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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들이 바라보는 세상풍경-지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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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5-22 14:20 조회9,5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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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미술계는 젊은 신진작가들에게 창의성과 실험성을 요구하면서도, 실제로 그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공간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어서, 지산갤러리의 개관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다른 측면에서 광주는 비엔날레라는 대규모 미술전람회가 개최되어 미술계에서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것도 사실이나 과연 광주의 화랑이 비엔날레나 우리 미술계와 연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자문하게 되며, 그러한 점에서 지산갤러리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지산갤러리는 2005년 5월 20일 개관기념전이 열린다. 1부는 영상,설치전시(2005.5.20-6.14)로서 정기현, 윤익, 손봉채, 이이남, 정정주, 진시영, 김영태가 설치 및 영상 실험을 통하여, 새로운 예술을 모색한다.
    정기현은 전시장 천장의 구조를 고속도로로 이해하여, 고속도로의 다양한 시설물과 자동차 등을 미니어쳐로 설치하고 천장은 예술적인 공간으로 바꾸어진다. 이 공간은 우리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기계주의 모더니티를 조롱하는 시각을 제시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전시공간으로의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윤익은 물과 접시를 설치하고 그 중간에 가시나무들을 들여오거나 네온을 위치시켜 이질적인 파편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사실 현대미술에서는 이러한 파편의 구조가 매우 중요한 조형요소로 제시되는데, '의미의 파편, 의미 흩뿌리기'와 같은 생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는 자연과 인간의 문명을 환유하는(즉 부분이 전체를 비유하는 수사) 조형적인 수사의 의미를 제시한다.
    ......
    정정주는 서대문 형무소나 로데오거리를 소재로 작업하는데, 그는 일제와 광복 후 독재의 압제가 느껴지는 형무소를 미니어쳐로 제작하였다. 모형 형무소에는 여러 개의 카메리가 좁은 감호동 통로나 복도, 감방 내에서 작동하여 실제 작고 답답하게 갇혀진 공간을 벽에 프로젝션하여 보여준다......
    이이남은 영상으로 액자와 투사된 풍경이야기로 혼성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가 그려내는 풍경은 해가 지고 안 어둠에,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에 의해, 도로 위에 지나가는 깃발, 사람들, 나무들이 불빛 강도에 따라 약하고 진한 그림자로 제시되어, 명암놀이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암시'적인 표현으로서, 그림자가 존재의 실루엣만을 보여주며 존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의 추상적인 정체성이나 '기호적인 의미'를 제시한다.
    진시영은 입체적인 스크린 벽 위에 투사하여,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이미지는 끊임없는 미로와 같은 답답한 칸막이 속에 사람이 기어다니는 형상으로서, 판에 박힌 사회의 삶을 비판적으로 그려 놓는다. 그가 제시하는 인간상은 억눌리고 비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될 것이며, 그러한 점에서 사회적으로 직접적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 강태성(미술평론가). '코라(Khora), 생산과 창작의 공간'(개관전 카달로그 서문)에서 발췌


    그밖에, 손봉채는 폭력적이고 기름냄새가 물씬 풍기는 크고 작은 기계톱 여러 개에 하얀 날개를 붙여 천장에 매단 <천사의 나들이>를 출품하였다. 기존의 '자전거 시리즈'처럼 현실 삶의 풍경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거짓 천사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가린 채 일방적 패권과 거대 권력으로 장애 되는 순수생명과 자연 존재를 제거하고 쓸어 가는 기계톱을 통해 인간사회의 현실을 극명하게 비춰 보이고 있다.
    김영태는 가물거리듯 눈에 잡히는 야간 버스의 풍경을 담아낸 기억의 깊은 곳에 침잠된 고향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혼돈을 보여준다. 정신과 육신의 탯자리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세상 속 지치고 나른한 현재의 자기존재의 방황과 불확실성이 어른거리듯 중첩되는 희미한 실루엣 형상들을 통해 불분명한 삶의 풍경들을 사진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0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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