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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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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3-21 19:39 조회9,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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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돋아나는 푸른 생명들과 따사로운 봄빛 속에 ‘어느 맑은 봄날’의 미술 나들이 코스가 마련되었다. 그동안 대중가요나 영화, 미술작품 등등의 여러 형식으로 낯익은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으로 3월 20일 시작된 광주시립미술관의 봄기획 전시이다. 5월 14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현재 광주와 한국 미술계에서 독자적 예술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중진부터 청년작가까지 20명의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크고 작은 작품 50여점이 초대되어 있다.

     ‘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공감의 울림을 선사’하면서 ‘봄날의 아련한 향수에서 나오는 느낌이나 약동하는 생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전시회’를 꾸미고자 하였다는 이 전시는 ‘단순히 지나가는 청춘이나 시간에 대한 아쉬움뿐만 아니라 시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현재의 삶을 다채롭게 살고자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한다(기획-변길현 학예연구사).

    절제된 현실 감정을 건드려 묘한 여운이 퍼져나가게 하는 맑은 호수빛 피아노 선율과 소프라노 ‘봄날은 간다’를 개막식 말미로 핑크빛 홍보물들의 이미지가 선입견처럼 어른거리는 전시장을 들어서면 만화적 캐릭터로 경쾌한 화면을 구성해낸 권기수의 대작과 영상작품, 설레이는 가슴처럼 부풀어 오르고 움츠러들기를 반복하는 이병호의 비너스, 낮은 관목처럼 전시벽면을 따라 가지를 뻗어 나온 김황록의 여린 나무들, 밀집된 선묘 위주로 고전인물화를 재해석하고 있는 이순종의 채색인물화, 기억 속에 아른거리는 들녘 한 자락을 화면가득 수묵의 붓질들로 담아낸 유근택, 가벼운 바람결을 따라 봄꽃들을 흔들거리는 나뭇가지에 새들이 오가고 풀냄새 은근한 풀밭 위를 흩날리는 나비떼의 이이남 영상회화 등등이 첫 방을 꾸미고 있다.

    이름 없는 단색조 무릎들을 높고 낮게 내밀고 있는 김일용의 널찍한 빨간 카펫판, 일렁이듯 벽면 위를 구불거리는 정운학의 벽에 붙은 입체조형, 기묘하게 일그러뜨려 합성된 하봉호의 인물 디지털프린트, 켜켜이 겹쳐지며 깊은 단층을 지어내는 김진화의 중첩된 입체회화... 2실로 나가는 벽면에 꽤나 무성한 대숲을 두르고 있는 박병춘의 수묵화, 어두운 통로 모퉁이 양쪽에 마주한 비밀스런 성소의 붉은 방과 꽃봉우리 오른 나뭇가지 비치는 봄날 창에 비친 풍경의 윤익 설치작품, 섬뜩하면서도 그녀들 내면이 궁금해지는 박영숙의 미친년 시리즈, 크지 않은 화면에 절묘하게 오려내며 아기자기 이야기들을 연출해낸 이서미의 종이그림, 봄 그늘 속 세월의 묵은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안창홍의 봄날은 간다 등등 봄에 대한 해석과 서사, 독백들이 고루고루 섞여 있다.

    작년 가을 미술관 옮겨 온 뒤 본격적인 첫 기획전이 되고 있는 이 전시는 그만큼 참여하고 있는 작가나 출품된 작품들, 전시실의 크고 작은 공간들을 알맞게들 채우고 있는 설치형식들을 찾아 모처럼 미술관으로 봄나들이를 나서볼만한 전시이다.

    참여작가는 권기수 김일용 김진화 김황록 민병권 박병춘 박영숙 안현숙 안창홍 유근택 윤익 이병호 이서미 이순종 이이남 장지아 정운학 차규선 최광호 하봉호 등이다.


    전시문의 : 광주시립미술관

    062-510-0700  www.artmuse.gwang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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