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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예술의 독백과 정화, 치유 - 전현숙의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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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09-16 13:53 조회10,9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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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업들은 내 삶에서 태어난다"



      화가 전현숙은 프랑스 여류 소설가 아니 에르노(Anne Ernaux)의 말을 빌어 자기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현숙은 강한 내적 자아를 담아내는 독특한 회화적 표현성으로 개성 있는 예술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젊은 작가로 9월 13일부터 26일까지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 女+子 = 好’라는 기본 테마에서 나타나듯 이번 전시는 그녀의 자화상 이미지를 중심으로 동반자인 남편과 애완견, 주변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펼쳐지는 그녀 일상의 담담하면서도 짙은 사랑과 연민과 의지와 꿈과 자기 극복 치유의 심적 상태들을 서술하는 자전적인 삶과 예술의 이야기들이다. 감정적으로는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으면서 표현상으로는 인물의 심리와 캐릭터를 강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얼굴과 신체의 윤곽이나 특징들을 적절하게 강조 생략하면서 그녀 독백들을 간결한 시각이미지로 함축해 내고 있다. <好․好․好> <외롭지 않은 여행> <女+子=好> <Self-45page> <그 남자-48page> <봄 소풍-햇빛 쬐러 가는 날> 등 이번 출품된 작품들 대부분이 인생중반으로 접어드는 작가 전현숙의 내밀한 내적 공간 속에 함께 하며 그녀의 담담한 독백과 일상의 메모들을 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무표정하면서도 강한 의지가 담긴 얼굴묘사에서 읽혀지는 자기 주관성의 표출, 서로의 현실과 인생과 꿈에 대한 위로와 연민과 지지를 보여주는 부부의 포즈와 들고 있는 소품들, 그러면서도 늘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일상 속 자기 중심잡기를 암시하듯 묵직한 신체가 딛고 선 가느다란 현실의 줄타기, 자기암시와 꿈과 내적 번민들이 교차하듯 간간히 곁들여지는 추상화된 미지의 공간들... 이런 그녀의 작품들은 진솔하면서도 대범한 인물표현을 통해 주관적 감정과 실체적 리얼리티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회화적 표현감각의 독특한 맛을 보여주는 전현숙의 회화작품들은 그녀 내면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삶과 예술에 관한 경외와 애정과 모색의지들을 복합적으로 나타내 보여주는 자전적 독백들인 셈이다.


      이번 전시 리플렛에 소개된 2007년 작가의 작업노트는 전현숙의 회화적 독백들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나는 어떤 이즘이나, 패러다임 등 특정 구조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원하지 않는다. 그런 구조로서의 형태는 내게 제한과 한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채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며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 역량일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시켜야 된단 말인가?

      프랑스 여류 소설가인 아니 에르노(Anne Ernaux)는 말한다. “나의 작업은 내 삶에서 태어난다. 나를 무시하고 그들은 형성된다. 그들은 필수적이게 된다”라고 그녀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이 한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말한다. 산만큼 쓴다. 산대로 쓴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강한 집중에서 나온다.

      따라서 나의 작품들은 현실을 마주하며 타인과 자아의 관계에 대한 사색과 내면의 성찰로 그동안 쌓이고 다듬어진 관계와 소통으로서의 “나 자신을” 문제화 하였다. “그 여자”는 바로 나 자신이며 자전적인 이야기를, 삶에 의한 감정들의 파편들로 나의 내밀한 독백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자 한다.

      작품들의 얼굴형상은 작가 나 자신의 자화상이다. 내 자신의 정서뿐만 아니라 인간정서를 표현 한 것이 예술 작품의 주요한 특징이라 하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소재로써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선택하였다. 깊숙이 숨겨진 삶이 안고 있는 감정들을 편견 없이 표현하고, 번지르르한 외관 저편에 자리 잡은 사랑과 상처,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양면성과 욕망과 꿈, 감춰져 있을 여러 측면을 있는 그대로 표출시키고자 한다. 나의 의지와 힘으로는 도저히 컨트롤 안 되는 삶 속에서 요즘 자전적인 내용으로 작업을 풀어가고 있으며, 복잡하지 않고 별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고 유연하게 표현하려 한다. 이것은 작품의 주된 요소이며, 또 다른 세계로의 물꼬를 트는 것이고, 나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 중략 )

      사람들의 표정은 애써 찾고 있는 듯, 감정을 감추려는 무표정한 모습이다. 왜 이들의 모습은 이처럼 우울하며, 무표정일까? 이러한 물음은 작품의 의미를 욕망과 꿈, 사랑과 상처, 트라우마, 자기연민이라는 이야기로 몰아가고자 함에 있다.

      그러나 나의 작품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표현한다 해서 단지 애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결정지어지는 인간의 삶과 관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또는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욕망과 갈등, 사랑과 아픔의 경험, 꿈과 희망 그리고 그것의 기억을 표현하고 그것을 내밀한 독백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방식으로부터 풀어 가는 것이다.

      “그 여자”는 중년이라는 40줄 중반의 나이에 들어섰다.

      한 줄 한 줄 속 깊이 새겨진 나이테만큼 세월을 가슴에 새긴 그 여자의 그 여자의 이야기가 캔버스에 태어난다.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고 등에 딱 붙어있는 거북이 등껍질 같은 무겁고 버거운 등짐이었다가도 그 안에서 쉬고, 위로 받고,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그러한 동반자, “그 여자”에게 작업은 그리고 예술은 등짐과 같고 “그 여자”의 사정은 그렇게 살아내는 심리적 불안 상태의 연속이다.

      현시대에서 살아내기와 버텨내기, 변신하기를 반복하며 중년의 남자로 살아가는 그 남자와, 등짐을 짊어진 중년여자, 그 여자와 그 남자가 전시장 여기저기에 토로한 그들의 같은 듯 다른 사정이 엮어낸 삶의 이야기가 있고 철학이 녹아있는 명쾌한 위트와 풍자가 묻어나오는 “그 여자”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런 표현들로 작업을 통해 또 다른 “나”를 찾고 스스로를 정화하고자 한다.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그것의 극복의지를 내비치는 치유의 수단이며 바로 자아성찰의 과정인 것이다”



      전현숙(45)은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광주 무등예술관), 2003년(안산 단원전시관)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몸을 사유하다](03, 광주 무등예술관) [열린 마음 다정한 이웃](03, 광주 신세계갤러리) [장터-장에 갑시다](04, 담양 국밥집) [무등에서 금강까지](04, 광주 남도예술회관) [상생과 생성](04, 광주 남도예술회관, 목포 문화예술회관) [사색으로 외출](05, 보성 백민미술관) [몸짓-드로잉의 현대적 모색](05, 서울 이형아트센터) [아름다운 소통](05, 서울 라메르갤러리, 부산 몽마르뜨갤러리) [예술-여성의 힘](05, 조선대학교 미술관) [숲으로 가는 소풍-제2회 환경미술제](06, 광주 문화공간 서동) [섬, 역사 문화기행전](06, 광주 신세계갤러리) [야생화-꽃 속을 거닐다](07, 광주 신세계갤러리) [우리 땅, 우리 민족의 숨결](07, 광주시립민속박물관) [2007광주세계여성평화포럼전](07,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의 전시에 출품하였다.

      현재 (사)에뽀끄, 불휘기픈, 황토드로잉회, 광주전남여류작가회, 무등회, 한국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H.P  016-613-5307  // e-mail  hs53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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