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출발점에서 들여다보는 생.로.병.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1-07 14:11 조회9,65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자연의 생멸현상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한 생을 살다가 육신과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하고 늙어 사라져가는 인간사의 흐름을 피할 수는 없다. 갑신년이 저물어가는 연말부터 을유년 새해로 넘어들면서 한해 운수나 토정비결을 보는 것과는 또다른- 개개인의 삶이라는 근본을 새삼스럽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에서 2004년 12월 30일부터 2005년 2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는 [생로병사] 전시회가 그것이다. 김진화 조광석 김상연 윤남웅 4명의 청년작가들에게 공간을 나누어주고 각자 생-로-병-사 주제를 택하여 자신의 작품세계 색깔로 재해석해 꾸미도록 하였다. '生'을 다룬 김진화는 전시관 바닥에 크고 작은 화분들을 깔고 그로부터 천정까지 명줄과도 같은 명주실들을 타고 오르는 숱한 소망과 관념과 욕망과 생의 기록들이 저마다의 낱말과 언어들로 태어나고 바람에 흔들리며 드러나거나 묻히며 주어진 공간을 채워내도록 설치하였다. 이와 함께 솜을 넣어 부풀어올린 크고 작은 주머니들을 넓은 벽면 가득 붙이고 그리로부터 검정 빨강의 명주실들이 바닥으로 늘어뜨려져 있기도 하다. '老'의 조광석은 '늙어간다'는 문제보다는 '인생살이'를 통찰하는 그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함축해내고 있다. 시계나 수저, 종이배들을 단면으로 다듬은 원목 위에 줄지어 배치하거나, 절대고독 망망한 개별존재를 높직한 통나무 위에 홀로 선 인물이나 집의 형상을 통해 비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수한 양은조각들을 이어붙여 만든 거대한 컵 한쌍을 천정에 매달아 공허 속에 메아리지는 사람살이의 소리없는 꿈틀거림과 외침을 담아놓기도 하였다.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病'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김상연은 진하게 겹쳐올린 특유의 먹빛과 상징적 도상으로 사람살이 가운데 저마다 마음 깊숙이 억압된 욕구와 일탈의 꿈을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각기 침대에 맨몸으로 누운 남과 여 사이에 아이와 마주누운 만삭의 임산부, 미궁 속을 헤엄치는 정자들의 사랑의바이러스, 자기그림자를 박차고 비상을 꿈꾸는 거북 등이 그의 색깔로 선보여지고 있다. '死'를 다룬 윤남웅은 죽음과 주검, 그 주변에 드리워진 슬픈 그림자들을 그의 거칠면서 자유분방한 필묵작업과 종이꼴라지 등으로 각색해내고 있다. 매듭으로 질끈 동여매여진 주검을 둘러싼 씻김굿과 가슴저린 통곡들, 종이꽃, 부적, 상복과 상여 등이 화면가득 채워지고, 특히 어머니의 죽음을 훨씬 구체적으로 다룬 작품에서는 喪 悲 哭 去 命 卒 등의 절제된 문자들이 그의 심중을 대변하고 있다. 새해 벽두에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을 법한 주제들을 청년작가들의 젊은 고뇌와 재치, 상상력으로 색다르게 펼쳐내며 한 해 우리 삶을 새롭게 가다듬게 하는 전시다. -- 조인호(운영자) [2005.01.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