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시간, 그리고 식물성' ; 조성숙 개인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허경 작성일23-03-16 17:17 조회1,47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조성숙 <사슴섬-빛의 선율>(2022), <사슴섬-물의 이야기>(2023), 캔버스에 아크릴, 각 162.2x130.3cm '공존의 시간, 그리고 식물성' ; 조성숙 개인전 2023.3.9-4.8 / 무등현대미술관 공존의 시간, 감각의 소회 만약, 대상을 바라보는 눈의 감각이 지각의 구도를 넘어선다면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조성숙 작가는 그동안 ‘생명의 노래’, ‘생명의 변주곡’, ‘식물의 언어’, ‘봄을 위한 시’, ‘한여름 밤의 물고기 숲’ 등 전시명에 상응하는 다수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2023년 3월, ‘공존의 시간, 그리고 식물성’을 주제로 내세운 작품들은 몇 가지 범주로 묶어 해석해왔던 방식과는 달리 사뭇 다채로운 인상을 전한다. 이는 시적 언어가 화면 속에서 감각적 전이로 치환되듯 시간과 공간이 응축된 주제들을 탐색하여 구성했기 때문이다. 조성숙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거대한 순환의 ‘시간’을 공감각적 심상으로 펼쳐 보였다. 여기서 작가의 공감각적 심상은 내적 세계와 자아 그리고 외적 세계를 연결해 주는 통로이다. 이른바 사유의 도구인 감각의 인식, 즉 감각의 ‘소회(所懷)’를 상징한다. 작가에게 ‘소회’란 무엇인가. 사전적 설명을 덧붙이면 ‘소회’는 마음속에 품은 회포 : 생각, 정, 애증, 소망, 미련 등)를 뜻하는데 일반적인 문장으로 정의될 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소회’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함축한 감각적 순간이자 과거 속의 존재 가능성을 의식적으로 현재화하는 역사성, 이를 토대로 기억과 경험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에게 감각의 ‘소회’는 존재방식을 특징짓는 행위임으로 어떤 대상을 소환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자기 존재성을 나타낸다. 그래서일까. 작품 속에서는 청각‧촉각‧후각‧시각적 대비에 머물지 않고 통합의 양상을 띤다. 예컨대 청각의 시각화, 시각의 청각화, 시각의 촉각화 등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감각체험과 인상에 바탕을 둔 심리적 이미지들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이를 반증하고자 조성숙의 작품 <사슴섬-빛의 선율>, <사슴섬-물의 이야기>, <푸른 봄>, <13월의 시>에 나타난 감각의 매커니즘을 ‘사슴섬’이라는 시어(poetic diction)로써 묘사해 보았다. 사슴섬 일렁이는 푸른 물결의 사슴 바이올린 선율로 움트는 싱그러운 초록잎 눈덮힌 대지 위에 선 파란 숲의 정령인가. 찬란한 햇살, 노오란 봄 내음 새들의 노랫소리 영혼의 창이 되어 자연을 품은 따스한 둥지 생명의 꽃망울을 터트린다. 조성숙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시어의 표현과 같이 일대일로 대응되는 단일한 감각으로 서술할 수 없다. 일반적인 분류체계나 가시적 형태에 고정되지 않고 감각의 ‘소회’에 의해 공감각적 이미지로 환원된다. 즉 함축된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갖으며 대상을 구체적이고 때로는 생생하게, 대상의 인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작가에게 감각의 ‘소회’는 은유와 환유적 관계 뿐 아니라 독자적인 관점과 제작방법론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이제 환유적 창작 방법에 의해 구현된 심상들을 살펴보자. 감각의 ‘소회’는 비논리적 결합과 함께 화면 속에서 다양한 감각의 층을 이룬다. 가령, 생명의 원천인 바다와 숲을 배경으로 사슴, 물고기, 새, 꽃이라는 비유적‧상징적 이미지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감정을 소회한 <생명의 아픔>, <자연의 소리>, <Beautiful Life>를 통해 묘사적 심상을 나타낸다. 혹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원형적 심상을 탐색하여 보편적인 이미지를 재해석한다. 라파엘로의 ‘삼미신’을 패러디한 <Three Venus>, 르네 마그리트의 은유와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을 적용한 <사랑의 빈집>, <숲의 소리>, 클로드 모네의 인상주의 풍경을 중첩시킨 <화가의 책>, 마르셀 뒤샹의 ‘샘’을 오마주 한 <예술가의 샘>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회귀와 공간적 공존을 넘나들고 있다. 감각의 ‘소회’는 여성의 원형적 이미지인 빌렌도르프 비너스를 모티브로 한 <Dear Mom>에서 절정을 이룬다. 지난해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작가는 “엄마의 부재 속에서 남겨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엮고자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았으며, 인류 모성토템의 의미를 재해석하였다”라고 말한다. 전시장 한켠에 자리한 토우나 토템, 도자회화에 등장하는 <제인 구달>, <반다나 시바>, <박경리>, <모자상> 등은 바로시각과 다른 감각들을 새롭게 교차‧확장시킨 결과물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숲의 소리>, <상상의 숲>, <생각의 숲>에서는 공감각을 넘나들며 사유의 깊이를 가늠하고 있다. 조성숙은 논리적 사유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시공을 초월하는 심상, 바로 스스로의 ‘소회’를 통해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공감각적 심상을 자유롭게 펼쳐내었다. 즉 ‘소회’라는 의식의 작용 이전에 작가의 감각 층위에서만 기억되는 원초적인 이미지를 공감각적으로 가시화한 것이다. 화면에 펼쳐진 감각의 전이는 인간, 식물, 동물, 과거, 현재, 미래 등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우리에게 미지의 풍경을 선사한다. 인간은 지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느끼고 향유하는 존재가 아닌가. 공존의 시간, 누구든지 시각 중심의 구도를 벗어난다면 감각의 ‘소회’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 김허경 (미술평론가,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조성숙 <푸른 봄>, 2014, 캔버스에 유채, 112.1x162.2cm 조성숙 <안식의 섬-가을>, 2022, 캔버스에 유채, 72.7x60.6cm 조성숙 <봄, 진달래꽃 피고>, 2022, 캔버스에 유채, 120x120cm 조성숙 <에코파티>, 2023, 도조회화, 토우, 고재테이블 설치 무등현대미술관 조성숙 개인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