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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대하는 엉뚱함과 진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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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4-11 14:13 조회10,4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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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에게 일상이란 예술세계를 일궈 가는 텃밭이자 자양분이며 결코 간단치 않은 헤쳐나가야 할 덤불 숲이기도 하다.
    이호동은 광주미술계에서 20대의 젊은 패기와 실험정신으로 정말 도전적이고 엉뚱한 작업으로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룹 퓨전]의 일원이다. 그가 속한 모임의 전체적 성향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업들도 기성의 미술형식에 얽매임 없이 자기방식의 조형적 '말장난(언어유희)'을 사뭇 진지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이번 롯데갤러리의 창작지원프로젝트의 도움으로 첫 발표전(2005.3.31-4.19, 연장전시)을 갖고 있는 그의 작품은 역시 '일상'이라는 큰 화두 아래 퍼포먼스영상과 평면과 설치, 입체조형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이전부터 연작주제로 다루어온 <우리는 어디로 가지?>의 경우, 토막 난 고목과 마른 나뭇가지들에 사람의 형상을 암시하는 솔방울 밤송이들을 군데군데 조합시켜 놓은 작품이 전시장 바닥에 놓이거나 천장에 매달려 있다. 한때는 한없이 자유롭게 또는 발버둥치듯 뻗어나가다 어느 순간 그 형상이 서서히 굳어지고 그렇게 말라 시들어 가는 나뭇가지와 인간의 삶을 동일한 모습으로 바라본 것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자연소재를 작업이라는 손질을 최대한 줄인 그대로 작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난이 주는 축복>은 바로 옆에 늘어 세운 '철인' 소품 중의 하나를 확대시켜 놓은 조각품이다. 철판을 오리고 구부린 인간의 형상 위에 시지프스의 바윗돌 같은 거대한 돌덩이를 짐 지워 놓았다. 작가자신과 주변의 버거운 삶의 무게를 직설적으로 형상화시켜 놓은 작품이다.
    아울러 전시장 한쪽 벽에 투사되고 있는 퍼포먼스 영상이 그의 조형적 '말장난'의 무게를 더해 준다. 지난 2003년 '일상'이라는 주제로 펼쳐 보인 퍼포먼스를 영상기록으로 담아 소개하고 있는데, 쇠사슬을 맨 나무밥상을 얼굴분장을 한 작가가 거리로 끌고 다닌다. 그리고 길 가운데 주저앉아 신문을 펼쳐보다가 인간형상을 한 '1'이라는 숫자를 드로잉하듯 그린 뒤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그 구멍난 틈을 통해 주변을 둘러보고 그 도려낸 '1'을 길거리에 심는 행위과정을 보여준다. '1'이라는 건 흐늘거리듯 쳐져있는 인간의 모습을 오려내 옆으로 돌리면 '1'로 보이는 복합적 의미를 의도한 것으로 그 '1'은 작가자신 또는 모든 인간들의 개별성을 나타낸다 한다.
    그리고 그의 이름과 여자친구 이름을 얼굴형상처럼 오려내 나란히 붙여놓거나, 후미진 거리를 배경으로 그 자신이 각각의 포즈로 모델이 되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사진 콜라쥬, 생선뼈와 나뭇가지와 돌맹이와 전선줄들을 모아 사람형태로 석고판에 화석처럼 굳혀놓은 부조작품 등 자유로운 발상의 작품들을 내 보이고 있다.
    이호동은 작품을 통해 늘 웃음을 주고싶다는 스스로의 숙제를 갖고 작업한다. 고단하고 힘겨운 '일상' 속에 작업하는 그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웃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에게 '일상'은 인간으로 산다는 것- 존재에 대한 자기성찰로 세상에 이제 갓 자기 배를 띄우기 시작하는 젊은 작가로서의 무거운 부담일 수 있지만 그의 특유의 엉뚱한 뒤집기와 재치로 또 다른 접근태도를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말장난'은 관습화된 틀로서 언어를 뒤집거나 해체하면서 숨겨진 의미를 드러내거나 전혀 엉뚱한 해석으로 관념을 깨트리는 시도로서 소재인 셈이다.

    -- 이호동은 1976년 강진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뒤 지금은 같은 학교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그동안 [2002현장미술프로젝트](광주, 롯데갤러리) [도서관미술제](2003,일곡도서관) [안빈낙도전](20004, 옥과미술관) [2004광주비엔날레 현장3- 그 밖의 어떤 것](2004, 광주 5·18자유공원) [달콤 새콤 쌉싸름전](2004, 광주 신세계갤러리)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말장난사전]을 발행(2003)하기도 하였으며, 퍼포먼스 <마음 속에 내가 울고 있어요>(2002) <청소12>(2002) <소+묘>(2003)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는 '그룹 퓨전'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이호동의 롯데갤러리 2005창작지원프로젝트 초대전은 지난 2005년 3월 31일에 시작되어 당초 4월 10일에서 19일까지로 연장 전시되고 있다.


    -- 조 인 호(운영자)
    [200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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