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우의 회화; 잃어버린 순수에 관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21-11-05 11:30 조회1,95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손연우 <ㅊㅋㅊㅋ>, 2020 손연우의 회화; 잃어버린 순수에 관해 이 글은 2021년도 [대인예술곳간 묘수-3기 작가 현장 크리틱] 중 10월 21일 진행된 손연우 작가에 대한 고영재 큐레이터의 비평 요지로 작가이해를 넓히기 위해 공유한다.(편집자 주) 개인이 살아온 시간의 층위만큼이나 개인이라는 개별적 존재가 지니는 본성과 외부세계와의 간극은 대부분이 좁혀지지 않은 채 흘러간다. 각기 타고난 특징들이 사회에 의해, 결국에는 삶이라는 거대한 화두에 의해 거세되고 다듬어지는 와중에 올라오는 모종의 열패감은, 어찌 보면 나다운 삶을 살고 있지 않기에 느껴지는 부정적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손연우가 목판화 작업에서 풀어낸 서사는 이렇듯 본연의 순수함을 상실해버린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폭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아이의 형상을 하고 있고, 그 형상은 유년의 손맛처럼 단순하면서 경직된 형태로 자리한다. 평면성을 띤 인물들은 원색의 색감에 의해 어린 시절의 감각과 유사한 감성을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작가가 언급하고자 하는 서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 사람들, 풀어 쓰자면 사회화 속에서 분열된 자아에 관한 것이다. 아이들의 모습으로 분한, 얼핏 어느 동화 속의 한 장면과 같은 화면 안에서 일상의 무거운 단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선악과를 바라보는 인물은 뱀과 한 몸뚱어리로 똬리를 튼 채 그것을 취하는가 하면, 제 몸보다 거대한 물동이를 옮기고 있는 생쥐는 가득 채운 물로 인해 위태로워 보인다. 세상에서 제일 큰 풍선을 쥐고 있음에도 이내 다른 이의 풍선에 시선을 주는 사람, 거울을 보며 애써 웃는 연습을 하는 소녀, 절벽에서 떨어지려 하는 사람의 손을 밟은 채 도움의 손길을 주는 기묘한 인물까지, 손연우는 우리 삶에서 흔하게 대면할법한 모순되는 상황들을 통해 해석 가능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본성을 상실한 무수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그 안의 관계망을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치환하면서 일종의 역설을 의도한다. 아이의 모습을 한 어른, 혹은 현실적 모순의 세계를 순수의 어법으로 기술함으로써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순수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본질을 일컫는다. 옳고 그름의 도덕적 구분이라는 사고의 지각이 생겨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본성도 사회에 맞게 깎이고 가공되는 것으로 여기는 손연우는 근작에서 ‘순수악’이라는 성악설의 관점에서 사람의 본성과 사회화된 인간의 모순, 현실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한다. 소비사회의 단면과 그 안의 소외, 하늘의 달과 별을 따는 행위가 상징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 홀로 화려한 상차림을 마주하는 인물과 전파 너머로 축하 인사를 건네는 주변인 등, 작가는 감춰진 인간의 악한 본성이 사회 안에서 풀어지는 모습을 보다 다양하게 표현하려 했다. 최근의 경향은 종전보다 광의의 개념에서 상황적 접근을 의도하였지만 순수악이라는 큰 주제가 작업의 쟁점을 외려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유의 서사적 구성과 쟁점에 천착해 근본적인 상실의 원인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그가 제기하는 잃어버린 순수의 본질에는 욕망이라는 화두가 자리한다. 무엇이 되기 위해, 지키기 위해, 혹은 더 많이 갖기 위해 행해지는 일련의 상황 안에는 인간의 욕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손연우의 구작과 근작에서 읽어낼 수 있는 논점과 그 원류에는 이렇듯 하나의 키워드가 존재하는 만큼, 예리하고 응축된 주제로 작업적 서사에 일치감을 주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작품의 구조적 측면을 고려할 때 상징적인 코드와 위트로 내용을 전달하는 간접 화법과 드러나는 형식에 걸맞게 직접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설명적 화법 사이에서 스스로에게 맞는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법을 연구하는 과정 또한 선행될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는 소멸판 방식의 목판화 작업에서 나아가 디지털 프린팅이나 조각과 같은 입체 작업에도 형식적 실험을 단행하며 표현 방식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나다운 형식과 스스로가 체화할 수 있는 주제일 터이다. 그만의 관찰 방식과 섬세함으로 스스로가 원하는 “감정적 소통”을 꾀할 수 있다면 좋겠다. - 고영재 (독립큐레이터) 손연우 <Unhappy day>, 2020 손연우 <Dream chaser> <Curtain call>, 2020 손연우 <해 줄수 없는 일 1, 2>, 20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