-Con'이 두번째 발표전을 갖는다. 광주 롯데화랑의 기획초대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풍경'을 테마로 7월 19일부터 8월 1일까지 열리는데, 리더인 이정록을 비롯 안영찬, 이빛나라, 장아로미, 장호현, 최은 등 회원 6명의 최근 작들이 소개된다. 2005년 여름에 결성되어 '거시기씨 오르가즘양을 꼬셔봐'(2006, 광주 지산갤러리)라는 특이한 제목과 실험적 작업으로 첫 발표전을 가진 뒤 그동안 '쇼킹 쇼킹 백화점으로 간 미술가들'(2005) '제2회 환경미술제'(2006) '2006중흥동프로젝트'(2006) '아시아지역미술교류워크숍'(2007) 등에 참여하며 작품을 발표해 왔다. 전시 카달로그에 실린 평문을 통해 이번 두번째 전시 작품의 일부를 소개한다.


    현실과 가상 사이, 상상과 연출을 더하기


     요즘의 젊은 작가들에게 시각매체는 소통을 위한 아주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외부세계 또는 그 외부세계와 자신과의 관계 의식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화 작업이든, 상상의 펼쳐내기, 아니면 내적 발언의 시각화나 순수하게 조형적 형상화 작업이든 보여주고자 하는 꺼리들이 여러 다층적 얼개들로 얽혀지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매체에 대한 선택과 연출이 훨씬 폭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 못지않게 전시나 작품 활동에서 활용 빈도가 부쩍 높아진 것이 사진 매체이다. 실제로 사진 고유의 시각이미지 효과나 기계적 테크닉의 미묘한 표현영역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일반적 회화나 조각의 관념적 범주, 또는 조형적 자유로움과 공간 확장을 꾀하면서도 결국 또 다른 물리적 조건들에 제한되어지는 설치미술, 또는 이미지 자체가 여러 장르가 결합되면서 서술적으로 상영되거나 하이테크 기교와 혼합되기도 하는 영상미디어와는 다른 스틸 이미지로서 독특한 효과들을 작업의도 속에 차용하는 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I-con이 그동안 보여준 작업의 형식들은 사진 본래의 되비추기 재현성에 상상과 연출을 더하여 특정한 주제의식들을 드러내거나 여러 생각꺼리를 복선으로 깔아두는 작업들이 많다. 학교 수업의 연장선에서 스터디 그룹 형태로 시작된 모임의 연조가 불과 2년여에 불과하 지만, 그동안 기획전 참여와 자체 발표전을 통해 각각의 주제의식들을 시각화시켜내는 개별적이면서도 전체 기조에서는 공통된 성격의 실험적 이미지를 탐구해 왔다. 물론 작업의 영역을 특정한 틀에 가두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주제를 함께 내건 그룹 발표전과 더불어 여러 기획전 참여를 통해 각자의 관심사들을 다양하게 표현해내고 있는데, 현실문화에 대한 풍자와 시대 풍속도, 개별존재로서의 자아의식 등이 주로 나타난다.

    이번 ‘풍경’을 주제로 삼은 발표작 가운데서도 안영찬은 삶을 규정짓는 외형적 틀을 평면도형상의 공간구획 형식으로 표현하던 판화작업에 강렬한 욕망과 공포, 자기치유가 복합적으로 내재된 ‘red&body&desire’ 연작의 나신 이미지를 결합시킨 풍경으로 자아성찰의 작업과정들을 보여주며,
    박제된 완구 이미지들과 생명 있는 육체의 적극적 대비방식으로 존재에 대한 발언을 시각화시켜냈던
    장호현은 그 존재에 대한 탐구의 연장선에서 현실 풍경 속에 연출시킨 파편화된 나비 또는 풍뎅이와 나신의 이미지로 죽음과 소멸, 새로운 탄생에 관한 자의식을 시각화시켜내고 있다.

    이 빛나라
    는 파스텔과 수채화 톤으로 가득한 원통에 부드럽고 가녀린 깃털과 꽃잎 등을 오브제 삼아 여성성 속에 내재된 순수와 환상, 신비를 ‘Bean's Fantasy’로 시각화시켜내면서 이전의 거울에 비친 나르시즘 같은 얼굴이미지 작업과는 또 다른 풍경의 아득한 공간 속 부유하는 듯한 여체의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일회적 육체적 욕구와 자기환상을 클림트의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회화나 백화점의 유혹적인 사인물에 결합시켜내기도 했던
    최은의 경우에는 쇼윈도우나 무대와도 같은 비현실의 공간을 재현하고 그 인위적 공간에 여체의 실루엣 이미지를 중첩시켜 자기환상의 풍경을 비춰내 보여준다.         

    이전의 발표전에서 성형이라는 외모 편견과 자기왜곡을 풍자하기도 했던 장아로미는 전신성형의 샘플로 삼은 브라이스 인형과 버섯으로 가상의 풍경을 연출한 ‘Fantastic Plastic Machine’ 연작으로 현실사회를 풍자하고 있으며,
    아이콘의 지도교수이자 리더이기도 한
    이정록은 그 동안의 삶의 흔적이나 땅과 대기의 숨결, 아니면 영감으로 포착된 특정 풍경에 어둠과 빛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비춰낸 신화적 풍경 작업의 연장선에서 생명의 터전인 들녘과 숲과 갯벌 등에 알과 같은 캡슐 속 나신의 이미지들을 앉혀 신비 가득한 색조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발표전에서 아이콘은 풍경과 인체와 공간의 연출을 공통으로 탐구하고 있다. 특히 이런 소재들을 가시적 이미지의 기계적 재현이나 기록이 아닌 풍자와 은유와 상상이 깃든 또 다른 풍경으로 연출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하겠다. 회화 또는 판화, 오브제, 설치 형식들을 그 자체로서보다는 일정한 주제의식의 사진과 결합하면서 외피적 이미지나 감각적 포착 이외의 내적 욕망과 발언과 동경과 환상을 중층적으로 탐구해 나가는 작업방식에서 스터디그룹으로서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개별적인 사유와 감각, 함께 가는 창작의 동반자 관계들 속에서 늘 신선한 현대미술의 시각이미지를 확장시켜 가기를 바란다.

    -  조인호 (미술사,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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