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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ry day Christmas’ 윤상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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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소진 작성일22-12-19 17:19 조회1,7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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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하 <본드풍선 소년>, 2022, 캔버스에 혼합재, 72x72cm

     

    ‘Every day Christmas’ 윤상하 개인전

    2022.12.10-12.19 / 목포 갤러리 Hoza

     

    동화 같기도 하고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들 같기도 한 드로잉 형식의 작업들로 독자적 회화세계를 펼쳐가는 윤상하의 개인전이 목포에서 열렸다. 전남문화재단 청년예술육성사업의 지원으로 마련된 이 전시는 오랫동안 비어 있던 목포의 낡은 적산가옥에서 가졌던 지난해의 1차 전시 이후 줄곧 이어 온 올해 작업을 포함한 후속 전시의 성격이다. 같은 또래 기획자와 작가로서 오랫동안 함께 작업과 전시와 예술의 길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나눠왔던 김소진이 그의 이번 전시에 대해 그간의 생각과 작품 풀이를 글로 옮겨내었다. 20대 청년미술인의 예술과 현실 사이 불안정한 현재와 꿈을 일기처럼 담아낸 윤상하의 개인전을 김소진의 글로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그림공장 402

    목포에서 나고 자란 윤상하는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 전역 후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에 상경하여, 낯선 사람들과 함께 허름한 상가주택 402호로 들어간다. 기침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몹시 빈약하지만, 타인과의 영역을 구분 짓기 위해 얇은 나무판자로 작가는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윤상하 작가의 그림공장 402호는 집에서 30분간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길에서 발견한 물건들로 채워진다.

    연고 없는 타지에서의 삶은 몹시 고단했을 것이다. 손에 잡히는 종이를 꺼내 들어 요동치는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이내 다음날을 맞이하게 된다. 캔버스와 물감을 사고 텅 빈 통장 잔고를 보면 때때로 큰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드로잉 속 소년들은 이 불안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억압된 사회 속에서 비현실적인 천진난만함이 묻어나 있다. 작가 윤상하는 종이 한 장에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꼭 지켜내고 싶은 무구(無垢)를 기록해나간다. 조각조각 흩어진 드로잉은 그림공장 402호 벽면을 메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의 파편이 한데로 모여 그가 제일 간직하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의 윤상하를 목격할 수 있다. 그에게 드로잉은 현재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물이다.

    올해 그는 영원하리라 믿었던 것이 무()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깊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윤상하는 한없이 냉정해져야만 했다. 그림공장 402호에 자신을 가둬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고를 피하고자 약속해뒀던 마감 날짜를 지켜야만 했다. 어린 시절부터 행복을 좇아 그림을 그려왔던 그에게 오늘날 작가 윤상하의 행보는 감당하기 어려운 괴리감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나 그 괴리감에 깊이 빠져들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빛을 훔치는 소년>은 하늘을 날고 싶으나 실제로는 날 수가 없는 소년이 모형 날개를 장착하고 의자 위에 올라가 있다. 훔치려고 하는 것은 소년이 좇고자 하는 빛이다. 대게 빛이라 하면 회화에서는 눈부신 햇살, 신의 후광, 어두운 곳을 밝히는 촛불로 나타낸다. 그러나 소년은 낡고 오래된 조명을 손에 움켜잡고 있다. 그림공장 402호에서 잠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LED 조명의 빛이 소년의 눈을 따갑게 만든다. 빛을 바라보다 눈을 감게 되면 빛의 잔상이 남는다. 눈을 떴을 때는 보이지 않고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그 잔상이야말로 소년이 꿈꾸던 이상의 형체였던 것이다.

    <Painting factory 402>는 밤(남색), 현실(초록색), 환상(노란색)으로 나누어져 매일 반복되는 작가의 일과에 비현실적 요소를 더해 만들어진 10분가량의 영상이다. 주로 밤에 가동되는 그림공장 402호 안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는 소년의 현실 곳곳에 고치를 튼다. 소년의 환상에서 그 고치 안을 뚫고 나온 날벌레가 소년을 마주하게 된다. 날벌레의 촉수가 소년의 몸을 뚫어 그 둘은 하나가 되고, 소년이 꿈꿔오던 환상의 완전체인 요정이 된다. 요정은 그림공장 402호에서 활개를 치며 날아다닌다. 본래 날개가 달린 것은 목적지를 향하여 날아간다. 결국 불이 타오르는 그림공장 402호를 피해 달아나는 요정들은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Every day Christmas>는 지난 1년간 작가 윤상하와 우현정이 만들어낸 그림공장 402호의 번외 작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공장에 모인 소년과 소년의 분신인 요정들 간의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심상은 따뜻한 사랑이다. 어린 시절 하루하루가 사랑이 넘치는 크리스마스이길 바랐던 윤상하 작가는 그 소망에서 차용된 한 편의 그림책과 영상작품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깊게 되돌아보고자 했다.

    소년은 새로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때마다 성장통을 앓는다. 생각지 못한 슬픔과 물리적인 가난은 소년을 잠시 방황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소년은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무구를 지켜내기 위해 그림을 그려낸다. 산더미로 쌓인 소년의 자화상은 그가 경직되고 불온한 사회에 맞서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의 숨이 붙어있는 한 그림공장 402호는 영원할 것이다.

    그림공장 402, 365일 풀가동, 가장 보통의 날을 꿈꾸며 오늘도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

    - 독립큐레이터 김소진 (1995HZ)

    * 적산가옥 빈집에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잇는 상상력을 입혀 동화형식으로 풀어낸 우현정의 글과 윤상하의 그림체로 엮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내년 초 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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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하 개인전 'Every day Christmas' 전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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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하 개인전 'Every day Christmas' 전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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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하 <그림공장 402호>, 2022, 싱글채널 영상 중 일부
    7.jpg윤상하 개인전 'Every day Christmas' 전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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