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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연의 내적 욕망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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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4-11-21 14:10 조회9,5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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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파필로 쓸어치듯 덧쌓여지는 붓질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형상이거나 왜곡된 윤곽에 짙은 먹빛으로 채워진 간결한 화면구성과 단순 소재, 그 속에 은근히 드러나는 암시적인 이미지... 김상연의 작업은 늘 단순명료해 보이는 화면 속에 다가설수록 알듯 말듯 수수께끼들이 드러나는 먹작업들로 계속되고 있다.

    등받이가 유달리 높이 솟은 불안정한 욕망의 기형적 소파, 거기허물처럼 벗겨진 옷가지, 촉수같은 혀를 낼름거리며 전율처럼 미끄러져드는 길다란 뱀, 망망한 욕망의 대해를 쉼없이 헤쳐나가는 거북들... 소파라는 만화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 존재들의<실존> 연작이다. 그런가 하면 비수같은 이빨과 발톱 그리고 피비린내가 먹빛 속에 잠겨져 있는 욕망과 갈망의 야수들- <육식시대>, 부침을 거듭하며 섞이고 삭혀 거친 분출과 깊은 침잠의 한덩이로 엉킨 <애증>까지 김상연의 작업은 욕망과 실존에 대한 집요한 천착이다.

    이번 개인전에 새롭게 선보인 설치형식- 넝쿨처럼 서로 매달리고 늘어져 밀림을 이루는 원숭이들의 <공존>이 눈에 띈다. 대부분 개별화된 존재들의 자존적 상황을 묘사하는 '실존' 연작에서 이런 저런 인연과 관계들로 엉키고 설키며 사회를 삶을 만들어가는 무수한 타자들간의 '공존'으로 그의 눈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여러겹으로 덧발라진 화판에 하염없이 스며드는 먹빛들을 올리고 올려 적묵의 윤기를 만들어내면서, 목판을 다루듯 긁고 깎아내고 다시 먹을 올려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존재의 실체를 캐내가고 있다.

    김상연의 다섯번째 개인전 '공존'은 2004년 11월 13일부터 2005년 1월 9일까지 곡성 옥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 조인호(운영자)

    [200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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