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서사와 영적 세계 넘나들기 ;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1-04-24 15:04 조회1,80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삶의 서사와 영적 세계 넘나들기 ;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① 제13회 광주비엔날레 / 2021.04.01-05.09 행사 후반으로 접어든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색다른 기획으로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외공원 비엔날레전시관과 인근 국립광주박물관,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에 나누어 구성된 ‘떠오르는 영혼, 맞이하는 마음’ 주제전을 비롯,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문화재단‧광주극장‧옛 국군광주병원의 GB커미션, 은암미술관과 ACC의 스위스‧대만 파빌리온프로젝트 등이 따로 또 같이 특별한 문화교감의 장을 펼쳐낸다. 영혼과 마음, 현상과 상상계의 접속 40여 개국 69작가(명/팀)의 450여 작품으로 전시를 꾸민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 공동감독은 “이번 전시주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은 그동안 서구 사회와 근대를 지탱해온 합리성과 이성의 이분법에서 나아가 비서구 세계에 자리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생활체계와 공동의 생존을 위한 예술적 실천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예술적, 이론적 의미로서 ‘확장된 마음’의 스펙트럼을 따라 육체적, 기술적, 정신적 지성에 의해 강제된 구조적 분할에 도전하면서, 마음과 신체의 관계를 중심에 둔 광범위한 우주론을 파고들고, 지구의 생명체계를 비롯해 페미니즘과 관련된 지식의 흐름을 활성화하고, 트라우마를 야기한 역사적 경험을 기리며, 공동체 생존방식을 탐구”하는 장으로 꾸미겠다고 하였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반년 이상 연기되는 바람에 원래 의도했던 2020년 시점을 넘길 수밖에 없었지만, 공동체의 저항과 트라우마가 깊숙이 각인된 광주에서, 그것도 5‧18이 40주년 되는 해에 삶과 죽음, 온전히 죽지 못한 존재들의 중간계 사이를 가로지르며 전 지구적 연대를 형성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기획했던 전시다. 전시는 주제가 제시하는 핵심어 ‘영혼’과 ‘마음’의 세계를 찾아 현시대나 드러난 현상만이 아닌 동서고금과 유형무형 시공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든다. 서로 다른 전시공간들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면서 동양과 서양, 현대미술과 민속자료, 육신과 영혼, 물리적 현상과 정신계 등의 구분 없이 지역과 민족과 집단마다 형성되어온 공동체의 역사와 상처와 희생과 해원 등 문화의 다양한 층위들을 복합적으로 엮어내며 장중한 인류사의 대서사를 펼쳐낸다. 그런 현상 너머의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징검다리로서 여러 유형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과 인류사적 유물, 민속자료들도 모두가 삶과 존재에 관한 내적 사유와 성찰을 유도하는 매개물이 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초창기인 1997년 제2회 때 특별전 ‘삶의 경계 : 한국의 무속과 현대미술’이 한국문화의 원형을 찾아 이번과 유사한 영과 육의 세계, 죽음, 무속, 제의 등과 연관된 기획을 펼진 적이 있었다. 아울러 2010년 제8회 주제전 ‘만인보’ 때도 현대인의 삶의 초상과 생존, 역사와 기억과 기념 등을 되비추는 작품과 이미지들로 현대 사회‧문화와 인간사의 근본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적도 있었다. 그런 전례도 있지만 이번 ‘영혼’과 ‘마음’의 탐구는 실험적 현대미술, 시각적 이미지들이 강력하게 각인되던 지난 비엔날레들에 비하면 전혀 다른 결인 것은 확실하다. 복잡다단한 현존의 삶을 통찰하면서도 그 이면의 보이지 않는 세계, 현생 너머에 관한 상상과 성찰의 장으로서 문화인류학적 접근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전시 전체적으로는 동서고금 세상 곳곳의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과 죽음에 관한 인식과 태도, 비극의 역사와 상처, 트라우마, 추념, 위령, 그와 관련된 민속문화 유산, 현재의 첨단 문명시대에도 그림자처럼 깔려 있는 초월존재나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탐구, 갈망, 염원 등을 담은 작품과 자료들이 전시맥락을 따라 이어진다. 그런 기획의도와 작품성향은 여러 곳으로 분산 배치된 전시장소와 공간들을 관통하며 이번 비엔날레의 뚜렷한 특징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엔날레전시관 주전시장인 비엔날레전시관은 이번 대주제를 가장 비중 있고 적극적으로 펼쳐내는 공간이다. 사전 맛보기 같은 1전시실은 소주제 ‘함께 떠오르기’처럼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로 전시 전체를 요약하면서 관람객의 영혼과 마음도 함께 떠오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입구 한쪽은 현세 삶의 현상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이갑철의 흑백사진 <충돌과 반동> 연작, 다른 한쪽은 <칠성부채> <돌할머니> 등이 배치되어 도입부부터 예사롭지 않다. 수천수만 가닥의 실들로 북극오지 사미족의 토착공동체 문화를 조합해낸 오우티 피에스키의 <Beavvit-함께 떠오르기>, 옛 지형도와 민족사 민초들의 삶을 결합시킨 민정기의 <벽계구곡도> <무등산 가단문학 정자도> 등, 어둠 속 유령처럼 밀짚옷을 입은 소년들로 켈트족 의식을 영상으로 담은 존 제라드의 <옥수수 작업(코리브)>, 쇼핑카트에 꽃상여를 앉힌 김상돈의 <카트>, 전시장 곳곳에 놓인 벽사기복의 <돌부적>들, 근대도시 산업화의 그늘을 방직공장의 흔적과 양피지 사본 등으로 엮어 카펫공간으로 펼쳐놓은 문경원의 <Promise Park in Gwangju> 등을 만날 수 있다. 전통문화와 민속신앙과 외래신앙들이 혼재된 한국사회의 표상으로서 불상과 그리스도상, 묘지석 등등이 함께 서있는 조현택의 석제공장 사진 <스톤마켓> 연작을 지나 이르게 되는 2전시실은 ‘산, 들, 강과의 동류의식’ 소주제 공간이다. 문명사회와 동시대 미술을 넘어 원형으로 전해져 온 소수민족의 구술문화, 민속문화에 담긴 우주론들, 농업사회 삶의 노동 등과 인간계를 넘어선 샤머니즘 전통 등으로 공동체 정신을 환기시킨다. 카트에 상여와 가면, 주술과 무속 의구들을 생활소품들과 결합시킨 김상돈의 <행렬>, 백골과 오장육부 생체조각들의 잔여물을 연상시키는 소니아 고메즈의 <무제-뿌리> 연작, 혼백이 빠져나간 주검의 껍데기처럼 떠 있는 투굴도르 욘돈잠츠의 <시로부터 분리된 지형>, 북구의 사라진 옛 복식소품을 재현한 에바크리스나 하클린과 오우티 피에스키의 <여성선조 긍지의 모자>, 어린 시절 길 잃은 숲에서 느낀 정령과 우주 기운을 괴이한 인물형상으로 빚어낸 세이라 카마라의 도조상들, 샤머니즘박물관이 모았던 하얀 종이혼백과 허수아비 인형 같은 신장대 등등이 둘러 서 있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②에서 계속 민정기, Outi Pieski 등 참여작가 일부작품으로 꾸며진 '함께 떠오르기' 1전시실 1전시실에 현대미술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 돌할머니와 칠성부채, 애기동자씨부채 비엔날레전시관 2전시실의 김상돈 <행렬>(2021) 비엔날레전시관 2전시실 Sonia Gomes의 <무제(꼬기, 새끼, 뿌리 연작), 2017~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