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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 書-광주시립미술관분관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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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5-27 14:20 조회9,4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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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5.18민중항쟁의 현장이자 광주의 정신적 척추에 해당하는 금남로에 자리하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이 518 25주년을 기념하는 독특한 기획전을 마련했다.

    [오월의 書]라는 이름의 현대서예와 518을 결합시키는 전시로 5월 27일부터 6월 16일까지 7인의 젊은 현대서예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전시의 개관 리셉션에서 전종주(호남대 미술학과 교수, 서예가) 교수는 석도의 '일획론'을 언급하면서 현대서예는 문자라는 형상과 뜻의 전달에 매이지 않고 획 자체를 중심에 두고 각자의 해석에 따라 자유롭게 풀어내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서예의 최근 흐름을 소개하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한창윤 학예연구사의 카달로그 서문을 옮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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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서예와 5.18광주민주화운동

    서예는 예술적 방법적인 면에서 볼 때 그 어느 예술분야보다 사회적이라 할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서면언어로서 시작된 書는 고대사회에서는 신과의 매개체로서 祈福의 수단이 되어 신성시되었고 차츰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요구와 書寫재료의 발전에 의해 예술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서예의 예술성과 실용성 양면을 포괄하는 배경으로서 필묵에 자신의 감정을 담고 수련을 통해 승화시키는 격조 높은 예술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 일상생활에서는 유용한 의사전달과 역사의 기록 등에 사용되었음을 말한다. 즉 서예는 철학과 문학, 도덕과 윤리 등이 일체화된 품격의 수양이 담긴 예술로 오랫동안 문화사 속에서 변천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토인비는 "문화붕괴는 유연성의 상실이며 사회적 구조와 행동양식이 경직되어 더 이상 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문화의 진화와 창조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붕괴되고 마침내 분해된다고 했다." 성장하는 문화는 끝없는 가변성을 보이는 반면 분해과정의 문화는 결핍과 획일성을 보여주고 사회적 유연성을 상실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필연적으로 분열현상이 동반되며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 수행되어 이는 새로운 창조적 단체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문화사적으로도 문화의 절정기에는 재창조를 위한 새로운 사조가 출현했으며, 재해석과 창조적 활동이 부진했을 경우 도태되거나 소멸되는 현상을 보여왔다.
    유구한 역사의 서예 또한 갑골문, 금문, 소전, 예서, 초서, 해서, 행서 등의 다양한 서체변화와 시대별 대가들의 출현으로 개성적인 서풍 완성을 보여주었으며, 근래에 들어서는 時·空間을 현대적 조형성으로 풀어내어 劃(획)을 중심으로 재해석하는 현대서예가 나타나고 있다.

    매년 오월이면 광주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로 분주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적 프로그램들이 역사성과 결부되어 열리고 있다. 오월 광주의 상징성은 현대사에 있어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와 정의를 부르짖은 민주의 성지로 義鄕의 맥을 잇는 데 있다. 이번 전시는 서예의 사회성 즉 역사적 기록으로서 사회참여와 현대서예의 조형적 예술성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해석함으로써 광주의 정체성을 되짚어보고자 기획되었다.

    현대서예전 <오월의 書>에 참여한 7명의 작가는 서울을 비롯한 대구, 대전, 울산 등 전국각지에서 현대서예 작업을 독특한 자신의 개성을 바탕으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비교적 젊은 작가들로, 현대서예의 특징인 문장의 해체나 파괴가 두드러지게 보이며 문자가 아닌 도상이나 부호를 비롯해 추상적인 선의 사용과 다양한 재료 사용 등 기존의 전통서예와 다른 표현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은 골판지 위에 돌가루, 먹,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부호화된 형상으로 1980년 오월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으며, 반딧불의 이미지를 통해 오월의 빛으로서 화해와 사랑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명석은 4가지의 주제 '目, 口, 耳, 傷'을 통해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권력에 대한 웃음, 작용하는 진실, 잘려나간 몸 등 다양한 중의적 형상으로 그려내 광주시민의 독재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박성진은 작품은 은유적인 서화처럼 드러나 보이는데, 헛된 욕망을 달에 비유하고 나비를 매개 삼아 평화를 기원하면서 혼탁한 인간세계와 순수한 자연의 세계를 대비적인 선의 농담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손동준은 '매화 시리즈 2005-6, 2005-7' 등 2점의 매화와 어우러진 書를 통해 寒苦의 세월을 격은 뒤 꽃을 피우는 희생정신과 합일시켰고, 일필휘지로 제작한 '鸞'翔鶴舞'를 통해 피 바람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주와 정의를 되살리려는 그들의 의로움을 함께 담았다.

    손지아는 '群衆之力'(군중의 힘으로 자유를 이루다) '民血發花'(민중의 피가 꽃이 되어 피다)를 획을 중심으로 한 형상화에 치중하여 기표와 기의의 합일, 그리고 작품 자체의 조형적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창웅은 큰 글씨로 '광주, 망월동, 가슴이 아프다' 라고 썼다. 그 해의 오월을 상징하는 듯한 대형의 광목(프랑)은 그 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흰 천에 한스러운 기운이 도는 붉은 색으로 무덤의 형상을 떠올리면서 희망과 생명을 상징하는 연두색의 풀들로 채워내 보이는데 이영진님의 시「무덤은 큰 입이다」중 일부를 옮겨 쓴 것이며, 새 시대에 역동하는 광주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빛 되소서. 라는 소망의 글귀로 끝을 맺었다.

    전종구의 '천비'(天碑)는 민주화를 위해 산화해 간 5·18영령들이 모여져 있는 망월묘지의 비석이 외소하게 보여 25주년을 맞아 천비를 세워 영령을 위로하고 일망무제 한다는 뜻에서 제작하였고, '뢰'(雷)는 80년 5월 그 날의 우레와 같은 함성을 雷字로 함축하고 민주화의 밑거름과 새로운 생명을 부화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들 7명의 서예가는 모두 대상에 대한 표현방법에 있어 다양한 재료사용과 조형성의 폭을 넓히는 표현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현대서예가 추구하는 창조적 진화와 함께 당대 사회현상을 투영해 내는 역동성이자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200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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