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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교수의 정년기념 사제전-조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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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9-09 14:24 조회10,2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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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작품활동을 병행해 온 양영남 김종수 황영성 세 교수의 정년을 기념하여 동문과 제자들이 마련한 사제전이 열리고 있다. 9월 2일(금)부터 10일(토)까지 조선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각기 다른 회화세계를 구축해 온 세 교수의 오래 된 작품부터 최근작까지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세 분에 대한 감사와 축원을 담은 동문 제자들 140여명의 작품이 함께 선보여 동문전의 성격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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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예술의 길에 젖어들다

    조 인 호 (미술사,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예도(藝道)와 사도(師道)를 별다른 허물없이 잘 겸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수업기에 만나는 스승들은 수없이 거쳐 나가는 제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후 작가로서의 길 뿐 아니라 망망한 바다처럼 펼쳐지게 될 인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인연은 사회로도 이어져 미술계 선·후배의 직·간접적인 관계들이 계속 엮어지게 되고 그런 가운데 마음 속 참 스승이 모셔지기도 한다.

    ... (중략)...

    거의 한 평생을 강단에 몸담다 어느새 정년을 맞게 된 세 분 교수의 '정년기념 사제전'은 그래서 그 의미가 더 새롭다. 창작과 교육을 균형 있게 풀어내야 하는 천직이자 업이기도 한 교단을 이제 뒤로하고, 비로소 홀로 예술가의 길에 서게 된 셈이다. 물론 교단생활 중에도 병행해서 펼쳐 온 창작활동이 이제부터의 화업 기반에 개인차를 보일 수도 있지만, 오로지 그 길에 전념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출발을 맞게 된 셈이다.

    세 분 가운데 `69년부터 가장 오랜 기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 몸담아 온 황영성 교수님은 일찍이 독자적 양식의 '가족' 연작으로 개성 있는 회화세계를 굳건히 다져온 분이다. 사실 초기 작품은 당시 [국전]이나 [목우회전] 같은 공모전이나 일반 전시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향토적 서정주의와 궤를 같이 하지만 '가족'이라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테마를 범신론적 우주 생명존재들간의 가족개념으로 해석하고 확장시키면서 단순 간결한 상징적 도상들로 형태와 색면을 압축해 내면서 독창적 회화세계를 열어 오셨다. 따라서 화면구성 방식도 한 동안 평면으로 단순화시킨 가족구성 소재들을 풍경요소들과 널찍하게 조망하듯 무리 지어 배치하는 방식을 즐기다, 점차 현실공간에서 벗어나 낱낱의 개별존재들을 동등하게 연이어 배열하는 형식으로 크게 바뀌어 왔다. 색채 또한 회백색조 위주에서 밝은 원색들이 과감히 곁들여지고, 단색조 아니면 아예 검정 윤곽선들만을 사용하거나 실리콘 띠들의 형상으로 전체를 채우는 조형형식으로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중략)...

    웬만큼은 좀 헐렁해도 괜찮을 듯 싶은 미술대학에서 꽤 깐깐한 교육자의 전형으로 항상 곧은 모습을 보여주시던 김종수 교수님은 `74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조선대학교에 몸담으면서 현재 화단의 중견세대부터 신예들까지 후진들을 지도해 오셨다. 평소 수업 중의 모습 못지 않게 당신의 작업에서도 구도자처럼 진지했던 그 분의 작업은 마치 깊은 사색과 집요한 탐구로 심연 속에서 보석을 캐내듯 암갈색조 화면에 몇 가닥의 밝은 붓질들이 광채처럼 빛나는 절제와 침묵의 화면공간을 보여주곤 한다. 그림의 주제와 형식, 부단한 조형적 변주보다는 '그림' 그 자체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묵직한 침묵 속에 불현듯 맛보는 환희심을 즐기시는 건 아닐까하는 게 먼발치에서 생각이었다.

    ...(중략)...

    세분 중 가장 늦게 `82년부터 대학 강단으로 자리를 옮겨온 양영남 교수님은 호남 구상회화의 큰 흐름인 표현성 강한 인상주의 계열의 작품활동을 병행해 오셨다. 특히 풍경이든 인물이든 거의 모든 작품이 구불거리며 약동하는 굵은 붓 터치들로 가득한데, 바탕에서 우려 올라오는 채색 위로 투박한 붓자욱들을 덧쌓아가면서 회화적 붓놀림 그 자체를 즐기시는 스타일인 것 같다. 대상을 묘사한다기보다는 다분히 현장 기운과 분위기를 즉흥적인 감흥에 따라 빠른 붓질들로 풀어내면서 작품을 완성해 가지만 거친 화면은 크게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끝나곤 한다. 언뜻 보기에 동료 교수이자 절친한 친구사이인 김종수 교수님과 비슷한 작품경향인 듯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서로 꽤 다른 회화세계를 탐닉하고 있는 셈이다.

    ...(중략)...

    세 분 교수님은 60년대 이후 우리의 근·현대기 역사적 질곡과 학교 안팎의 급속한 환경변화들 속에서 서로 다른 작품세계와 수업방식, 인간적 모습들로 공과 사를 명확히 나눌 수 없는 미술대학 교육자 생활을 꾸려오셨다.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도 교육환경도 무시로 변화하는 속에서 미술교육도 고정된 틀을 둘 수가 없고, 더구나 사제간의 관계도 수업하는 그 시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이제 세 분은 후학양성이라는 공적인 짐을 벗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을 갖게 되셨다. 마치 오랜 벼슬에서 물러나 시문과 창작에 심취하면서 원숙기 삶과 예술의 꽃을 피워내던 옛 선인들처럼 이 시점이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로 다시 충만해지는 작가생애에 회갑이 되시기를 동문들과 함께 기원 드린다.
    [200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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