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된 번뇌 욕망 꿈의 투영; 이인성 초대전 ‘아이엠그라운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1-12-20 11:42 조회2,12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이인성 <그라운드>(2021), 혼합매체 설치 내재된 번뇌 욕망 꿈의 투영;이인성 초대전 ‘아이엠그라운드’ 2021.12.14.-2022.01.31. /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화면마다 주황색 둥근 점들이 상징기호처럼 등장하는 이인성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이 해넘이 청년작가초대전으로 12월 14일 시작해서 내년 3월 20일까지 꽤 길게 이어지는 전시다. 광주 전남 지역에 연고가 있으면서 적극적인 창작활동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청년작가 1인을 선정해서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초대전이다. 올해 초대작가로 선정된 이인성은 작가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기 생의 번민과 탐구를 자신과 주변, 사회와 연결 지어 은유와 상징으로 집약된 독자적 화법으로 화폭에 담아 왔다. ‘In Agit’2011) ‘Hidden’(2013) ‘공’(空, 2015)’ ‘Histopia’(2016) ‘비어 있는 씨앗’(2018) ‘낮과 밤’(2019) ‘Querencia’(2021) 등 그동안의 개인전 주제들에서 그가 화폭을 대하는 의식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시주제 ‘아이엠 그라운드’는 여럿이 둘러앉아 자기를 소개하는 놀이이자 게임의 이름에서 차용하였다. 전시회라는 방식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나의 얘기를 전하고 교감하고자 하는 장을 펼치지만, 그에 앞서 사회 속에서,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 스스로에게도, 나라는 존재는 무엇이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업으로 삼은 예술이란 회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나로부터 자문자답하는 내면의 기록 같은 작품들이다. 특히 나를 사람들을 움직이고 희노애락에 부침하게 하는 내안의 우리 안의 존재의 실체는 무엇인가에 관한 성찰과 상념들이 그림으로 옮겨져 있다. 누구를, 외부적인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닌, 오롯이 나를 들여다보고 나로부터 출발하는 회화이면서 주변과 사회와 현실 속에 나를 투영시켜가며 길을 찾는 예술여정이기도 하다. 이인성 회와의 주된 바탕은 인간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의식과 꿈, 그리고 그것이 집단과 사회 안에 노출되면서 야기되는 갈등과 희비의 실체에 대해 집중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 한 폭 한 폭의 화폭과 드로잉들로 옮겨지면서, 그 화두와도 같은 인간 욕망과 꿈이라는 것이 주황색 점으로 응축 상징화되어 있다. 말하자면 “주황색 점은 우리가 삶 안에서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자 목표이며 다양한 삶의 가치관”의 표현이다. 작가 자신이나 사람들은 “‘이것’을 찾아내거나 가지려 하며, 때로는 나누거나 숨기기도 한다. 또한 이를 위해 모험 같은 삶을 마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업은 나와 주변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가시적인 풍경이 아닌 현실 안 가상의 공존, 다양한 가치관의 시대에서 느껴지는 개인의 심리에서 비롯된 풍경들이다. 개인이 겪은 경험이나 사건은 나와 다른 타인과 조우하기 위해 은유적인 대상이나 상황들로 재구성된다.”고 말한다. 흔치 않는 기회인 이번 발표전에서 이인성은 또 다른 방식으로 그의 화두를 꺼내놓았다. 그 특유의 은유적인 상징과 서사의 화폭들이 주류를 이루면서도 전시실 한 공간을 하나로 작품으로 연출하거나, 설치물로 집약시켜 보다 입체감 있게 주제의식을 펼쳐놓았다. 이 가운데 미술관 1층 메인홀에 꾸며놓은 <그라운드>는 이번 전시의 핵심을 집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넓은 전시실에 빛을 차단하고, 테이블축구 게임기모양의 큰 사각틀 안에 같은 색 같은 단순형상의 인물상들이 줄지어서 있고, 바닥에는 주황색 공들이 흩어져 있는 구성이다. 올해 사오월에 옛 광주국군병원 폐공간에서 있었던 2021광주비엔날레 특별전 ‘May to Day’ 때 <Player>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던 것을 규모를 훨씬 더 키우고 암실 속 형광 주황색 공들로 바꿔 작품의도를 더 가시적으로 집약시켜낸 것이다. 본래의 자기주체나 개성을 잃은 채 같은 사회현실 속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두의 초상이면서, 각자의 욕망과 욕구에 따라 경쟁 갈등관계일 수밖에 없지만, 같은 처지 같은 상황에 놓인 동시대 이웃들임을 피아 구분 없는 회색 인물상들로 줄지어 놓았다. 그 삶의 무대 주변 어두운 공간에는 저마다의 욕망과 꿈들이 주황색 공들로 상징화되어 별무리처럼 흩어져 있다. 두꺼운 책들이 비뚤거리며 천정 가까이 닿을 만큼 쌓여져 있는 <낡은 책> 설치물은 기성관념과 제도와 법식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를 묻고 있다. 위압감이 들 정도 지식의 두께이더라도 그것이 결코 현실 삶의 지혜의 깊이와 비례하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불안정하게 쌓여진 낡은 책들은 경전이나 바이블을 연상케도 하는데, 바로 옆벽 두껍게 쌓인 책들에 가차 없이 내려 꽂힌 <Sword> 그림이 함께 짝을 이루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속내를 명확하게 드러내어 놓았다. 이런 상징화된 발언은 <Flag>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래무덤을 대신한 에폭시 거품 위에 비스듬히 꽂힌 붉은 깃발 설치작품인데, 곧 사라지고 말 거품더미에는 읽어야 할 도서로 추천된 책의 목록들이 낙서처럼 적혀 있고, 이미 삶의 기치를 제시할 힘을 잃은 붉은 깃발은 낡고 찢겨져 언제 쓰러질지 모르게 기울어져 있다. 이와 함께 고독한 고뇌 속의 자화상이라 할 <폭풍우 치는 밤> 번개 치는 해변에서의 나 홀로 연주, <작업실에 앉아 있을 때면> 현실 속 부유하는 듯한 답답함과 공허감, 불확실한 세상 상황에 맞서 부질없는 짓일 수도 있을 허허로운 <바람과의 경기>, 투우도 투우사도 쓰러져 누운 텅비어 광활한 경기장에 어두운 먹구름 그림자만 가득한 <그라운드>, 치열하게 맞부딪혀 싸워야 하는 상대이지만 피할 수 없고 더불어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수용한 <낮잠>, 숨차게 산비탈을 휘돌지만 챗 바퀴 돌 듯 그 자리를 맴돌 뿐인 <라운딩>, 아스라한 수평선 너머로부터 휘몰아오는 폭풍우에 홀로 맞서고 있는 <키퍼>, 물이 차오르는 어둠 속에서 꿈의 상자를 발견하고 열어보는 <공> 등등 작품마다 그의 내적 상념과 고뇌와 탐구의지들이 내면을 반추하듯 담겨져 있다. 회청색조와 거친 붓질들 위주로, 주로 투우를 세상살이에 빗대어 속 얘기를 함축시키는 이인성의 화폭들은 불안정한 젊은 날의 번민과 고뇌, 내일의 희망 찾기 의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내적 성찰들이 자신의 내면에 대한 집중이면서 동시에 한 개인의 자기중심적 세계라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 시대의 초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 현실 삶과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한다고 보여진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이인성 <그라운드>, 2021, 혼합매체 설치 일부 이인성 <그라운드>,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91x116.7cm 이인성 <폭풍우 치는 밤>,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x60.6cm / <바람과의 경기>,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이인성 <낮잠>,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x60.6cm / <Daddy>,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이인성 <낡은책>, 2021, 골판지에 아크릴릭, 설치 이인성 <공>,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x60.6cm 이인성 <드로잉>, 2020~2021, 종이에 먹, 목탄, 아크릴릭 이인성 초대전, '아이엠 그라운드' 전시 일부 이인성 초대전, '아이엠 그라운드' 전시 일부 이인성 초대전, '아이엠 그라운드' 전시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