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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한복판에 선 '미완의 불혹'- 젊은 시대정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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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09-15 18:13 조회9,7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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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혹의 시기에 접어든 아홉 명의 작가를 중심으로, 그들 각각의 분화된 정체성을 통해 80년대 이후 광주미술이 지나온 자취를 되새기며 앞으로 향방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또한 이 전시는 완성되지 않은 불혹의 역동성과 특질, 그리고 상충되는 힘의 바탕이 될 젊은 시대정신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기획자 임선진)



    ‘미완의 불혹_힘 : 마흔 살 작가들, 아홉 명의 분화된 정체성으로 살펴 본 젊은 시대정신전’이라는 이름으로 9월 3일부터 2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기획자의 기획의도 요지이다.


    낯선 세계, 온갖 것들로 무성한 처녀림을 헤치며 불확실한 미지의 창작세계를 열어나가는 청년작가들의 작품세계와 삶과 그들의 내면세계를 통해 시대정신을 밝혀 보려는 전시다. 김병택, 김숙빈, 김태삼, 나명규, 박홍수, 이구용, 이동환, 손봉채, 조정태 등 암중모색 속에서 어지간히들 부대끼며 삶과 예술세계에서의 경험과 자기 정제를 쌓고, 앞날의 가닥들을 잡아가면서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기를 맞고 있는, 갓 40대에 들어선 아홉 작가들이 초대되었다.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이 매년 외부공모 기획전을 통해 참신한 기획을 펼쳐 보일 장을 제공하고 있는데, 전시기획에서는 신예라 할 임선진씨(목포대학교 사학과,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석사과정 중, 전 내일신문 기자)의 제안이 채택되어 이번 전시가 마련되었다. 기획자 임선진씨는 “공자가 말했던,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세상의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고전적인 불혹의 의미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시대상황과 창작의 환경 속에서 “삶의 한 복판에 위치한, 미지의 광활한 시간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마흔 살의 물리적 심리적 테두리 안에서 아홉명 작가들의 시선으로 나름대로 설정한 젊은 시대정신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펴보고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지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의 일부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라기보다는 각 작가들의 현재 활동과 작품세계 이전에 지나온 그동안의 흔적과 자취들, 삶과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여러 관점으로 되짚으면서 이를 통해 젊은 시대정신의 근간을 조명해 보려는 기획자의 노력이 역력히 나타나 있다. 지난 6월 26일 대인동 대안공간에서 세 시간여 동안 이번 참여작가들이 포함된 지역의 청년작가들과 미술 관계자들을 초대하여 우리 미술계 현실과 젊의 작가들의 현주소, 의식세계, 창작의 주 관심들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는 워크숍을 가진 바 있는데, 이번 전시기획의 기초를 다지는 자리였던 셈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공간도 각 작가의 올해 작품들을 비롯한 최근작들과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15년 전의 초기 작품들, 또는 유년기부터 최근까지의 개인사를 비롯한 미술 수업기, 창작활동 관련된 사진, 스케치, 소품, 작업메모 등의 각종 자료가 일정벽면들을 분배하여 소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 나누었던 인터뷰를 편집한 영상이 곁들여져 작가들의 작업에 관한 생생한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도록 전시관 한쪽을 아카이브 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사실, 전시되는 작품의 연도별 범주 못지않게 이들 아카이브 자료들을 통해 불혹에 이르기까지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아홉 작가들의 같으면서도 다른 성장배경과 활동현황, 관심사, 작품이나 전시활동 이면까지를 고루 살펴볼 수 있어 단순히 작품만이 아닌 삶과 예술을 하나로 엮어 ‘젊은 시대정신’을 가늠해 내려는 기획의 진정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 전시에 초대된 아홉 작가는 모두가 독특한 개성과 작품세계로 각자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광주미술계의 활동력 있는 청년작가들이다. 이 가운데 손봉채는 <대숲의 속삭임> <존재의 증거>를 통해 근래 연작으로 계속하고 있는 사진유리판 겹침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라이트 박스처럼 밝은 배경 앞에 십여 겹의 흑백의 사진들을 켜켜이 중첩시켜 현실의 한 조각 풍경을 삶의 흔적과 기억이 묻어 있는 옛 수묵화의 느낌으로 재해석해내 보여준다. 김숙빈은 실리콘과 기계부품 등을 이용한 혼합재료로 제작한 <고속질주> 등을 통해 그가 최근 일관되게 천착하고 있는 기계문명시대, 개발우선시대의 환경파괴에 대한 화제를 계속 다루고 있다. 나명규는 <존재-비상> 작품으로 작가의 실루엣과 유년기 사진, 해변의 파도, 해질녘과 동틀녘 풍경 등을 오버랩시키면서 색색의 종이비행기들이 교차하는 영상이미지를 보여준다.


    김태삼은 <자화상> <병원의 어머니> <방문자> 등을 통해 현실 삶의 풍경이라 할 일상의 스케치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고, 조정태는 <일상> 연작 <고양이 놀이>와 함께 대형 신작인 <인간세상>으로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한 현대사회를 섬뜩한 풍자화로 비춰 보여주며, 김병택은 <神木-광장의 기억> <불꽃처럼> 등을 통해 80년대 오월의 현장과 기억을 거칠게 겹쳐진 두툼한 필촉의 화면으로 우려내고 있다.


    같은 채묵을 다루면서도 이동환은 대작인 <흔들리는 대명사-幻影>에서 그물망처럼 엮어진 배경 위로 연속촬영 이미지처럼 겹겹으로 이어지는 굵은 선묘의 인물들과 펄럭이는 색색의 깃발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다중성과 내적 갈등을 묘사하고 있고, 박홍수는 각종 실험적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화폭에 끌어들이던 이전 작업들과 함께 <律+興=Sound…(散調)>에서 리듬감을 타듯 수없이 반복된 발자국과 필촉들로 바탕을 채운 화판들 위로 굵은 필선이 휘둘러 지나면서 채묵과 가락의 회화적 조화를 펼쳐내 보이고 있으며, 이구용은 <神山> <산-결> 등 굵은 필선들의 반복으로 산세들을 이루어내는 독특한 산수화 연작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미완의 불혹’ 전시에 대해 광주시립미술관측은 “지난해 연말, 전시기획안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으며, ... 이 외부 전시기획 공모를 통해 지역의 미술전시 기획자를 육성하면서 동시애 청년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역미술계의 젊은 전시기획자들의 참신하고 신선한 전시기획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 조인호(미술사,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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