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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대구 뉴비전 모색전'-신세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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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6-06-17 14:29 조회9,8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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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와 대구미술의 현재와 그 활동상들을 청년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조명해보고 각 지역간 교류의 장을 열어가는 뉴비전 모색전이 세번째로 6월 16일부터 25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이에서 열리고 있다.

    2004년부터 매년 광주 신세계갤러리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가 공동으로 기획하여 양 지역을 오가며 전시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 6월 7일부터 12일까지 대구에서의 전시를 마치고 광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현실문화와의 밀착을 의도하여 '월드컵'을 테마로 삼았다. 그 때문인지 평소 작업이나 관심사들이 월드컵과는 거리가 있는 작가들이 이 주제를 소화하는데 일정한 한계를 가졌던 것 같고, 전체적인 작품들에서도 주제와는 무관해 보이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축구공이나 선수들의 모습을 소재로 이용했거나, 월드컵이 있기까지 우리 삶과 문화속에서 현실로서 흐르고 있거나 가리워지고 있는 부분들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대구와 광주에서 각각 전시오픈행사로 양 지역의 미술계 현실과 동향을 개략적으로 정리해보는 세미나를 가졌는데, 대구쪽은 장미진(미술평론), 광주쪽은 조인호(미술사)가 맞아 발제를 하였다. 그 내용을 옮겨오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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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현대미술의 흐름과 문맥

    장미진(미술평론가,미학박사)

    후기 모더니즘, 혹은 반(反) 모더니즘, 탈(脫) 모더니즘의 문맥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요 창조전략은 이미지의 회복과 재현, 패러디(parody), 이중코드(dual code), 아방가르드 등으로 대별된다. 그러한 창조전략을 통해 드러나는 이 시대의 모더니티와 아방가르드, 데카당스, 키치 등의 여러 얼굴들은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얼굴이 지니는 다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예술 흐름은 무엇보다도 다차원성의 열린 시각을 반영하고 있으며, 나아가 예술과 삶의 간극을 좁혀가는 가운데 탈장르의 추세가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많은 이론가와 현장의 비평가들이 최근의 현대미술 추세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흐름과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첫째, 미술의 대중화 추세이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 허물기를 통해 대중 참여적이며 대중 소비적인 미술이 양산되고 있고, 오리지널과 복제품으로 분리된 미술의 가치 기준도 유실되고 있으며, 미술의 대중적 향유 문제가 현대미술의 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신르네상스의 조짐들이다. 이성과 감성, 과학과 예술의 대립적 요소들을 융화함으로써 새로운 인본주의를 추구하는 경향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순수와 전통으로의 발전적 회귀 및 인간성 회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각 민족의 정체성 회복 문제, 자기자신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동양철학과 동양의 예술사유를 기초로 한 오성과 감성의 균형, 우주와 인간의 조화, 자연과 인간과 예술의 종합개념을 추구한다.
    셋째, 장르의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예술매체의 등장과 미술 영역의 변화가 확대된다. 뉴 미디어의 모색이 극대화되고 표현수단이 하나의 감각에서 다양한 감각으로 넘나드는 것이 그 특징이다.
    넷째, 예술의 정치성 및 사회성,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모더니즘 시대의 특징이었던 ‘순수 조형적인 요소로의 환원’ 에 비교해볼 때, 오늘날의 예술은 다분히 예술의 사회성과 윤리성, 자연과 환경으로 확장되는 예술의 영역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상으로 현대미술의 전반적인 경향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대구의 현대미술 역시 포스트모더니즘의 현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를 의식하면서 대구 현대미술의 문맥과 표현방식의 유형을 몇 가지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1) 고급예술과 대중적 미술, ‘예술’과 일상의 간극 허물기-새로운 알레고리의 발생, 일 상의 일루젼에 의해 서술성과 메타포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경향.
    2) 주관적 감성회복과 인간실존의 문제제기, 그리고 동양철학 및 동양적 예술사유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는 경향.
    3) 자연의 이미지를 이용, 무의식의 심연을 표출시켜 구축과 해체를 교차시키는 경향.
    4) 자연과 인간의 괴리감에 초점을 두어 문명사회의 반성과 비판 및 환경의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는 경향.
    5) 새로운 매체와 방식에 의해 물감의 에네르기와 물성을 극대화하고 또 한편 기하 학적이고 합법칙적인 조형을 통해 삶의 이면을 노출하는 경향, 이같은 두 극단의 경향을 통해 장르나 양식을 해체하는 듯하면서도 또한편 그것을 더욱 심화시키는 경향.
    6) 우리의 습속체계를 재조명하고 패러디와 키치, 팝적인 요소를 아우르면서 새로운 의미연관을 환기시키는 경향.
    이 번 기획전에 초대된 작가들은 대구 현대미술의 이같은 다차원적인 흐름을 대변할 수 있는 작가들이다. 김결수는 나무나 강철판 등의 물성에 가해지는 노동의 프로세스를 통해 창조의 정신성을 특유의 방식으로 표명하고 있으며, 특히 미니멀한 형태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연관이 지니는 깊이와 구조를 암시한다. 김기수는 거울 위에 풍경이나 인물 등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반영된 이미지를 통한 일루젼과 리얼리티의 관계성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현대인의 존재상황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신근희는 전통 불화나 티벹 만다라, 인도의 미니아츄어 등의 종교화가 지니는 의미연관과 공간구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현대의 삶을 팝적이고 키치적인 조형언어로 알레고리(allegory)화한다. 이태호는 조각가로서의 공간감각과 촉각적 사유방식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물성 해석과 이미지 상징을 통해 삶의 저변에 깔려있는 원형질적인 요소들을 환기시킨다. 정종구는 가변설치나 영상 등의 조형실험을 통해 부단히 자신의 정신적 필연성을 담지할만한 조형의 가능성을 탐색해오고 있으며, 특히 자신만의 고유한 ‘화법’(畵法)을 ‘일상의 미학’ 속에서 끌어내려는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같은 촉망받는 작가들이 이 번의 <월드컵>-<꿈은 이루어진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티브를 아주 짧은 시일에 어떠한 예술의지와 방식으로 표현해낼 것인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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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미술의 활로 찾기


    조 인 호 (미술사,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시대상황에 대한 정면대응이라는 거대한 봇물이 고상한 예술적 아취나 작업실의 고독을 사회현장 전면으로 휩쓸어가던 `80년대 미술의 역할과 경험, 그로부터 증폭된 현실참여와 시대의식으로 집단의 논리와 힘을 결속하며 아픔과 상처로부터 새살이 돋아나도록 사회문화 변혁에 일정 계도역할을 담당해 나간 `90년대, 그 거친 숨을 고르며 변화하는 환경과 광주비엔날레라는 외부 충격파와 자극 속에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여러 기성 미술모임들의 쇠락과 해체, 새로운 단체들의 등장, 개별 활동 위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불과 이삼십년 사이 광주미술계의 큰 흐름이다.
    사실, 인상주의적 서양화나 전통 남화산수에 감성적으로 젖어있던 문화풍토에서 미술은 시민의 일상 삶이나 사회현실과는 별개의 고급취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혁의 시대에 시민공동체 정신으로 사회현장에 함께 나섰던 참여미술의 활동들 이후 미술은 시민의 일상 삶에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 있었고, 한편으론 전혀 낯선 언어처럼 겉돌던 광주비엔날레의 문화적 충격으로부터 파생된 현대미술 형식에 대한 이질감들도 6회째 그런 자극이 누적되는 동안 이제 미술은 그런 것일 수 있다는 인정을 하게 되었다. 이 같은 문화환경의 변화와 국제행사 경험이 기반이 되어 정부 정책사업으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조성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광주미술계는 일반적인 장르·동문·친목 위주의 기성 모임들이 시들해진 대신에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는 신생 그룹들이나 기획전들이 현장의 생기를 채워주고 있고, 대중적 기호에 맞춰 안이하게 업을 이어가는 타성화된 작품들에 대한 식상함을 일부 개별적인 형식실험과 매체전환들이 ‘권태기’의 공허감을 매워주고 있다. 사실, 새롭게 미술의 활로를 찾기 위한 신생그룹들(그룹퓨전-2000,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모임-2001, 광주미술인포럼·광주미술인연대·www현대미술가회-2003, 그룹SAA-2003, 환경미술협회-2005 등)이 결성되긴 했지만 당초의 의지나 집단적 힘은 이전보다는 훨씬 떨어진 상태이고 개인적인 모색과 활동이 더 주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추세 속에서 지역미술의 전통과 역사를 뒤돌아보는 전시들(광주민주화운동25주년전-2005, 광주 추상미술의 역사 재조명-‘회복’.2005, ‘남도미술100년전’-2005, ‘조선대학교 민중미술운동사재조명전’-2006)이 이어지고 있는데, 출구가 불확실하거나 추진력이 주춤해질 때 자연 뒤를 돌아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데, 그로부터 재도약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대사회적 메시지를 생산해내던 참여미술은 여전히 현실주의에 기초한 사실적 형식을 유지하되 이전보다는 훨씬 농익은 빛깔들로 삶의 서정성을 강조하면서 인간 본성적인 감성을 자극하거나, 표현형식·매체·방법의 전환을 통해 소통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들이 늘어가고 있다. 또 하나의 현상은 80~90년대에는 ‘사회현실’이 공동화두였다면 2000년대 들어 ‘환경’이 주요 관심사들로 부각되고 있는 점이다. 가령 자연을 그리는 아이들(2000),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모임(2001), 환경미술협회(2005), 환경미술제(2005년 시작)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그만큼 일상의 삶과 밀착된 역할과 소재들을 다루어가는 중에 자연스럽게 삶의 환경과 맞닿게 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몇 회 계속된 광주비엔날레의 직간접적 영향과 문화환경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겠지만 설치·미디어·영상매체로 전환하거나 일부 병행하며 도입하는 작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평면이나 조각 작업에 전념해 오던 작가가 설치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거나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하여 또 다른 표현형식을 시도해보는 예들이다.
    큰 흐름으로 본다면 요즘 광주미술은 분명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강상태이거나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한 모색기를 지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이라는 거대 국책사업에 눌린 상대적 빈곤감인지, 경기의 장기침체 속에서 문화예술 활동의 위축과 그에 따른 작가로서의 현실적 존립기반의 불안정 때문인지, 거친 호흡과 혼돈 속에 내달려온 지난 20여년 활동을 추스르고 숨고르기를 하는 과정인지... 아무튼 시대문화의 분위기이든 단체이든 개인이든 창작의 의지와 활력을 되찾아 새롭게 활로를 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0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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