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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빛 몸을 사유한다-박수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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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6-04-08 14:27 조회9,5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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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이하면서도 웃음과 생각을 함께 갖게하는 독특한 인물상들로 인간내면을 이야기하는 화가 박수만의 일곱번째 개인전이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4월 6일부터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발표전에는 그동안 다루어 온 주제의 연장선이면서도 소재와 화면구성, 칼라 등에서 새로운 모색들을 보여주는데, 전시 카달로그에 서문으로 올려진 큐레이터 박성현의 글을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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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빛 몸을 사유한다'

    "그 때는 그림이 생활의 전부였고 삶의 이유였다. 울트라마린과 코발트 블루 물감을 샀다고 빙그레 웃는 모습은 지금도 가슴 뭉클하게 한다". 대학 졸업후 박수만씨의 작업에 대한 열정을 후배작가 정규봉씨가 음미하는 말이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마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각인되는 작가 박수만의 이미지다.

    박수만의 작업은 읽혀지는 모든 사람에게 우회적이면서 만화적 감성을 유발한다. 작품 바탕의 원색적인 현란함과 등장인물들의 코믹한 포즈, 상체가 유난히 발달되어 부유하는 듯한 동화적인 인물들, 그러나 우리사회를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아련함은 만화적 형식의 가벼움에 비켜서 있다. 등장인물들은 몸으로 환치되는 세상과의 관계를 맺는 씨줄과 날줄이다. 단지 몸을 빌어 세상을 향하고 있을 뿐이지 알몸 인간의 진실을 묵언으로 일괄하며, 만화적인 말 풍선으로 바램을 대신하고 있다. 작품전면에 등장하는 핑크 빛에 치장된 알몸은 주장이나 바램을 관통시키는 기표 대신에 페미니즘적 마어너리티의 안스러움을 안고 있다. 아마도 나에게는 "순수를 잃어버린 사회"(작가노트)를 대리하는 핑크 빛으로 읽혀진다.

    박수만의 작품에서는 이미지와 함께 글이 등장한다. 아마도 말 풍선이나 작품의 의미를 규정짓는 문자나 글이 등장함으로써 만화적 감성이 도드라져 모일 것이다.

    문자나 글이 등장한다는 것은 언뜻 이미지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작가는 혼선을 가중시켜 세상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쌓아가는 의미소로서 작용을 의도한 듯 하다. 인간의 욕망의 사사로움과 세상에 바램을 얹을 수 있는 미약함을 알지만 세상을 안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을 품고 있기에 바램을 물감층위에 지워지고. 묻혀지는 상념체로 간직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기억의 파편처럼 반복되어지는 새, 밥그릇, 집 등의 의식주에 필요한 기물들의 등장이다. 다소 작품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우리에게 작품이 읽혀지고 보다 잘 지각될 수 있는 것은 주변을 통해서 드러나는 대상의 확연함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층위를 형성하고 있다. 분명 지나친 이미지의 범람이다. 하지만 이 또한 박수만의 회화적 발상이며 서술방식이다. 즉 개념이전에 존재하는 방식의 표현이다.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주와 객이 무엇인지, 선후를 생각하지 않는 사유이전의 원형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때로는 기억 저장소로서의 숨은 그림을 찾듯이 즐기는 듯 하다.

    박수만은 몸을 사유하고 드로잉한다. 몸은 세게를 읽어나가는 통로이며 의식을 침전시키는 주제로서 작용한다. 몸은 이미지를 생산하는 매개소로서 세상과 관계하며, 세상을 끌어들이고 체화할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과 생활세계의 풍속도를 몸을 통하여 작업으로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 迷 人 道 는 2000년 드로잉전 이후 줄곧 박수만의 작업적 화두로서 지향점이다. 한동안 미혹함을 감싸 안으면서 혹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몸에 대한 사유적 지평을 넓혀 왔다. 이번에 보여지는 작품은 迷 人 道 의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 있으며, 익숙함에 대한 농익은 배설이며, 새로움에 대한 포로포즈의 의미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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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현(광주 롯데화랑 큐레이터)
    [200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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